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위기주부의 미국 여행과 생활 V2 | 2018년 11월 26일 |
몇달 전에 이 코스로 등산계획을 하면서부터 산행기의 제목은, 일석이조(또는 일타이피^^)를 패러디해서 '일행이봉(一行二峰)'으로 미리 정해놓았었다. 그런데 LA지역 산불 등의 문제로 계속 미뤄지다가 땡스기빙데이(Thanksgiving Day, 추수감사절) 연휴 둘쨋날에 다녀오는 바람에... 제목이 '블랙프라이데이 1+1 등산'으로 급변경이 되었다.미국의 다른 사람들은 쇼핑한다고 바쁜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 새벽에 집에서 40여분을 달려 도착한 이 곳은, LA 북쪽의 앤젤레스 국유림(Angeles National Forest)에 있는 약 1,560m 해발고도의 Eaton Saddle Trailhead 주차장이다. 도로 건너편에 차단기로 막혀있는 Mt Lowe Road를 따라서 이 날의 '1+1 산행'이 시작되게 된다.구름의 바다 위로 벌써 아침해는 떠올랐는데, 주변 산봉우리에 가려서 아직 햇살이 직접 등산로에 비춰지지는 않았다.바로 정면에 보이는 바위산이 첫번째 목적지인 샌가브리엘 피크(San Gabriel Peak)이다. 그리고 축대까지 쌓아서 잘 만든 비포장도로가 절벽을 따라서 계속 이어지다가 사진 중간쯤에 이르러서는...이렇게 산속에 터널까지 건설이 된 것에 놀라게 된다! 미국 산림청에서 1942년에 만든 뮬러터널(Mueller Tunnel)로 소방도로 연결을 위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터널을 지나서 비포장도로를 따라 조금 더 걸어가면 좌우로 좁은 등산로가 갈라지는 물탱크가 있는 사거리가 나오는데, 거기서 우회전을 하면 샌가브리엘 피크로 올라가는 길이다.오르막을 몇굽이 올라가니 마침내 운해 위로 솟아오른 태양을 만날 수 있었다. 거의 능선까지 도착한 후에 나오는 삼거리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되는데, 신기한 것이 지금 찾아가는 봉우리의 이름을 따서 샌가브리엘 산맥(San Gabriel Mountains)이라고 부름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에서부터 이정표를 하나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갈림길에서 서쪽으로 가면 사진처럼 헬기장을 지나서 정상에 안테나와 건물이 있는 봉우리가 나오는데, 이름이 마운트 디스어포인트먼트(Mount Disappointment), 즉 '실망산'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에서 1894년에 이 부근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생각하고 올랐는데, 바로 동쪽에 있는 샌가브리엘이 더 높다는 사실을 알고 실망해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또 동서냉전이 한창이던 1955년에는 나이키미사일(Nike Missile) 발사대 설치를 위해 정상부를 깍아내었고, 1965년에 발사대를 철거한 후에 지금의 군용 통신시설이 세워졌다고 한다. 사진 오른쪽 끝으로는 8월에 올랐던 '딸기봉' 스트로베리 피크(Strawberry Peak)의 정상도 살짝 보인다. (산행기는 여기를 클릭)쉬엄쉬엄 걸어서 1시간이 걸리지 않아 해발 1,879m의 샌가브리엘봉(San Gabriel Peak) 정상에 도착했는데, 정상에도 아무런 표식이나 이름표가 없었다. 구글맵에서 봤던 저 기다란 철제 벤치를 보고서야 내가 제대로 길을 찾아서 올라왔음을 알 수 있었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동쪽 아래로 윌슨산 천문대(Mount Wilson Observatory)의 100인치 망원경 돔과 사진 한가운데 타워가 보이는 태양망원경, 그리고 오른쪽 주차장에 세워진 많은 방송용 안테나들이 보인다. (윌슨산 천문대에 대한 포스팅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남쪽끝으로 두번째 목적지인 마운트 로우(Mount Lowe)가 보인다. "자~ 이제 1+1 행사 사은품을 받으러 가보자!"30분 정도 걸려서 다시 물탱크가 있는 사거리까지 내려와서야, 이 날 처음으로 다른 하이커들을 만났다. 나는 이미 샌가브리엘에는 다녀왔고, 마운트로우에 또 올라가서 "Black Friday 1+1 Hiking"을 한다고 말해줬더니 아주 재미있어 했다.