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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 공식블로그 | 2019년 3월 23일 |
동네 책방, 독립서점, 동네 서점. 붙여지는 이름도 다양하고, 그 공간 내 책들의 세계도 알록달록합니다. 책을 사려는 이들로 매일 문전성시까지는 아니더라도 각각의 책방이 지닌 정체성에 그곳을 찾는 이들이 분명 있습니다. 출판계가 불황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지역에 살아남아 있는 그 작은 공간들. 대전 곳곳에도 독립 책방이 있습니다. 공간을 수놓은 책들 속 내밀한 사연을 읽어내듯 들려주고 싶은 대전 독립 책방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인터뷰 기반의 연재기사입니다. -권순지
ⓒ구모카페&구름책방
“책방 일을 하고 싶어서 시작한 건 아니에요.”
ⓒ구모카페&구름책방
흘러나온 의미심장한 말. 그날도 책방 서가를 눈으로 훑다가 어느 작가의 신작 에세이를 발견하곤 ‘구름책방스럽다’고 떠올렸던 참이었습니다. 구름책방의 오늘이 처음과 변함없이 좋은 이에게 책방 운영자의 ‘하고 싶어서 시작한 게 아니다’라는 그 말은 좀 낯설었습니다. 진정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한 개개인의 움직임이 사회 전체로 퍼져 나가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대표적 사례가 독립 책방 붐 아니었던가.
사는 동네에 독립서점이 생겼다는 이유 하나로 마을을 떠나고 싶지 않은 감정이 문득 일어났던 날들. 집에서 나와 큰길 건너 책방에 가기 위해 마음먹은 순간부터, 도착하기 100여 미터 전부터 넘실대곤 했던 그간의 낭만이 무색해지고 얻은 것은 의문.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흐름을 타고 등장한 책방 열풍 속에서 구름책방은 과연 무엇을 진짜 원했던 것인지.
ⓒ구모카페&구름책방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을 도우면서 마을 안에서 어떻게 영향을 주고 생활할 것인가. 그게 저희가 마을에 와서 이일을 하는 근본적 이유이다 보니까… 공간을 꾸려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마을과 소통하는 방식을 지혜롭게 이어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구모카페&구름책방
몇 년 간 대동 아이들이 제한 없이 드나들 수 있도록 열어 두던 공간은 2017년 봄, 그림책과 인디 서적 등의 테마를 입어 ‘구름책방’이란 이름을 얻었습니다. 요란스럽게 드러내지 않고도 마을 안에서 묵묵히 일상을 이어가는 것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 조각구름 식구들이 카페에 이어 꾸린 두 번째 공간인 책방 역시 마을 아이들과 가까이 있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이후 2018년 8월, 동네를 벗어나지 않은 새로운 공간으로 이전한 뒤 조금 다른 형태로 꾸리게 된 책방. “수익을 고려하지 않고 마을을 위해 좋은 콘텐츠를 소개하는 차원으로 시작했던 책방 운영이 어려워졌다.” 이렇게 언급할 만큼 지속 위기를 겪다 새로운 실험을 하게 된 것. 책방은 책을 판매하는 것 이상의 근본적 가치를 이어가기 위해 ‘카페이면서 책방일 수 있는’ 작지만 조화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구모카페&구름책방이라는 이름으로.
ⓒ구모카페&구름책방
녹록지 않은 현실로 인해 실제 많은 책방들이 지속가능성을 위한 새로운 방식들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개인의 취향을 책방 안에서 실험한다’는 목적의 한계를 넘어선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 책과 함께 다양한 요소들을 접목시켜 전시, 공연, 플리마켓, 각종 소모임, 강의 등을 비롯한 형태로 공간 역할을 확장시킨 책방은, 수익창출 매개 역시 ‘책’만이 아닌 음료나 또 책방과 어울리는 다양한 소품들로도 확장했습니다. 자연스레 책방 공간을 소비하는 이들도 ‘책’과 더불어 다양한 문화 예술 콘텐츠를 욕구하는 현상을 일으키게 되기도.
