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결국 서른살에 죽는 것이나 예순 살에 죽는 것이나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 어떤 경우든 당연히 그 후에는 다른 여자와 다른 남자들이 살아갈 것이고 그런 일은 수천 년 동안 계속될 것이다. 아무튼 지금이 됐건 이십 년 후가 됐던 언제든 죽게 될 사람은 바로 나라는 사실보다 분명한 것은 없다." #7. 삼척 터미널은 여전히 그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3년 전 여름, 혼자 떠나 왔던 도보여행 때의 모습 그대로다. 터미널 뒤편으로 내가 흐르고, 무릎까지 올라옴직한 그 냇물을 푸른 산이 웅장하게 감싸 안는다. 터미널이 아니라 절이 있었대도 어색하지 않을 만한 장소다. 버스에서 내려 담배를 한 대 태우며 늦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