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새해 일출로 유명한 울산 간절곶, 포항 호미곶 등은 남한의 육지에서 가장 먼저 해돋이를 볼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땅 넓은 미국에서도 그렇게 가장 빠른 새해 일출로 유명한 장소가 있는데, 바로 북동부 뉴잉글랜드 지방 메인(Maine) 주의 아카디아 국립공원에 있는 캐딜락 산의 정상이다. (육지와 본토로 제한하지 않으면, 한국은 당연히 최동단의 우리 땅인 독도의 일출이 가장 빠르고, 미국은 태평양의 미국령 섬인 괌(Guam)의 동해안이라고 함)
미국 국립공원청(National Park Service, NPS)이 관리하는 420곳 이상의 장소를 모두 소개하는 official NPS app 첫화면이 바로 위와 같은 아카디아 내셔널파크(Acadia National Park)의 일출사진이다. 참고로 위기주부의 생각으로는 NPS 스마트폰 앱은 주변에 있는 국립공원들을 찾고 내가 방문한 곳을 정리하는 용도로는 쓸만한데, 실제 그 장소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그냥 해당 공원 홈페이지의 모바일 화면이 더 편할 때가 많았다.
1박2일 아카디아 국립공원 여행의 둘쨋날에, 아침 일찍 다시 차를 몰고 마운트데저트 섬(Mount Desert Island)으로 들어와서, 바로 공원순환도로를 지나서 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Cadillac Summit Road의 입구로 향했다. 그 길은 별도의 통행료 $6을 내고 여기서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데, 일출(Sunrise) 시간은 매진이었기 때문에 그냥 오전 8시로 예약을 해서, 전망이라도 구경을 하고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해발 1,530피트(466 m)의 캐딜락마운틴(Cadillac Mountain) 정상은 맑았던 해안가와는 달리, 이렇게 아침 안개가 다 걷히지 않아서 주차장이 텅텅 비어 있었다. 흑흑~ 여행기 1편에서 공원지도와 함께 설명을 드렸지만, 여기는 미국 대서양 해안가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다.
주차장 옆에 있는 작은 안내소도 문을 열지 않아서, 바로 산책로를 조금 걸어서 꼭대기의 전망대로 걸어간다. "작년 여름에 이어서 또 '마음의 눈'으로 구름 속 풍경을 감상해야 하는거야?"
야속하게 바다 안개는 걷힐 듯 걷히지 않으면서 애를 태웠다... 하지만, 전날 비하이브 트레일을 하면서 산 위에서 푸른 바다와 섬들을 직접 봤었기 때문에, 크게 아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날씨가 맑았으면 이 안내판과 같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하는데, 클릭해서 원본보기를 하시면 설명까지 함께 직접 읽으시면서 크게 보실 수 있다. 여기서 일출을 꼭 보실 것이 아니라면, 전망을 보기 위해서는 오후 시간으로 예약을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다음 장소로 넘어가기 전에 '알쓸미잡' 하나 알려드리면, 여기 캐딜락 산(Cadillac Mountain) 정상의 해돋이가 미본토(Lower 48 States)에서 가장 빠른 것은 해가 남동쪽에서 뜨는 겨울철 뿐이다. 해가 정동향에서 뜨는 춘분과 추분 전후로는 동쪽 땅끝인 쿼디헤드 주립공원(Quoddy Head State Park)의 바닷가가 1등이고, 북동쪽에서 해가 뜨는 여름철에는 훨씬 위도가 높은 곳에 위치한 언덕인 마스힐(Mars Hill)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산에서 내려와 다시 공원순환도로를 만나서는 남쪽으로 10분 정도 달린 후에 주차를 하고, 메인주 아카디아 국립공원에서 마지막으로 구경할 곳을 찾아서 걸어가고 있다.
숲이 끝나는 곳에는 조던 폰드(Jodan Pond)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거 연못(pond)이라기에는 큰 것 같은데?"
현재 국립공원 브로셔의 표지사진으로도 사용되는 이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은, 우리 부부에게 캐나다 레이크루이스(Lake Louise)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물색이나 주변 풍경은 많이 다르지만, 옛날 빙하에 의해서 만들어진 좁고 긴 빙하호(tarn)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샤또레이크루이스(Chateau Lake Louise)같은 럭셔리 호텔은 아니지만, 호수를 바라보는 위치에 조던폰드 하우스(Jordan Pond House)라는 레스토랑이 자리잡고 있다. 1870년대부터 여기서 장사를 하다가 1979년의 화재로 옛 건물은 전소되고, 1982년에 새로 지었기는 하지만 이 국립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이라고 한다.