ⓒ구모카페&구름책방
“이 공간에 오기까지의 과정들이 있잖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카페와 책방을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오는 길에 펼쳐지는 이야기, 공간에 와서 음료만 마시고 가는 것만이 아니라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는 것까지. 모든 시간을 기대하고 오는, 자기 일상의 좋은 영감을 얻고 가는 그런 복합적인 공간이 되는 거죠. 그렇게 생각한다면 공간을 음료 파는 곳, 책 파는 곳. 그렇게 업종으로 분류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구모카페&구름책방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양쪽에 서가를 끼고 마주하는 주문 테이블. 오픈형으로 분리된 공간으로 넘어가면 마당과 골목을 향해 나있는 기다란 창과 옹색하게 자리 잡고 있지 않은 각각의 목재 테이블. 또 다른 감각을 자극하는 드립 커피의 향, 조명, 소품. 읊조리듯 조용히 대화를 이어가는 몇몇의 손님들. 그리고 사람을 잘 따르는 고양이까지.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를 위해 카페와 책방은 일종의 ‘연출’이라고 말하는 곳. “마을 아이들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같이 걸어 나가는 것에 의미가 있다.” 묵직한 이야기를 파고들며 둘러본 공간은 요소마다 헐렁한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신중함과 작지만 의미 있는 공간을 꾸리기 위해 고민했을 치열함이 동시에 묻어났습니다.
ⓒ구모카페&구름책방
“일정하게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우선 인건비가 나와 생활을 할 수 있어야 마을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후원할 수 있는 재정 확보로도 이어질 수 있는 거니까요. 이곳에 와 공간을 꾸리기 전부터 대동 아이들을 매주 만났고, 벌써 5-6년쯤 됐네요. 대동에 사는 모든 아이들을 환영할 수 있는 여력은 아니지만 앞으로 길면 10년, 15년까지 마을 안에서 지금 함께하고 있는 아이들의 삶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아요.”
ⓒ구모카페&구름책방
조각구름(카페조각구름+구모카페&구름책방+구름식당) 식구들은 마을 초등학생 어린이들과 중고등 청소년·청소녀 아이들과의 공동체를 매주 정기적 모임을 통해 지속하고 있습니다. 성경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사람이 사람에게 향하는 사랑, 좋은 성품 등 마을의 좋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인생의 중요한 것들.
ⓒ구모카페&구름책방
“그 아이들이 크면 자기들의 역량에 맞춰서 또 하겠죠. 저희처럼.”
ⓒ구모카페&구름책방
다음 세대로 대물림 될 가치를 기대하는 마을의 공간들을 꾸준하게 종종 돌아봅니다. 책을 사고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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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 공식블로그 | 2019년 2월 25일 |
동네 책방, 독립서점, 동네 서점. 붙여지는 이름도 다양하고, 그 공간 내 책들의 세계도 알록달록합니다. 책을 사려는 이들로 매일 문전성시까지는 아니더라도 각각의 책방이 지닌 정체성에 그곳을 찾는 이들이 분명 있습니다. 출판계가 불황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지역에 살아남아 있는 그 작은 공간들. 대전 곳곳에도 독립 책방이 있습니다. 공간을 수놓은 책들 속 내밀한 사연을 읽어내듯 들려주고 싶은 대전 독립 책방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인터뷰 기반의 연재기사입니다. -권순지
ⓒ가까운책방
거침없는 걸음으로 공간에 들어서기보다는 조금은 더 조심스럽게 발자국을 떼었을 때 구석구석 제자리를 찾아 내려앉은 책들이 들여다보이는 곳. 대흥동의 작은 공간은 버려지지 않고 책으로 살아남았습니다.
어쩌다 보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책방까지 운영하게 되었다며 거리낌 없이 말하는 '가까운 책방' 김신일 대표. 책방 운영자이기 전에 목회자이기도 한, 좀처럼 겹쳐서 볼 수 없는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
ⓒ가까운책방
2017년 11월 처음 문을 연 가까운 책방은 그래픽노블 전문 서점으로는 대전에서 유일합니다. 대형서점에서 큐레이션 하지 않는 다양한 그래픽노블을 주연으로 두고, 소설이나 에세이, 시집 등도 주변에 자리합니다. 삶을 깊이 있게 통찰하는 작가의 다양한 예술적 언어에 모두 애정이 간다는 책방 운영자의 이야기에 눈과 귀가 함께 열렸습니다.
ⓒ가까운책방
어깨동무, 소년중앙, 새소년 등의 어린이 교양 월간지에 실린 만화를 챙겨보고 다음 호를 기다렸던 어릴 적 추억을 돌이켜보면 만화는 흥밋거리였다는 책방 운영자. 이후 그래픽노블을 만나면서 그림과 결합한 작가의 철학과 세계관이 담긴 기록에 빠져들게 되었다는데요.