역시 30분만에 해발 1,709m의 로우산(Mount Lowe) 정상에 도착해서 찍은 안내판 사진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과학자이면서 백만장자였던 Thaddeus S. C. Lowe가 산아래 마을에서 여기 정상까지 산악 관광열차인 Mount Lowe Railway를 건설하려 했는데, 1895년에 정상까지 2.5마일을 남겨둔 Alpine Tavern에서 공사가 중단이 되었다는 내용이다. (사진을 클릭해서 원본보기를 하시면 직접 읽으실 수 있음) 엔지니어가 돈을 많이 벌면 100여년 전에는 산악열차를 만들어서 산으로 사람들을 보내고, 요즘은 로켓을 만들어서 우주로 사람들을 보낸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산악열차가 여기까지 올라오면 호텔을 지으려했다는 남쪽의 넓은 땅에, 당시에 만들어 놓았다는 철제 의자와 'locating tube'들이 아직도 세워져 있다.산아래로는 궤도열차 정류소와 호텔이 있었던 에코마운틴(Echo Mountain)과 그 위쪽의 전망대인 인스피레이션포인트(Inspiration Point) 등이 위치하고 있지만, 구름에 가려서 아래쪽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를 클릭하시면 2년전에 JMT 최종훈련으로 두 곳을 직접 방문한 산행기를 보실 수 있다. 그리고 사진 왼쪽에 안테나가 있는 봉우리의 이름은 하버드산(Mt Harvard)이고 가운데 구름에 살짝 가려진 봉우리는 예일산(Mt Yale)이란다. "다들 좋은 이름이지... 기도나 좀 해야겠다~"그런데 4개의 locating tube 중의 하나에는 이름이 없고 꽃모양(?)이 그려져 있다. 이름 대신에 왜 저런 문양을 찍어 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튜브를 통해서 보이는 산은 바로...샌가브리엘 산맥의 최고봉인 해발 3,068m의 "마운트볼디(Mt Baldy)"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샌안토니오산(Mount San Antonio)으로 벌써 하얀 눈에 덮여있다. (여기를 각각 클릭하면 2016년과 2017년의 산행기를 보실 수 있음)시야를 돌려서 구름이 겉힌 곳들 중에서 알만한 곳들을 찾아보면, 가장 가까이는 글렌데일(Glendale) 시내가 보였다.그 오른쪽으로는 구름 위로 봉우리마다 통신탑이 세워져 있는 버두고 산맥(Verdugo Mountains)이 눈에 띈다. (여기를 클릭하면 산행기를 보실 수 있음) 저 산맥 너머로는 버뱅크(Burbank) 시내가 나오고 조금 더 멀리 잘 찾아보면 우리집도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망원렌즈로 LA 다운타운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기가 좋다고는 하지만, 이 사진을 보면 로스앤젤레스 시내의 스모그는 심각한 수준인 것을 알 수 있다.마지막 북쪽으로는 중앙에 1시간 전에 올랐던 San Gabriel Peak와 왼쪽에 하얀 절벽의 Mt Disappointment가 보인다. 여기서 능선으로 이어진 오른쪽의 봉우리는 마운트마컴(Mount Markham)이라고 한다. 이로써 블랙프라이데이 기념 '1+1 하이킹'을 마쳤는데, 혹시 시간이 안 되시는 분들을 위해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가브리엘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여기 Mt Lowe가 이정표도 잘 되어있고 볼거리도 더 많아서 추천을 해드린다.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반대방향으로 뮬러터널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이다. 아침에 2~3시간 이렇게 하이킹을 한 후에 윌슨산 천문대를 구경하고, 코스믹카페(Cosmic Cafe)에서 점심이나 도시락을 먹고 하산하면 샌가브리엘산맥 준국립공원(San Gabriel Mountains National Monument)을 즐기는 완벽한 일정이 될 것 같다.오전 10시에 도로 좌우로 20대 이상의 차량이 빼곡히 주차해서 빈 칸이 거의 남지 않았으므로, 휴일에 이 곳을 찾으신다면 늦어도 9시전에는 이튼새들 트레일헤드(Eaton Saddle Trailhead)에 도착하시는 것을 권해드린다.