물이 흘러나가는 작은 댐을 지나서 조금 걸어와 봤는데 물이 정말 깨끗했다. 이 호수의 물은 하류쪽에 있는 실하버(Seal Harbor) 마을의 식수원으로 바로 사용된다고 한다.
호수를 한바퀴 둘러보는 산책로와 주변의 "The Bubbles"라 불리는 볼록한 바위산으로 올라가는 하이킹 코스 등이 있다지만, 갈 길이 먼 우리는 이제 그만 아카디아 국립공원과 작별을 해야할 시간이었다.
주차장과 연결된 호숫가에는 아침부터 낚싯대를 양쪽으로 달고있는 카약으로 호수로 나갔다가 벌써 돌아오는 분들도 있었다. 우리는 차에 올라 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서 가장 큰 마을인 바하버(Bar Harbor)로 향했다.
검색으로 찾은 식당의 이름도 조던스 레스토랑(Jordans Restaurant)이었는데, 메인주의 또 다른 특산물인 블루베리를 넣은 머핀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아침을 먹고 바로 옆 대형마트인 한나포드(Hannaford)에서 지혜와 친구들에게 줄 작은 랍스터 5마리를 사서는 가게에서 쪄달라고 했다. 전날 저녁에 먹은 랍스터 식당보다는 당연히 많이 싸지만, 파운드 당 가격이 약 8불이면 여기 버지니아 집에서 세일할 때의 가격과 큰 차이는 없었다. 빨갛게 삶아진 랍스터를 트렁크에 넣고는 북쪽으로 뱅거(Bangor)까지 올라가서, 바로 I-95 고속도로를 타고 보스턴으로 향했다. 도중에 잠깐 들린 두 곳은 별도의 포스팅으로 소개할 예정이고, 페친께서 알려주신 재미있는 도로 경고판 하나만 아래에 잠깐 보여드린다.
괜히 과속으로 딱지떼서 벌금 내지말고, 그 돈으로 랍스터나 사먹으라는 메인주 교통국의 고속도로 전광판 경고사인이다.^^ 참고로, 메인주에서는 'Lobsters(랍스터)'를 사투리 비슷하게 'Lobstahs(랍스타)'라고 많이 쓴단다.
그 날 오후에 지혜가 룸메이트와 함께 기숙사 휴게실에서 랍스터를 들고 있는 모습인데, 테이블 위에 보이는 메인주 특산품인 블루베리 맥주도 함께 공수해 드렸다. 지난 8월말에 개학하는 딸을 대학 기숙사에 데려다 주면서 메인(Maine)까지 올라갔던 전체 3박4일 여행의 3일째가 끝났고, 우리 부부는 메사추세츠 주의 남쪽으로 좀 더 내려가서 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냈었다.
P.S. 위기주부의 미국 국립공원 소개 시리즈의 두번째로, 블로그에 올린 3편의 아카디아 국립공원 여행기의 내용을 하나로 묶어서 동영상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여행기 작성을 위해 조사하고 정리한 많은 내용을, 유튜브를 통해 더 많은 분들에게 전달해드리고자 하는 목적으로 편집을 했으니, 아래 동영상을 꼭 클릭해서 끝까지 한 번 봐주시고, 의견을 여기 블로그나 해당 영상의 유튜브 댓글로 남겨주시면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앞으로 시리즈의 5편 정도까지 제작한 후에, 별도의 포스팅으로 동영상 제작과정과 함께 향후 네이버 및 티스토리 블로그와 구글 유튜브 운영계획 등을 따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지난 십여년 동안 위기주부의 미국여행 블로그를 방문하시면서, 미국 여행기의 사진을 즐겁게 보시거나 내용이 도움이 되신적이 있다면... 이제는 위기주부의 유튜브에도 "좋아요"와 "구독하기"를 꼭 눌러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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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 위기주부가 방문한 42곳의 미국 내셔널파크들 중에서, 바다와 접한 곳은 캘리포니아 채널아일랜드(Channel Islands)와 레드우드(Redwood), 워싱턴 올림픽(Olympic), 플로리다 에버글레이즈(Everglades), 그리고 하와이볼케이노(Hawaii Volcanoes)의 5곳 뿐이다. 이 중에서 배를 타고 가야하는 채널아일랜드만 바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국립공원이고, 나머지 4곳은 사실 바다보다는 내륙의 숲과 산, 습지와 화산 등이 관광의 핵심인 곳이다. 