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대전광역시 공식블로그 | 2018년 11월 10일 |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에서는 '지역리서치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예술가의 발굴과 창작활동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대전을 소재로 하는 다양한 방식의 작업으로 대전의 예술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는데요.지난 11월 8일 '2018 지역리서치 프로젝트 결과 보고전'이 개막됐습니다. 저도 개막식에 참석을 했는데요.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소재에 대한 관심 때문인지 많은 관람객이 모였습니다.왼쪽부터>정윤선, 김재연, 권순지 작가. 최창희 대전문화재단 팀장, 박만우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이번 프로젝트에서 리서치를 한 지역은 대량학살이 이루어졌던 산내 골령골과 중촌동(정윤선 작가), 그리고 성매매 집결지였던 중동 일대(김재연, 권순지작가)였습니다. ▶ 멈춘 시간, 산내 골령골 / 정윤선정윤선작가는 도시공간 속에서 화려한 것만 보려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감춰지고 왜곡된 역사, 심지어는 추하고 참혹한 면이 있다며, 그것에 관심을 갖고 끄집어 내기 위해 '학살현장'을 조사했다고 합니다.작품활동에 대해 설명하는 정윤선작가처음에는 중촌동 옛대전형무소 자리에 대해서 알게 됐고, 이곳이 산내골령골과 함게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에 대한 대량학살이 자행된 지역임을 알게 됐다고 하는데요. 그 참혹한 역사의 현장을 추적함으로써, 피해자의 가족으로 살아온 당사자의 삶을 공유하기 위해, 문양자씨를 비롯해서 마을활동가를 만나 얘기를 듣고 역사적 자료를 찾았다고 합니다. 정윤선작 <산내 골령골>사진 오른족) 망루 - 남겨진 것이 말하는 진실에 대하여개막식에는 산내 골령골에서 아버지가 총살당했다는 문양자 씨도 참석했는데요. 그녀의 아버지 문상국씨는 1950년 말경 부역혐의자로경찰에 끌려가 대전형무소에 갇혔다가 1.4 후퇴 직후인 1951년 1월 14일 전후에 산내 골령골로 끌려가 총살당했다고합니다. 그녀는 아번 결과보고전을 연 작가와 대전시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개막식에서 문양자씨(오른쪽)문양자씨가 갖고 있던 아버지의 사진 석 장을 토대로 ‘2018 지역리서치 프로젝트’에 참가한 정윤선 작가의 3D프린팅 작업이 진행됐는데요. 이를 통해 정윤선 작가는 아버지의 입체 흉상을 제작했다고 합니다.<한국에서의 정치범 처형 보고서>와 현장사진 18장내 가슴에 간직한 아버지, 문상국<문양자의 부친 문상국>, 사진을 토대로 한 3D 재현전시작 중에는 정윤선작가가 문양자씨를 만나 인터뷰를 하는 영상도 있었는데요. 희생자 가족으로 살아온 지난했던 시절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 오히려 눈시울을 적십니다. 문양자씨 인터뷰 영상산내 골령골 학살사건 관련 아카이브 모음전시실 바닥에 영상으로. 2015년 산내 골령골 유해발굴 현장중촌동 및 산내 골령골 관련 인터뷰 및 영상자료들정윤선작가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선택적으로 발전해온 도시공간은 진실의 역사가 강압적으로 제거되기도 하고, 믿을 수 없는 인권유린도 자행돼 왔지요.한국전쟁 당시 참혹한 민간인 학살의 역사를 추적하고, 억울하게 희생당한 아버지를 가슴 속에 묻고 살아온 문양자씨(74)의 인터뷰를 통해 한 인간의 굴곡진 삶을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그럼으로써 인권의 가치와 평화의 소중함을 통해 이런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었습니다."고 말합니다.▶ 불난 집 / 콜렉트 (김재연, 권순지)왼쪽부터) 권순지, 김재연 작가김재연, 권순지 두 작가의 콜렉트팀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았던, 기록은 더구나 없었던 중동의 이야기를 모아서 시각화 했습니다.