By
위기주부의 미국 여행과 생활 V2 | 2018년 8월 22일 |
지난 주까지 북반구 전체를 뒤덮은 폭염과 LA 남쪽의 큰 산불 등등의 환경에, 또 금요일 밤 늦게 아르바이트를 마친 딸아이 픽업하느라고 3시간밖에 못 자고 일어난 상황이라서 사실 새벽등산을 할 좋은 여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얼마 전에 엔진수리를 한 자동차도 새벽에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려봐야 했고, 위기주부도 다시 산길을 3~4시간 빡세게 걸어봐야 했기 때문에 집을 나섰다.그렇게 해서, 집에서 40분정도 걸려 도착한 곳은 Angeles Crest Hwy와 Mt Wilson Rd가 만나는 삼거리인 레드박스(Red Box) 주차장이다. 미국에서 DVD와 블루레이 영화를 빌리는 무인대여기 이름도 레드박스(Redbox)인데 (설명은 여기를 클릭), 이 곳은 왜 옛날부터 레드박스라고 부르는지 궁금했다~ 위기주부와 거의 같이 도착한 저 4명의 일행은 안내판 왼쪽의 계단으로 내려가서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가브리엘리노 트레일(Gabrielino Trail)을 하는 모양이었다.주차장에서 도로를 건너서 조금 올라가면, 거리 표시고 뭐고 하나도 없이 영어단어 "STRAWBERRY" 하나만 딱 세로로 씌여있는, 이 날 트레일의 출발점이 나온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이 순간에 바로 딱 떠오르던 노래 하나... ♪ 딸기가 좋아 딸기가 좋아~ 딸기가 제~일 좋아~ ♬로스앤젤레스 북쪽 샌가브리엘 산맥(San Gabriel Mountains)을 넘어가는 Angeles Crest Hwy 너머로 아침해가 떠오르고 있다. 저 도로를 마지막으로 넘은 것은... 2년전 가을에 마운트 베이든파웰(Mt Baden-Powell) 등산을 하고 (포스팅은 여기를 클릭), 갑자기 움직이지 않던 나의 자동차를 AAA 견인차 위에 싣고 LA로 넘어왔던 그 때이다.^^조금 더 올라가서 동쪽방향 일출을 줌으로 당겨본다~ 아시는 분들은 알지만, 여기 LA 북쪽은 정말 첩첩산중이다!트레일 좌우의 덤불 위로 나무들이 모두 죽어있는 이유는, 이 곳이 LA카운티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었던 2009년 "Station Fire"의 피해를 입은 지역이기 때문이다.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모퉁이를 돌아서니, 마침내 '딸기봉'이 눈 앞에 나타났다. (설마 이런 가 나올거라고 기대하신 것은 아니겠죠?) 저 봉우리를 남쪽 아래에서 올려다 본 모습이 딸기를 거꾸로 놓은 것 같아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산악자전거도 다닐 수 있는 평탄한 등산로를 40분 정도 걷고나면, 이제 "STRAWBERRY PEAK"라고 아웃라인으로 써놓은 쇠말뚝이 나타나면서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된다.그 후로 1시간동안 계속되는 이런 험한 등산로! 그리고 나의 마음속을 맴돌던 노래... ♪ 딸기가 싫어 딸기가 싫어~ ♬마침내 딸기봉 정상까지 마지막 구간만 남겨두고 있는데, 저 너머로는 경사가 매우 급해서 아래쪽 콜비캐년(Colby Canyon)에서 바로 올라오는 길은 없고, 지금 보이는 길이 정상으로 가는 유일한 트레일이라고 한다.정상에는 방명록(?)같은 노트를 넣어두는 쇠통과 비스듬히 꽂혀있는 쇠기둥 하나 이외에는 봉우리 이름이라던가 높이를 알려주는 표지판 등은 전혀 없었다. 참고로 이 스트로베리 피크(Strawberry Peak)의 높이는 해발 1,880m로 부근에서는 가장 높으며, 주차장에서 편도거리는 6km에 수직으로 460m를 올라온 것이다.인근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답게 사방으로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하는데, 남쪽으로는 얕은 능선 너머로 LA다운타운까지 한 눈에 보인다. 이 때 남쪽이 뿌옇게 보이는 것은 아직까지도 꺼지지 않고 있는 오렌지카운티의 "Holy Fire" 산불 때문이었고,북쪽으로 보이는 이 히든스프링스(Hidden Springs)의 황량한 풍경은 앞서 언급한 2009년의 산불 때문이다... "참, 캘리포니아는 산불이 문제야~"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트레일에서 내려다본 앤젤레스크레스트 하이웨이(Angeles Crest Highway)의 꼬불꼬불한 산길을 빨간 자동차 한 대가 열심히 올라오고 있다.주차장 건너편에 (어떻게 읽어야 할 지 모르겠는) HARAMOKNGNA 인디언 문화센터(American Indian Cultural Center)가 있어서, 캔콜라 하나 사서 마시면서 LA지역에 살던 여러 인디언 부족에 대해 공부를 하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zoomtr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