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도 달님이 날카롭고 창백한 은빛으로 빛나는 것을 몇 번이나 보았다. 그러나 오늘 본 보름달은 밤하늘에 올라선 태양처럼 당당하고 충만했다. 북유럽 미녀의 머릿카락같이 아주 연한 금빛을 띄고 있지만 따스하고 자신감이 넘쳤다. 휘영청 환하게 밤하늘을 밝히는 보름달은 서울하늘에서 보던 것보다 더 큰 것 같았다. 밤하늘에는 맥주 거품같은 구름이 얇게 깔려있고 그 너머로 굵직한 별들이 박혀서 입체감 이 느껴졌다. 토바 호수는 거대한 사발에 가득 부어진 청주처럼 잔잔하게 일렁였다. 선덱에 누우면 머리 위 야자수잎 너머로 별들이 반짝이고 고개를 들면 햇님같이 당당한 달님이 눈부셨다. 호수엔 달빛을 닮은 금색 비늘이 한 줄로 길게 늘어섰다.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밤하늘이었다. 그러나 멀리 보이는 별빛이 촛불처럼 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