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북한산 백운대
By 미지근한 사색 | 2021년 6월 6일 |
첫 번째로 백운대에 올랐을 때가 생각난다. 지금 회사로의 취업이 결정된지 얼마 안되어서였다. 너무 오랫동안 간절히 바랬던 취업이었는데도 생각보다 기쁘지 않아서 얼떨떨 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점점 퍼져가고 있을 때여서 한라산과 바다가 보이는 목욕을 포기하고 대신 백운대에 올랐었다. 가파른 계단과 밧줄을 타고 올라가야하는 험한 구간에 놀랐었고, 정상 바로 밑 너른 바위에서 끓여먹었던 컵라면은 정말 맛있었지. 그 이후 여름에 한번 가서 사진 삼백장 찍고 온 뒤로, 벼르고 벼르던 아빠와의 등산을 백운대로 가게 됐다. 산에서의 기억은 언제나 풍경보다는 사람과 이야기로 남는다. 세 번째 백운대는 아빠와의 추억으로 남게 됐다. 언제부터 내가 절대 믿어 의심치 않았던 아빠의 건강과 체력이 신경쓰이기 시작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