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제 기상캐스터가 이번 주가 지나면 단풍도 끝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끄저께는 설악산에 눈이 내렸다고 했다. 맙소사, 단풍과 설산, 이질적인 두 세계가 공존하는 곳이라닛... 유고? 위고! 그렇게 호기롭게 오르기 시작했으나, 단풍은 죄 낙엽이 돼 있었고, 눈을 조금 밟을 즈음 다시 발길을 돌렸다. 즉슨, 당일치기 대청봉 점령에 실패했다. 유고위고 이름에 먹칠을 한 것 같아 맘이 심히 괴롭다. 그러니 이것은 오욕의 기록이다. 실패가 준 이 분함을 기억하기로 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김창호 대장이 일깨워준 등로주의 정신을 떠올리며, 까짓 분함 따위야 오르고 내려오는 동안 만끽한 귀함들로 모두 보상받았다는 걸 알아버렸다. 그렇다. 분함은 정신승리로 퉁쳐야 살아진다. 계절이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