응답 없는 1988
By critic | 2016년 1월 17일 |
매년 수천명의 젊은이들이 학적을 숨기고 공장으로 향했다. 개중의 몇은 손이 잘리고, 또 몇은 제 몸에 불을 지르고, 또 몇은 고문을 받다 죽었다. 명절이면 집마다 한둘씩은 있던 '블랙리스트에 오른 대학생 사촌형'의 근황이 어른들의 입가마에 올랐다. 신입생이 들어오면 대학 총장은 학부모를 앉혀놓고 애들 데모 안 하게 간수 잘 하시라고 당부했다. 전공과 취향은 사치스러운 고민이었다. 미대생은 민중회화를 그렸고, 음대생은 민중가요를 불렀고, 사학과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역사적 발전방향을 논했고, 법학과는 고시 공부를 하는 와중에 전태일 평전을 썼고, 경영학과는 교과서를 집어던지고 돌을 던졌다. 그게 이 드라마가 배경으로 삼는 '가난하지만 따뜻했던' 그 시대 청춘의 보편적 삶의 양태였다. 아니, 보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