한때 성매매 집결지로 흥했던 적도 있지만, 사람들에게는 '성매매'라는 단어로 낙인찍혀 어떤 기록도 남아있지 않은 지역이 바로 중동인데요. 이 지역에 불이 났던 흔적이 있는, 성매매에 종사했던 여성이 방화를 했다는 소문만 떠돌던 집이 남아있는 것을 모티브로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콜렉트팀의 작품은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지하 1층 계단 아래와 두개의 전시실에 전시됐는데요.중동지역에서 모아진 이야기들을 권순지 작가가 기록을 하고, 그것을 김재연 작가는 사진으로 작업을 했습니다.소문(텍스트)두 작가는 중동의 ‘청춘다락’에서 활동을 하다가 할머니들이 남성들을 붙잡는 장면을 목격했고, 그곳이 굉장히 오래된 성매매 집결지라는 것을 알게 돼 리서치 작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리서치를 위해 방문했던 한 할머니의 집에 유난히 방이 많았는데, 알고보니 그곳에서 성매매가 이루어졌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해요. 흔적 (종이에 먹지 후 프린트) / 뒤쪽으로 보이는 액자는 (왼쪽부터) 터, 무제, 물감2, 무제, 연기1970년대에 화재가 났고, 불에 탄 흔적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집에 대해 이야기들을 모아서 시각화, 음성화하고, 텍스트로도 구성했는데요. 실제로 인터뷰했던 할머니의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작품 '등(Light)'에 대해 관람객에게 설명하는 김재연, 권순지 작가환대할머니의 방참혹한 역사와 삶의 아픔을 갖고 있는 산내 골령골과 동구 중동이 어떻게 예술적으로 표현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아픈 역사의 실체는 무엇인지 꼭 관람을 권합니다.== 2018 지역리서치프로젝트 결과보고전 ==전시장소 :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전시기간 : 2018년 11월 8일(목) - 16일(금)참여작가 : 정윤선, 김재연, 권순지관 람 료 : 무 료2018 대전광역시 소셜미디어기자 조강숙 By
대전광역시 공식블로그 | 2018년 10월 18일 |
봄부터 계절이 두 번 바뀌었습니다.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가버린 계절 가을.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받아들이며 또다시 겨울을 준비하는 지금처럼… 한 계절을 보내기 아까운 그 마음처럼… 지금이 아쉬운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이 표현해 놓은 흔적들을 보고 있노라니 아쉽고 또 설레는… 복잡한 그 마음을 맞닥뜨린 기분이 들었습니다. 4명의 예술가와 만난 친구들. 친구들과 만난 4명의 예술가. 분명 설익은 감을 베어 물었을 때의 느낌처럼, 기다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을 터…. 두 계절이 지난 지금은, 마주 호흡하며 감돌던 어색한 공기를 떨쳐버린 것 같았습니다.
▲D.N.A(Delight New Art) 전시는 2018년 10월 17일 오픈하여 10월 22일까지 열려있다. 장소는 대전 중구 문화동에 위치한 ‘엄마공간’ 카페 ⓒ 사진-김재연
▲D.N.A(Delight New Art) ⓒ 사진-김재연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사업의 일환인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이 인연이 되어 예술가들과 친구들이 만났습니다. 정재민 퍼실리테이터와 예술가 김재연, 노상희, 유혜림 그리고 ‘대전광역시교육청 여학생가정형Wee센터’ 학생들.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떤 것이 의미 있는 순간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고민했던 5월의 봄. 그 봄이 지나 6월로 접어든 여름엔 함께 즐겁게 할 수 있는 워크숍(스케치, 콜라주, 클레이 등)을 진행하며 서서히 가까워졌습니다.
