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나 사람은 떠나면 잡는 게 아니야.' 그러나 잡지는 못하여도 상상 속에서라도 몇 번을 다시 찾아가고, 붙잡고 혹은 붙잡히는 그런 인연이 있다. 크나큰 인연이자 악연인 상우와 은수, 꼭 그 둘 같은 이야기는 많다. 어떤 특정한 사람이 떠오르기보다, 상우나 은수 둘 중에 하나의 입장이 되기보다, 강렬한 슬픔이나 애절한 사랑 같은 게 느껴지기보다 그냥 하나의 흘러가는 이야기를 듣고 난 것 같은 그런 영화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묻지만, 모든 건 변한다. 사랑이라고 각자가 정하는 그 느낌도 변하고, 상대도 변하고, 한 순간에. 눈 깜짝할 새도 없이. 말이다. 그래도 여전히 상우는 바람 소리를 듣는다. 처음 은수와 나란히 앉아 듣던 그 바람 소리를, 이제 혼자 서서 듣는다. 미소를 띄우기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