그런데 LA 앞바다에 있는 채널아일랜드 국립공원은 존재를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보니,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 - 특히 동부에 사는 분들은 '바닷가 국립공원'하면 북동부 메인주 아카디아 내셔널파크(Acadia National Park)를 제일 먼저 떠올리고, 특히 다녀오신 한인들은 자주 한국 남해안의 한려해상국립공원에 많이 비유를 하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바다를 찾아가기 위해서 아래쪽 주차장으로 걸어 내려가고 있는데, 전편의 비하이브 트레일에서 내려다 보이던 주차장이 저 곳이다. (아카디아 국립공원 여행기 1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주차장을 지나서 걸어가 샌드비치(Sand Beach)라 씌여진 간판과 함께, 국립공원청에서 가져다 놓은 안내판들을 보니 미국의 '국립 해수욕장'에 온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래사장까지는 또 많은 계단을 내려가야 되는 것을 보고는... 그냥 위에서 한 번 내려다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방금 절벽을 기어서 '벌집'의 꼭대기에 다녀온다고 다리도 아프고, 무엇보다도 빨리 당을 보충해야 했다. 그래서 바로 차로 돌아가 해안가 일방통행 도로를 달려서 급히 마을을 찾아가는 바람에 아래의 유명한 장소는 서지도 않고 지나쳤다.
썬더홀(Thunder Hole)은 도로 바로 옆으로 잘 만들어진 계단을 내려오면 나오는 해안가 절벽이 움푹 파인 곳으로, 파도가 솟구쳐 오르면서 천둥소리가 난다고 그러한 이름이 붙었다는데, 2015년에 멕시코 엔세나다 여행에서 봤던 바닷가 블로우홀(blowhole)과 거의 같은 곳인 모양이다.
아무리 목이 마르고 단 것이 급해도 한 번은 바닷가에 차를 세워야 할 것 같아서, 바다가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온 여기 Otter Cove에서 정차를 했다.
Otter Creek 위로 놓여진 다리에 앉아서 V자 사진 한 장 찍고, 다시 출발해서 가까운 Northeast Harbor를 먼저 갔지만 문을 연 아이스크림 가게나 마트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운트데저트(Mount Desert) 섬을 동서로 나누는 만인 Somes Sound를 빙 돌아 30분 이상을 운전해 건너편 Southwest Harbor에서 마침내 아이스크림 가게를 찾았다.
이 동네 학교들이 개학을 했는지 'Back to School' 특별할인 가격에, 아주 많이 떠주신 이 아이스크림 한 통으로 둘이 나눠서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다. 그리고는 섬의 제일 남쪽 끝에 있는 등대를 찾아서 다시 출발을 했다.
1편에서 소개했던 비지터센터 직원에게 오후에 배스하버헤드 등대(Bass Harbor Head Light Station)를 갈거라고 하니까, 주차장이 작으니까 시간여유를 가지고 일찍 가야한다고 했었다. 실제로 이렇게 진입로에 차들이 한 줄로 기다리면서, 차가 빠질 때마다 한 대씩만 들어와 주차를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주차한 직후라 5~6대 정도만 기다리고 있지만, 나갈 때는 10대 정도로 줄이 늘어났음)
주차장에서 먼저 눈에 띄는 포장된 길을 따라 조금 내려오니 빨간지붕의 집만 먼저 보였는데, 현재 등대는 자동화가 되어 있어서 등대지기가 필요없고 대신에 해안경비대 직원과 그 가족이 실제로 살고 있다고 한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1858년에 만들어서 역사유적지로도 지정되어 있다는 등대는 집 뒤쪽으로 붙어서 높이 약 10미터로 세워져 있는데, 오전에 들렀던 '포레스트검프 등대'와 거의 같은 모습으로 특별하지는 않았다. 이 등대가 아카디아 국립공원을 대표하는 풍경사진의 주인공은 맞지만, 그것은 여기 가까이서 올려다 보는 모습이 아니다~
주차장으로 돌아와서 반대편으로 만들어진 오솔길을 조금 걸으면, 이렇게 바다로 내려가는 잘 만든 나무계단이 나온다.
90도로 꺽어서 계속 내려가는데, 이 때까지는 줄을 서서 힘들게 주차한 것에 비해서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 같지만...