▲D.N.A(Delight New Art) ⓒ 사진-김재연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된 작업을 통해 보다 밀도 있는 관계를 형성해 나갔습니다. 각 예술가와 3-4명의 학생들이 팀을 꾸려 진행된 작업들은 작품 완성보다 그 과정에 의미를 두었으며, 작품들은 사진, 회화, 콜라주, 스케치 등 평면작품 위주로 다양하게 구성했습니다. 각자 스타일에 맞는 개별 작업을 진행하기도 하였고, 팀별로 하나의 작품을 목표로 작업했습니다.
▲D.N.A(Delight New Art) ⓒ 사진-김재연
6개월간 함께 호흡한 예술가들과 친구들은 두 가지 결실을 맺었습니다.
“언제 또 볼 수 있어요? 작업실 놀러 가도 돼요?”
▲D.N.A(Delight New Art) ⓒ 사진-김재연
작품과 전시로 드러낼 수 있는 결실을 맺은 친구들에게 만감이 교차했나 봅니다. 기쁨, 설렘, 자신감, 아쉬움… 그 아쉬움 속의 또 다른 아쉬움. 그건 보이지 않는 또 다른 결실입니다. 전시된 작품을 통해 6개월의 시간들을 표현해 냈다면, 그간 말로… 행동으로 표현하지 못한 친구들의 마음을 전하는 순간이 온 것이죠.
두 번째 결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시선. 따뜻한 시선이 오가는 그 풍경으로 인하여 일상 속 얼어붙은 마음도 풀리는 기분이었습니다.
▲D.N.A(Delight New Art) ⓒ 사진-김재연
친구들의 입꼬리를 잠시나마 올라가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과연 예술의 힘만으로 가능했던 것일까요. 정성스러운 6개월의 시간이 있었고, 사람이 품어주는 온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6개월은 각자의 재능과 소질을 발견할 수 있었고, 또는 도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D.N.A(Delight New Art) ⓒ 사진-김재연
초등학생 때 이후 글을 쓰지 않았다는 김아영 학생은 지금 중학교 3학년입니다. 자신이 작업한 글과 그림이 전시장에 걸려 있으니 더 새롭고 뿌듯하다는 속마음.
“앞으로도 계속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싶어요.”
김아영
내가 처음 본 바다는 굉장히 신기했다 왜냐하면 처음느껴보는 바다의 짠 냄새와수영을 하겠다고 했다가 먹은바닷물이 굉장히 짜고 신기했다 그리고게도 굉장히 신기해서 삼촌에게 잡아달라고했고 불가사리도 보았다 그리고 밤에 본바다는 굉장히 아름다웠다수많은 불빛들이 바다 위에 비춰져서 마치굉장히 많은 보석들이 뿌려진 것 같았다그리고 밤하늘을 빼곡히 채운 별들도 너무나 예뻤다 꼭 한여름 밤의 꿈 같았다잊지 못할 꿈
DNA(Delight New Art) 전시는 2018년 10월 17일 오픈하여 10월 22일까지 열려있습니다. 장소는 대전 중구 문화동에 위치한 ‘엄마공간’이라는 아늑한 카페 공간. 아직 따뜻한 기운이 살짝 감도는 가을볕 마주하며 친구들과 예술가들의 시공간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D.N.A(Delight New Art) 는 4명의 예술가와 학생들이 만나 함께 작업하여 일군 작품들의 전시이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정재민 퍼실리테이터와 예술가 김재연, 노상희, 유혜림 그리고 ‘대전광역시교육청 여학생가정형Wee센터’ 학생들이 함께했다.
