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과 함께 시작한 여행은 의외로.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일까.공항의 면세점에서도 무덤덤했고늘 어린아이처럼 흥분하게 되는 비행기들에게도 아무 감정이 솟지 않았다. 기내식도 먹는 둥 마는 둥 했고,이젠 일상이 되어버린 맥주와 촌스러운 더빙으로 된 영화를 무심하게 쳐다보는 일 말고는그 어떤 감정으로도 동요하지 않았다.비행기 안에서 아무 메모도 남기지 않은 경우가 이번이 처음인 걸 보면 어지간했나보다. 그것은 타오위안 공항에 도착해 하기하면서 약간 전환국면을 맞았다. 오직 와이파이에만 관심이 있었던 나는 공항으로 들어설 때 맡은 이국적인 냄새와 발리에서 느꼈던 그것과 비슷한 습한 공기에 흥분했다. '다른 곳'에 왔다는 실감이 들자마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한자가 가득한 그 곳에서 짐 찾는 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