계단이 끝나고 해안가 바위가 나오면 사람들이 갑자기 많이 모여 있어서 살짝 놀랐다~ 여기서는 아직 주인공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조심해서 저 멀리까지 더 가야한다.
짜잔~ DSLR을 든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풍경사진의 명소임에 틀림없다. 특히 이렇게 바라보는게 서향이라서 지금 일몰시간이 가장 붐빈다고 한다. 비록 DSLR은 집에 놔두고 왔지만 조금 더 잘 찍어보고 싶어서 가운데 삼각대를 세워둔 분이 계시는 곳까지 위기주부만 더 가봤다.
한려해상 국립공원에도 등대가 있는 유명한 풍경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진만으로도 북동부 뉴잉글랜드 지역의 아카디아 내셔널파크를 미국의 대표적인 '바닷가 국립공원'으로 부르는데 손색이 없어 보였다.
조금 전에 우리가 서있던 절벽 위의 난간에 기대어서 이 쪽을 바라보는 관광객의 모습이 보인다.
서있는 바위가 매우 불안정했기 때문에, 아주 조심해서 한바퀴 돌아야 했던 360도 풍경을 클릭해서 동영상으로 보실 수 있다.
뒤쪽에서 일몰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아내가 손을 흔들고 있다. "그만 찍고 빨리 집에, 아니 밥 먹으러 가자~"
많은 독자의 예상을 깨고... 커플셀카 대신에 아내가 찍어준 위기주부의 독사진을 올린다. ㅎㅎ
붉은 노을과 함께 해가 수평선 아래로 떨어지고, 등대에도 불이 들어오면 더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주차장 입구에서 포기하고 차를 돌릴까말까 고민하실 분들이 눈에 밟혀서, 볼거 다 봤으니 우리 차 한 대라도 일찍 빼주기 위해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아카디아 국립공원에 와서는 랍스터말고는 먹을게 떠오르지가 않았다.^^ 그래서 저녁을 먹기 위해 찾아온 곳은 우리 숙소 바로 건너편에, 육지에서 마운트데저트 섬으로 들어가는 다리 바로 직전에 있는 여기 Trenton Bridge Lobster Pound 식당이었다.
이 식당은 가마솥에 바닷물을 끓인 스팀으로 바닷가재를 찌는 것으로 인기있는 랍스터집이었다.
여기서는 바로 쪄서 먹을 살아있는 랍스터를 직접 고르는데, 껍질이 딱딱한(hard) 또는 부드러운(soft) 두 종류에 또 크기에 따라서 작고 큰 것들이 미리 나누어져 있어서 파운드 당 단가가 4개나 표시되어 있는게 보인다. 우리는 부드러운 껍질의 작은 놈들 중에서는 큰 것으로 하나만 고르고 랍스터롤을 추가로 시켰다.
찜질방에 다녀온 우리의 45번 랍스터가 호명되어서 가지고 와서, 롤과 함께 둘이서 저녁으로 맛있게 잘 먹었다. 기다리면서 보니까 랍스터 한 마리가 저 까만 트레이에 꽉 차는 엄청나게 큰 것들도 있었는데, 다음에 다시 메인주를 여행하면 그 만한 크기의 랍스터를 꼭 사주겠다고 아내에게 약속했다.^^
이건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냥 여행기록으로 남겨두면... 밤 10시쯤 둘 다 곤히 잠들었는데, 엄청난 화재경보기 소리가 12시에 울려서 깼다. 밖으로 나와보니 모텔 전체에 알람이 울린 것이고, 사람들이 911에 신고해서 소방차가 출동한 모습이다.
반대편의 어느 객실 중의 하나에서 화재경보기가 동작을 한 것인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실제로 불이 난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완전히 잠을 설친 후에 다시 침대에 누웠고, 다음 날 아침에는 예약한 시간에 맞춰서 다시 차를 몰고 다리를 건너서 미국의 대표적 바닷가 국립공원인 아카디아 내셔널파크(Acadia National Park)로 다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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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3년전에 지혜가 대학교 신입생 기숙사에 처음 들어가는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렸었는데 (포스팅을 보시려면 클릭), 이제는 4학년 졸업반이 되어서 '마지막'으로 다시 기숙사에 바래다 주고 왔다. 신입생 때는 LA에서 비행기로 보스턴에 가서 렌트카로 기숙사에 짐을 넣어 준 후에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누나집과 나이아가라 폭포를 구경했었는데, 이번에는 이틀 휴가를 내어서 버지니아 집에서 차를 몰고 그 위쪽에 있는 메인(Maine) 주를 여행했다. 가을에 일주일 이상 시간을 내어서 뉴햄프셔의 단풍과 캐나다 퀘벡까지 함께 구경을 하면 좋겠지만, 당장은 그럴 형편이 되지 않아서 보스턴까지 올라간 김에 뉴잉글랜드(New England) 지역의 내셔널파크 한 곳과 그 주변만 찍고 내려오기로 한 것이다.
