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물은 일정부분 클리셰의 집합으로 만들어진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뻔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장르물이란 소리고, 때문에 90%가 뻔해도 뭔가 새로운 10%가 있거나 그 장르의 기본적인 재미에만 충실하다면 어느정도 본전은 뽑을 수 있다는 것. <혈의 누>가 가진 강점 역시 바로 거기에 있다. 연쇄 살인 사건을 소재로 다루는데 을사오적 마냥 주요 타겟들이 이미 정해져있고, 여기에 공간적 배경은 또 고립된 섬이야. 여기까진 다 뻔하지, 그 자체로 장르 공식이니까. 하지만 <혈의 누>는 여기에 조선시대라는 시간적 배경으로 승부수를 끼얹는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한 수사물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2005년 개봉 당시 한국 영화계 내에서 이만한 임팩트를 주는 영화가 없었던 건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