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으로 오는 철도에 탄건 두시 반이 다 돼서였다. 오전부터 여러가지 일에 쫓겨서 허겁지겁 전철을 탔고 타고 나서도 안도가 되기는 커녕 뭔가 중요한 걸 빼놓지 않았나, 뭔갈 정리하지 못하지 않았나 하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나의 삶이 엉망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관계를 중요시 한다 말하면서도 관계에, 정작 나와 아주 가까운 관계들에 소흘했고, 그래서 의존했고 또 삶을 가볍게 만들어가고 싶다고 하면서도 넘쳐나는 나의 짐들에 짓눌렸다. 짐의 양도 문제였지만 내가 어느 곳에 관심을 두고 있고 어떻게 그 짐들을 짐이 아닌, 그저 내 소유가 아닌 쓰이는 물건들로, 함께 쓰는 물건들로 만들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부족했음을 절감했다. 그런 반성이 아니고서야 겨우 수개월에서 일년을 떠나면서도 이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