위의 지도는 일요일 아침 5시반에 출발한 첫날의 이동경로가 구글 타임라인에 기록된 것이다. 이번에는 유료도로를 최대한 피해서 펜실베니아 주로 우회해서 뉴욕을 지나갔다. 이렇게 하면 뉴욕시를 가는 경우에도 거리가 좀 멀어져 시간은 30분 정도 더 걸리지만, 통행료를 30달러 정도 아낄 수 있어서 아마 바쁘지 않은 경우에는 앞으로 더 자주 이용하게 될 듯 하다.
지난 봄에 처음 보스턴까지 운전했던 경로와 이지패스에 대한 설명은 위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는데, 코네티컷 주 이후로는 이와 동일한 루트로 이동했다. 이 날 아침에 버지니아 집에서 15번 국도를 따라 메릴랜드 주를 통과해서 펜실베니아 주로 들어설 때쯤 가족 3명의 대화 주제가 "행복하게 살자"였는데,
펜실베니아(Pennsylvania) 주 관광청의 "pursue your happiness"라는 홍보문구가 씌여진 환영간판이 딱 맞춰서 등장을 해주셨다! 인터넷에 다른 깨끗한 사진들도 많았지만, 마침 구글스트리트뷰가 아침 안개가 끼었던 그 때와 가장 비슷한 것 같아서 그대로 캡쳐를 했다.
펜실베니아 주도인 해리스버그(Harrisburg)에서 인터넷으로 찾은 여기 토마토파이카페(Tomato Pie Cafe)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3명의 아침 메뉴를 함께 찍은 사진으로 모든 음식이 싸고 맛있어서, 이 경로로 또 뉴욕이나 보스턴을 가게 된다면 아마 앞으로도 계속 이용하게 될 것 같다. 그 다음은 달리고, 기름 넣고, 달리고, 간단히 점심 먹고, 또 달려서...
오후 3시반 정도에 지혜가 하버드에서 마지막 대학생활을 할 기숙사인 레버렛 하우스(Leverett House)에 도착을 했다. 씩씩하게 두 개의 캐리어를 끌고 6층의 자기 방으로 향하는 지혜와 뒤를 따라 가는 엄마의 뒷모습~
이 넓은 방을 혼자 쓰는데 바닥을 이번에 새로 깔아서 아주 깔끔했고, 커튼을 친 창밖으로는 보스턴을 가로지르는 찰스 강(Charles River)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도 좋았다. 지혜는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와의 수다가 급했고, 우리 부부는 또 갈길이 남았기 때문에, 짐들은 혼자 풀어서 정리하는 것으로 하고 바로 쿨하게 작별했다. 네비게이션이 가르쳐 주는데로 힘들게 시내를 벗어나서, 다시 인터스테이트 95번을 타고 북쪽으로 향하니 위기주부는 처음 만나는 새로운 주가 등장을 해주셨다.
프랑스어를 쓰는 캐나다 퀘벡과 접해 있어서, 환영 단어가 불어로도 씌여있는 뉴햄프셔(New Hampshire)인데, 제일 아래에 적혀있는 "LIVE FREE OR DIE"라는 주의 모토(motto)가 무시무시하다... 유명한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구호는 프랑스 혁명부터 등장했지만, 뉴햄프셔 출신의 미국 독립전쟁 영웅인 John Stark 장군이 전승기념식에 보낸 편지의 말미에 이 문구를 쓴 것을 기념해 1945년에 공식적으로 주표어로 채택되어서, 뉴햄프셔 주 자동차 번호판에도 모두 들어가 있다.
