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특색이 있는 작품은 아니다. 서울 여자와 강릉 남자의 사소한 관계에서 시작되는 이 영화는, 엔딩까지도 두 사람 사이에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3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두 남녀는 안정된 직장이 있고 각자의 삶의 패턴이라는 것이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게다가 두 사람은 자신의 삶의 패턴에 이미 적응되어 있고, 그 패턴을 즐기며 사는 사람들이다. 혼자서도 충분한 사람들이라는 것. 굳이 또 다른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는 것. 아무런 진전이 없는 남녀 관계라면 무엇하러 영화로 만들었겠느냐. 하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어도 이 영화는 참 흥미롭다. 영화는 각자의 삶을 즐기는 그들의 일상을 조용히 응시할 뿐이지만, 이 일상이라는 것이 참 흥미롭다는 것이다. 다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