'제시이야기' 독립운동가부부의 육아일기 ⓒ가까운책방
'그해 봄' 인혁당 사형수 8명의 이야기 ⓒ가까운책방
책방 운영자는 공간의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그래픽노블 서적을 두고 ‘착하다’는 표현을 했습니다. ‘사회 참여적인’ 그런 착한 만화들을 보기 시작하면서 만화라는 장르에 대한 자신의 시야가 확장되었다고 말이죠.
덕분에 목회 활동을 하면서도 근현대사나 사회이슈를 다루고 있는 만화를 매개로, 현 사회문제에 관해 청년들과 소통하는 것이 조금은 더 편해졌다는 이야기도 전했습니다.
'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증언 ⓒ가까운책방
‘그래픽노블’이란 용어는 본래 ‘만화’에 대한 코믹적 편견을 깨기 위한 시도였고, 마블 코믹스에서 나온 히어로물들이 고급 브랜드화된 그래픽노블 장르의 힘을 빌어 인기를 구가했습니다. 그림과 소설의 중간 형태라 칭하는 것. 책방 운영자는 그래픽노블에 대해 ‘그림소설’이라는 다소 친숙한 용어로 접근할 수 있으며 ‘스토리가 있는 작가주의 만화’라는 매력에 주목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1992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그래픽 노블: 독일 만화가 아트 슈피겔만의 '쥐' ⓒ가까운책방
“그래픽 노블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아하는 작가도 생기고… 마치 전작주의처럼, 그 사람이 출판한 모든 이야기는 다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거든요.”
ⓒ가까운책방
바람이 있다면 월세만 나와도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공간에서 이런저런 일들을 쉬지 않고 벌였습니다.
2018년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 서점 지원사업’을 통해서는 ‘시’와 ‘문학 영상’ 강좌를 했고, 그래픽노블을 주제로 중학교 자유학기제에서 두드림 독서 프로그램 강좌도 진행했습니다. 청소년 책 읽기 소모임을 통해서는 청소년들과 8주 동안 문학, 비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4권의 책을 읽기도 하였습니다.
ⓒ가까운책방
“유럽에 있는 작은 책방들이 오랜 세월 유지해올 수 있는 것은, 그 사회가 책방을 지역의 사회·문화적 자산으로 본다는 이유죠. 사실 그건 돈이 드는 일이거든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고요. 우리나라도 지역마다의 서점, 작은 책방들이 문 닫지 않도록 지원해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가까운책방
책과 그 가까운 것들의 중간에서, 책방은 그렇게 1년을 넘기며 불을 밝혔습니다. 다소 흔들릴지언정 담담하게.
ⓒ가까운책방
올해는 3.1 운동 100주년 기획으로 선정한 그래픽노블 작가 두 분을 가까운 책방에 초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상해 임시정부에서 결혼하여 아이를 낳았던 독립운동가 부부가 번갈아가며 쓴 육아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제시 이야기>의 박건웅 작가. 그리고 위안부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을 담은 <풀>의 김금숙 작가. ‘역사는 그 시간을 기억하는 다음 세대를 위해 존재한다.’
책 '제시 이야기'의 한 추천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기록들의 존재를 알리는 일, 역사가 현세대와 분리되지 않는 일. 여기 가까운 책방이 하고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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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 공식블로그 | 2019년 2월 5일 |
동네 책방, 독립서점, 동네 서점. 붙여지는 이름도 다양하고, 그 공간 내 책들의 세계도 알록달록합니다. 책을 사려는 이들로 매일 문전성시까지는 아니더라도 각각의 책방이 지닌 정체성에 그곳을 찾는 이들이 분명 있습니다. 출판계가 불황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지역에 살아남아 있는 그 작은 공간들. 대전 곳곳에도 독립 책방이 있습니다. 공간을 수놓은 책들 속 내밀한 사연을 읽어내듯 들려주고 싶은 대전 독립 책방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인터뷰 기반의 연재기사입니다. -권순지
ⓒ 도어북스
“저는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상승선을 탄 적이 없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책방을 하게 된 시점부터는 저 스스로 계속 상승선이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
ⓒ 도어북스
도어북스 대표 박지선 씨는 디자인 작업을 겸하며 책방을 운영합니다. 사람과 관계 맺는 것이 쉽진 않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 그는 책방이라는 공간을 매개로 관심 갖게 된 이들을 통해 새로운 자극과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했습니다.