-전시기간: 2018.10.17-10.22
-전시장소: 대전 중구 문화동 284-4 2층 엄마공간
By
대전광역시 공식블로그 | 2018년 10월 12일 |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에서는 10월 11일부터 '333, 낮/밤'이라는 제목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는 시각예술 작가들에게 일정기간 주거와 작업공간을 지원하는 곳으로 올해 개관 5주년을 맞았습니다. 제5기 입주예술가들이 올 초에 입주해 작품활동을 해왔는데요. 국내 예술가 고재욱, 박용화, 서소형, 성정원, 정유미 등 5명. Shomokogawa Tsuyoshi와 Akiko Nakayama, Tobias Brembeck 등 3명의 국외 예술가가 입주해 창작활동을 하면서 차례로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벚꽃이 필 무렵.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2018 프리뷰전☞ 비인간적 동물원. 박용화 개인전☞ 나 여기 편히 잠들길. 서소형(혜순) 개인전☞ For Workers. 고재욱 개인전☞ 끼워 맞춘 달. 성정원 개인전☞ CURVE. 정유미 개인전이번 전시회 제목 중 333은 작가들이 입주한 1월 16일부터 기간이 끝나는 12월 14일까지의 날짜 333일 뜻합니다. '낮/밤'은 그 기간동안 밤낮없이 작품활동에 매진해 이루어낸 성과물을 전시한다는 의미라고 하네요. 이번 전시회는 그 활동을 총결산하면서 작가들의 스튜디오를 개방하는‘하반기 오픈스튜디오 및 전시회’인데요. 저는 첫날인 10월11일(목) 개막식에 참석해, 작가들의 그동안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2018 하반기 오픈스튜디오 및 전시 '333, 낮/밤' 개막식에는 길공섭 대전문화원연합회장과 노덕일 대전중구문화원장, 김의정 미룸갤러리 관장 등 관련분야 내빈과 대전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는데요.지난 9월 취임한 박만우(동천)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대전문화재단과의 첫 인연이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였다"며 "입주작가들의 작품수준이 놀랍고, 이런 레지던시 운영을 통해 젊은 작가들을 지원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또 앞으로 재단에서는 지원을 확대해 예술가 뿐 아니라 대전시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데 힘쓰겠다고 했습니다.박동천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개막식 사회를 맡은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최창희 팀장은 이번 5기 입주작가들이 역대 최고 경쟁률을 통해 선발됐다며 작가들을 소개하고, 작가들은 전시된 작품과 그간의 작품활동에 대해 짤막한 인사를 했습니다.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제5기 입주예술가들(왼쪽부터) 고재욱, 박용화, 서소형, 성정원, 정유미, 토비아스 브렘백 작가.▶ 작품전시회고재욱 작가는 개인의 감정 및 관계에서 생긴 현상과 관련된 설치 및 영상 작품을, 박용화 작가는 불안감을 주제로 한 회화 및 설치 작품을, 서소형 작가는 환경적인 사운드 표현을 한 설치작품을 전시했습니다. 고재욱 작가의 전시작박용화작가의 전시작서소형작가의 전시작또, 성정원 작가는 공간에서 느끼는 감성을 표출한 영상과 설치 작품을, 정유미 작가는 심리적인 경계를 관찰자적 시점에서 바라본 회화 작품을, 토비아스 브렘백 작가는 고정돼 있거나 움직이는 사물에 대한 설치작품을 전시합니다.성정원작가의 전시작정유미 작가의 전시작토미아스 브렘백 작가의 전시작▶ 오픈 스튜디오작가들의 간단한 작품활동 및 소감발표에 이어서, 센터 2층에 있는 작가들의 주거 겸 창작 공간인 스튜디오를 방문했습니다. 여섯 작가들의 스튜디오는 그야말로 6인6색. 작가들의 작품활동 과정과 전시되지 않은 더 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또 작가의 성격도 살짝 엿볼 수가 있네요.스튜디오는 10월 14일(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됩니다.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5기 입주예술가들의 스튜디오▶ 에코백에 작가 작품 프린트 체험전시기간 작품관람을 하고 '전시회 및 센터 이용 만족도'에 대한 설문지를 작성해 제출하면, 입주작가들의 작품 중에서 골라 에코백에 프린트를 해서 가져갈 수 있습니다.저는 정유미 작가의 작품을 고르고, 작가님과 기념 인증샷도 찍었습니다. 실크스크린으로 테미 입주작가의 작품을 프린트 한 에코백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333, 낮/밤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입주작가 전시회전시기간 : 2018.10.11(목)~10.19(금) 10시~18시오픈스튜디오 : 2018.10.11(목)~10.14(일) 11시~17시장 소 :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아트라운지 & 스튜디오참여작가 : 고재욱, 박용화, 서소형, 성정원 정유미, 토비아스 브렘벡관 람 료 : 무료관람문의 : 042-253-9810~132018 대전광역시 소셜미디어기자 조강숙
By
대전광역시 공식블로그 | 2018년 9월 7일 |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5기 입주작가인 정유미의 개인전이 9월 14일까지 열립니다. 전시 제목은 'CURVE'인데요. 제목대로 정말 모든 작품들이 curve 곡선으로 표현됐습니다.
