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바트는 추웠다. '쌀쌀하다'고 표현하기에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매서웠다. 하기야 호주 최남단인 태즈메이니아 섬의 도시이고 바다 저 남쪽으로는 남극밖에 없을테니 추울만도 했다. 하늘은 흐렸고 갑갑할 정도로 무겁게 보이는 회색 뭉게구름이 그나마 가끔씩 비추는 해를 가렸다.아, 무슨 여행할 때마다 날씨가 이 모양인가. 피곤했다. 아버지를 닮아서 그런가. 내가 어릴 적에 아버지의 별명은 '비를 몰고 다니는 남자'였는데, 우리 가족이 여름휴가를 갈 때마다 폭우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동해이건 남해안이건 지리산이건 태풍이 오건 상황을 가리지 않고 비는 무조건 내렸다. 일주일동안 비가 오지 않는다는 예보도 무시하고 비는 내렸다. 우리 가족이 가는 곳에 호우 경보가 내렸고 심지어 대피지역이 되기도 했다. 그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