“독립출판물 정말 사람 냄새난다.”며 조심스레 꺼낸 가물가물한 기억들은 전부 따뜻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입고되는 다양한 독립출판물들은 하나같이 책이라는 물성을 넘어선 창작자의 정성이라고.
ⓒ 도어북스
잡지사 디자이너로 일하다 퇴사 후 원도심 거리를 뒤져 도어북스가 있을만한 곳을 찾아냈고 이후 5년. 욕심 없이 유지해왔지만 요즘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파트너를 찾아 함께 일하는 것입니다. 회사 일에 치이며 일상에 의문을 제기하다 시작하게 된 책방 일은, 스스로 찾아내고 싶었던 의미 있는 일이자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일이었습니다.
ⓒ 도어북스
“그때는 독립출판물이 많지는 않았어요. 저는 서울뿐만이 아닌 지역 청년들도 자유로이 창작활동을 할 수 있으려면, 그런 창작활동을 지지해줄 수 있는 생각의 쉼 같은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창작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공간… 지역에서 독립출판물이 꾸준히 나오고, 또 이곳에 입고되는 타 지역의 다양한 독립출판물들을 통해서도 창작 아이디어를 교류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된다면 좋지 않을까.”
ⓒ 도어북스
책방 공간 내부, 최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자리에 지역 청년들이 만든 잡지, 일러스트북 등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건, 지역 창작자들을 위해 ‘독립출판’의 길을 열어보고자 했던 박지선 디자이너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풍경이었습니다.
ⓒ 도어북스
꾸준히 들여다보고 싶은 곳. 흐름을 발 빠르게 뒤쫓지 않아도 진부하지 않은 곳. 도어북스의 존재로 인해 지나치기 쉽지 않았던 원도심 거리를 종종 걷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는 어떤 이는 원도심과 도어북스가 ‘결’이 같다고 표현하기도 하였습니다. 따뜻한 햇살을 그대로 받으며 걷다가 움츠러들었던 마음을 발칵 열고 들어가게 되는 그런 책방. 주춤하게 하는 겨울의 한기를 누르고 책방 문을 여는 순간 어떤 반가움이 닥칩니다.
ⓒ 도어북스
반가움이라 하면 이런 것들입니다. 공간마다 어김없이 자리를 채운 책, 엽서, 그림, 사진, 포스터 등 종이로 창작할 수 있는 수많은 그것들. 바깥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고 여기게끔 하는 투명한 창, 다 채우지 않고 비워둔 너른 테이블. 매끄럽지 않은 콘크리트 벽까지도. 반가운 그것들을 마주하며 도어북스를 떠올리게 하는 그 ‘결’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았습니다.
ⓒ 도어북스
찾아주는 사람들에 의해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공간이라며. 그 관계로 인한 온기가 공간을 채우는 중요한 힘이라고. 오랜 단골이자 책방 인턴을 했던 어떤 이는 도어북스만의 그 결에 대해 ‘편안함’이라고 말했습니다. 편안함. 낯선 곳에서 신경 곤두세우고 있다가 책방에 와 안도하며 책장을 넘겨보는 그 순간이 좋은, 그런 공간이라고 말이죠.
ⓒ 도어북스
출산 후 육아와 병행해야 하는 책방 일이 버거워 금, 토만 운영하던 와중에 반가운 일도 있었습니다. 책방 단골이었던 수능을 마친 고등학생이 도어북스에서 책방 일을 경험해보고 싶다며 찾아왔고, 2월 한 달간 박지선 디자이너가 나오지 못하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공간을 지키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뜻하지 않게 생긴 감사한 제의는 도어북스가 올해 시도하게 될 운영 계획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습니다. 공간을 찾는 사람들에 대한 도어북스만의 감수성을 살려 공개 모집한 셀렉터를 통해 매달 입고될 책 일부를 선정하고, 참여한 셀렉터에게는 책을 선물하는 기획이 예정되어 있다는데요. 참여형 북 큐레이션은 도어북스가 원했던 파트너. 그러니까 좀 더 새로운 형태의 파트너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볼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도어북스
디자이너로서 디자인적으로도 충실한 독립출판물들을 눈여겨보고 있다는데요. 조금은 정체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특별한 독립출판물을 찾아내어 공간에 들이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창작자들의 고충을 별것 아닌 일로 치부하지 않는 그런 사려 깊은 사람이 운영하기에 가능한 것. 이미 성큼 다가온 것 같았습니다. 독립 창작자들과 도어북스의 조금 더 따뜻한 미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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