저는 작품을 본격적으로 감상하기에 앞서 정유미 작가를 만나 전시회 컨셉과 작품의 의도 등을 들어보았습니다.
정유미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5기 입주작가)
전시된 회화와 드로잉, 설치 작품들은 구체적인 형상을 나타내기보다, 추상적인 요소들이 부각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추상적인 그림에서 어떤 구체적인 사물이나 장소 같은 게 떠오르던데요. 보는 사람마다 각각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겠지요. 이게 추상미술 감상의 묘미가 아닌가 합니다.
▶ N-Drawing 시리즈
자그마한 액자 속에 24개의 시리즈로 담은 은 2016년 2달간 노르웨이 레지던시에 머무르며 제작했다고 하는데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웅장했던 그곳의 자연 속에서, 이전과는 많이 다른 작품이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그동안은 무의식적으로 경계심 같은 막을 치고 살았고, 작품활동에 있어서도 '커튼, 막'과 같은 '눈에 보이는 가리는 것'을 많이 보려고 했다면, 웅장한 자연 속에서 지내면서 이 때부터는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네요. 내 안의 막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막을 허물려고 했고,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들을 표현하고자 했다고요.
N-Drawing (2016) 시리즈
그래서 그림 하나하나가 구체적인 사물이 아니라, 경험에서 나온 감정과 마음으로 느끼는 신비로움을 상상한 그림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막이 아니라, 막을 어떻게 허물 수 있을지에 집중했다고 합니다.
24개의 작품 중 베어내고 남은 나무밑둥, 그리고 모눈종이에 금색, 은색의 가느다란 와이어로 바느질을 한 작품, 노르웨이 잡지로 만든 콜라주가 특이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콜라주는 정유미작가가 "읽을 수 없는 노르웨이의 잡지를 색종이로 활용했다"고 하는군요.
N-160514. 종이에 콜라주
작품 하나하나가 작가의 어떤 마음, 어떤 상태를 나타내고 있을지 상상하면서, 그 그림을 볼 때 나는 어떤 마음인지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 Blue Drawing
Blue Drawing
전시실 천정에 S자로 설치된 레일에서 바닥까지 찰랑찰랑 늘어진 설치작품은 Blue Drawing인데요.
이번 전시회에는 드로잉 뿐 아니라 다양한 내용을 담고 싶어 제작했다고 합니다. 정유미작가는 2014년까지 병풍이나 버티컬 작업을 많이 했었다고 해요. 작품에 사용한 재료는 푸른색 낚시줄이라고 하는데요. 무려 20,000 m의 감겨있는 낚싯줄을 일정한 길이로 자르고 일일이 펴서 늘어뜨리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는, 모호하게 가려진 듯 혹은 열린 듯한 반투명성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해요. 전시장에서는 드로잉과 회화 작품 사이에 설치된 이 작품 사이를 젖히고 지나갈 수 있어요.
이쪽과 저쪽의 경계, 서로 다른 작품세계로 구분되지만 서로 보이기도 하고 자유롭게 오가기도 하는, 가느다란 줄들을 drawing이라고 했네요.