뉴햄프셔에 관해 하나만 더 소개하면, 고속도로에 이렇게 리커스토어(liquor store) 표지판을 큼지막하게 붙여 놓은 것이 특이했다. 왜냐하면 미국에서 소비세(sales tax)가 없는 5개주 중의 하나라서 인접한 다른 주들보다 싸게 술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뉴햄프셔는 주소득세(state income tax)가 없는 9개주 중의 하나이기도 해서, 일반적으로 알래스카와 함께 소비세와 소득세가 모두 없는 주로 유명하단다. (알래스카는 카운티에서 약간의 소비세를 부과하는 곳이 있고, 뉴햄프셔는 이자와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함)
95번 고속도로를 그대로 조금만 더 달리면 이번 여행의 목적지인 미국의 북동쪽 끝에 있는 메인(Maine)이 나오는데, 단순한 환영간판 아래의 씌여진 "The Way Life Should Be"는 메인 주의 홍보 슬로건이란다. 처음 방문하는 주니까 간단히 역사를 살펴보면, 1820년에 미주리 협정에 따라서 메사추세츠에서 분리되어 미국의 23번째 주가 되었다. 따라서 미국 독립전쟁 당시 별도의 공화국이었던 버몬트(Vermont)와 함께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13개 식민지'에 포함되지 않는 주이다. 주도는 사진 왼쪽의 표지판에 희미하게 보이는 내륙의 어거스타(Augusta)이지만, 이제 우리가 저녁을 먹기위해 들리는 곳은 그 전에 나오는 메인 주 최대의 도시로 바닷가에 있는 포틀랜드(Portland)이다.
포틀랜드 관광의 중심인 구시가지 올드포트(Old Port)에 도착한 것은 저녁 6시가 넘어서였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19세기에 만들어진 붉은 벽돌집과 자연석을 깍아서 바닥에 깐 도로가 그대로 남아있어서 유럽의 어느 오래된 항구를 방문한 느낌이었다.
저녁을 먹기로 한 Street & Co. 해산물 식당에 빈자리가 없어서, 길가의 야외 좌석을 7시에 예약하고는 바닷가쪽으로 걸어 나가보았다.
손님들이 아주 많았던 랍스터 전문 Portland Lobster Company 야외 식당의 입구 모습이다. 미국인들이 메인(Maine)하면 깡촌, 추위, 캐나다 옆 동네, 그리고 랍스터를 떠올린다고 하는데, 이번 우리 부부의 메인주 여행도 정말 랍스터로 시작해서 랍스터로 끝났다~^^
작년에도 보스턴을 방문했을 때 근교의 로이무어 랍스터(Roy Moore's Lobster)를 먹은 적이 있는데 (포스팅을 보시려면 클릭), 이번에는 기록을 위해서 여기 메뉴판 사진 한 장을 남겨둔다. 올해 메인 주 여행기 전체가 끝날 때 쯤에는 아마도 '뉴잉글랜드에서 랍스터 싸게 사먹기'에 관한 논문이 한 편 나올지도 모르겠다. ㅎㅎ
구시가지 바닷가에는 이렇게 요트들만 정박해 있지만, 외곽의 큰 부두는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두번째로 물동량이 많은 항구로 캐나다에서 파이프라인으로 운반된 원유도 수출하고 대형 크루즈 유람선도 정박을 한단다. 참, 도시의 이름은 영국 남단의 포틀랜드 섬(Isle of Portland)에서 유래했고, 혼동하기 쉬운 미서부 오레곤 주의 포틀랜드는 이 곳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하니, 여기가 미국에서는 '원조 포틀랜드'인 셈이다.
저녁 식사로 랍스터와 다른 해산물이 함께 들어간 Lobster Diavolo와 로컬 맥주도 한 병 곁들였다. 랍스터와 조개는 맛있었지만 아래에 깔린 면은 너무 짜서 많이 먹지를 못했고, 남은 것은 포장해서 다음 날 국립공원 피크닉 장소에서 점심으로 한 번 더 먹어야 했다. 이렇게 전체 3박4일 여행의 첫날 일정을 마무리하고 조금 더 북쪽의 1번 국도 선상에 있는 호텔에 도착해 마지막으로 차의 계기판 사진을 기록으로 남겼다.
하루만에 총 11시간여를 운전하면서 차례로 버지니아, 메릴랜드, 펜실베니아, 뉴욕, 코네티컷, 메사추세츠, 뉴햄프셔, 메인의 동부 8개 주를 지나온 거리는 총 640마일(1,030 km)로 작년 대륙횡단에서의 일일 최장거리를 넘어서는 신기록이었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라, 진짜 목적지는 다음 날에 메인 주의 꼬불꼬불한 해안을 따라서 북동쪽으로 4시간 정도를 더 운전해서 가야만 나오는 멀고 먼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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