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회사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텅 빈 제주에서 한 달 살았을 때. 그 한 달의 마지막 날 저녁, 일몰을 보러 이호테우에 갔다. 이호테우 말모양 등대의 그 상징적이고 독특한 자태는 제주 생활의 종지부를 찍기에 괜찮은 풍경일 것 같았다. 이호테우는 제주시에 머물면서 곧잘 들렀던 곳이라, 가는 길은 익숙했다. 늘 타던 버스를 타고 해변 근처 정류장에 내려 터덜터덜 가볍게 걸어갔다. 날씨는 기가 막히게 좋았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즈음, 이호테우 해변에 도착했다. 2020년 4월의 제주는 데모 세상인가 싶을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는데, 이 날은 일몰이 괜찮을 거라는 소문이 돌았는지 어쨌는지, 어디선가 사람들이 홀연히 나타나 드문드문 서서 석양을 기다리기 시작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