정유미 작가는 지난 3월 서울 '갤러리 밈'에서 전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 속에 존재하는 심리적 경계를, 어떤 사물을 떠올릴 수 있는 가시적인 하얀 덩어리들에 빗대어 표현했었는데요. 이번 전에서는 추상적으로 나타납니다.
▶ White Wind
작가가 'White Wind'라고 제목을 붙인 그림은 색깔도 모양도 없는 '바람'을 표현한 겁니다. 노르웨이에서 보냈던 길지 않은 시간이, 정유미 작가에게는 갖고 있던 많은 것을 허물어뜨렸던 시간이 되었는데요. 당시에 경험했던 바람의 느낌을 눈에 보이게 표현을 할 때 이렇게 하얗고 푸르른 곡선들로 나타내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구름이나 파도, 얼음 등을 떠올렸는데요. 눈에 보이는대로, 역시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만을 생각했던 거지요. 하지만 그것 또한 감상하는 자의 자유니까요. 정유미 작가 역시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의 마음에 맡기고 싶다고 하네요.
White Wind
왼쪽부터 Slow Curve, Curve, White Wind
정유미 작가의 이번 작품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작가의 경향이랄까 기법의 변화를 볼 수 있어요. 초기에 비해 점점 갈수록 섬세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왼쪽부터) Cornerstone, Soft Stage, Slow Curve
정유미 작가는 회화 작품들은 먼저 어두운 색을 칠하고 그 위에 점점 밝은 색을 덧칠해주는 화법을 쓴다고 말합니다. 이런 방식은 작가가 동양화를 전공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알고보면 어떤 부분은 몇 켜의 물감이 덧칠해진 거지요. 한올한올 굉장히 섬세해서 물어보니 한올한올 그린 건 아니라고 해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섬세한지 감탄스럽습니다.
▶ Whispering Wind, Floating Wind, Recovered mind
(왼쪽부터 ) Whispering Wind, Floating Wind, Recovered mind
물 위에 떠있는 부표를 빨간 원으로 나타낸 두 작품은, 노르웨이의 피요르드 해안 아주 조용한 공간에서 붉은 부표들이 가까워질 듯 멀어질 듯 서로간의 간격을 유지하는 모습이, 사람들이 서로의 관계에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왼쪽부터) Floating Wind, Recovered mind
저는 절벽 위로 떠오르는 풍선을 생각했는데요. 작가나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게 당연하지요. 제가 둥둥 떠오르고 싶은 마음이었나 봐요.
정유미 작가의 개인전은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제5기 입주작가들의 릴레이 개인전 중 5번째로 열리는 것으로, 지난 프리뷰전과 박용화작가, 서혜순작가, 고재욱작가, 성정원작가에 이어 국내 작가들의 개인전으로는 마지막입니다.
☞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5기 입주작가 프리뷰전
☞ 박용화의 <비인간적 동물원>
☞ 서혜순의 <나 여기 편히 잠들길...>
☞ 고재욱의
☞ 성정원의 <끼워 맞춘 달>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크기가 큰 작품은 181.8㎝ x 227.3㎝나 되는데요. 아무래도 캔버스가 크면 작품제작에 힘이 많이 든다고 해요. 발받침대를 이용해 오르락내리락 하기도 하고, 멀리 떨어져서 확인하는 과정 등, 특히 올여름은 기나긴 폭염으로 더욱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은 했지만요. 정유미작가는 테미예술창작센터가 작업을 하기에 환경이 정말 좋아서, 더위도 잊고 작품에만 몰두했다고 합니다.
어느덧 폭염은 물러가고 선선한 가을바람 부는 테미에서, 노르웨이에 온 듯 피요르드의 시원한 바람과 포말을 느껴 보세요.
= 정유미 개인전 / CURVE =
일 시 : 2018년 9월 6일(목) - 14일(금) 10:00 - 18:00
(전시기간 중 휴관 없음)
장 소 :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관 람 료 : 무 료
관람문의 : 042-253-9810∼13
2018 대전광역시 소셜미디어기자 조강숙
zoomtr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