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하게 펼쳐진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 그곳에 한 객잔이 있었다. 객잔의 주인인 서독(西毒) 구양봉은 사람을 대신 죽여주는 것으로(물론 그는 ‘중개자’일 뿐 직접 손을 쓰지 않는다) 업을 삼는 자다. 그 때문에 객잔에는 이루지 못한 소망과 원한에 찬 인물들이 계속 모여든다. 영화는 내내 사막 안에 외로이 세워진 객잔을 둘러싼 이들의 끝없는 원한,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련과 집착, 그 뒤엉킨 실타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 <동사서독Ashes of Times>은 신필(神筆)이라 불리는 김용의 소설 〈사조영웅전〉을 원작으로 하지만, 영화의 내용은 원작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감독 왕가위의 창작이다. 이 영화는 무협이라는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상 일반적인 무협영화의 구성을 따라가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