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스무 살 때였다. 엄마 아빠가 세탁소에서 늘 틀어 놓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새 코너를 만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도시락을 보내세요, 특명, 도시락을 배달하라!' 누나는 4남매를 키워내는 엄마아빠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담아 정성스레 사연을 보냈고, 놀랍게도 그 첫 회에 당장 당첨이 됐다. 고급 중화요리를 세탁소로 보내주기로 했는데, 첫사랑에 빠져있던 똥멍청이 아들은 그게 어떤 자리인지도 모르고 먹성 좋았던 여자친구를 가게로 데려갔다. 사연이 뭐였는지, 엄마 아빠, 그리고 누나들이 어떤 마음이었는지 등은 나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였다. 그저 맛있는 음식을 여자친구에게 먹여주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리고 돌이켜 보면, 그 후에도 꽤나 오랫동안 그게 어떤 자리였는지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방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