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승리‘라는 작품이 있다. 16세기 피터르 브뤼헐이 그린 그림으로, 인간 세상이 끝장날 때는 마치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되는 풍경을 그렸다. 중세 아포칼립스라고 해야할까. 시장에서 물건을 팔던 사람, 친구들과 식사를 하던 사람, 싸우는 군인, 화려하게 차려입은 귀족, 사랑을 노래하는 연인, 그저 길을 걷던 사람 모두 죽었거나, 죽음을 앞두고 있다. 살아있는 것에 예외는 없다. 직업도 성별도 피부색도 차별하지 않는다. 나무는 베이고, 물고기는 뭍에 끌어 올려진다. 그들을 마지막으로 이끄는 이는 수많은 백골이다. 죽어 사라진 자에 의해 살아있는 모두가 종말을 맞이한다. 이 그림을 둘러싼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모두 동의하는 의미는 하나다. 메멘토 모리. 기억하렴,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