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랜드 맨션(Graceland Mansion)의 엘비스 프레슬리 묘지를 참배하고 멤피스를 떠나 내슈빌로
![그레이스랜드 맨션(Graceland Mansion)의 엘비스 프레슬리 묘지를 참배하고 멤피스를 떠나 내슈빌로](https://img.zoomtrend.com/2022/01/22/img.jpg)
이삿짐을 싣고 LA에서 워싱턴DC로 떠났던 대륙횡단 여행의 5일째 아침을 맞은 곳은 미국남부 테네시 주의 멤피스(Memphis)였다. 전날 오후에 도착해서 엘비스 프레슬리가 1954년에 가수로 데뷔했던 녹음실과 마틴 루터 킹 목사가 1968년에 암살당한 장소 등을 구경하고도 이 도시를 떠나지 않은 이유는, 꼭 이른 아침에만 '공짜로' 방문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장소가 한 곳 더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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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비스프레슬리의 로큰롤 기타인지 아니면 비비킹의 블루스 기타인지는 모르겠지만, 숙박한 모텔이 가운데 수영장을 기타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것은 재미있었다. 아침도 거르고는 급하게 짐을 챙겨서 체크아웃을 한 후에 바로 도로 건너편의 그레이스랜드 맨션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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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랜드(Graceland)는 지도와 같이 엘비스가 살았던 커다란 저택의 주변으로 호텔과 전시장 등을 만들어서 입장료를 받고 운영을 하는 멤피스 최고의 관광지이다. 하지만 가장 핵심인 맨션의 내부를 구경하는 투어의 입장료가 현재 성인 $77부터 시작해서, 우리 부부는 그냥 포기하고 전날 밤에 멤피스를 떠나려고 했었다. 그런데 홈페이지에도 안내가 전혀 없지만 매일 아침 7시반부터 8시반까지 1시간 동안은 맨션에 있는 엘비스의 묘지는 무료로 방문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여기 그레이스랜드 바로 아래에 있는 모텔을 예약했던 것이다. 모텔에서 차를 몰고 나와서 Elvis Presley Blvd로 좌회전을 하자마자 도로 오른쪽에 잘 만들어진 주차공간에 차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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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정확히 7시반에 주차를 했는데, 이미 우리 앞쪽에 두 대의 차가 도착해 맨션의 정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바로 우리 뒤에도 한 대가 더 주차를 했다. 그런데 앞차의 번호판에 엘비스의 모습이 있어서 자세히 확대해서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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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vis Presley Memorial Trauma Center를 후원하는 테네시 주의 공식적인 특별 디자인의 자동차 번호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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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랜드 맨션의 빨간 벽돌 담장에는 칸칸마다 추모나 사랑의 글귀들이 가득했고, 열려있는 정문의 문짝에도 기타를 치는 엘비스의 모습이 들어가 있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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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꾸어진 잔디밭 사이로 난 도로를 따라서 조금 걸어 올라가면, 엘비스 프레슬리가 TV 출연으로 전국적인 대스타가 된 후인 1957년에 당시 약 10만불에 구입해서, 1977년에 욕조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져 죽을 때까지 살았던 그의 집이 나온다. 참, 아내 앞에서 쌀쌀한 아침 날씨에도 불구하고 반바지에 반팔 차림으로 걸어가시는 금발의 여성이 트라우마센터 번호판의 차를 몰고 오신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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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미국은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엘비스는 인기가 절정이던 1958년에 일반 사병으로 입대해서 서독의 미군부대에서 18개월간 복무했단다. (예전 한국의 가수 누군가가 떠오름^^) 군복무를 마치고 1960년에 대대적인 환영을 받으며 이 집으로 돌아왔지만 주로 영화 출연에 전념했고, 서독에서 처음 만났던 프리실라(Priscilla)와 1967년에 결혼해서 이듬해 외동딸인 리사 마리(Lisa Marie)를 낳았지만, 부인과는 결혼 5년만에 이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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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손님인 우리들은 당연히 맨션 내부를 구경할 수는 없고, 그 옆에 만들어진 여기 엘비스 가족의 묘지가 있는 메디테이션가든(Meditation Garden)만 둘러볼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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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엘비스는 1977년 8월 사망 후에 어머니가 묻혀있던 공동묘지에 함께 매장되었지만, 수 많은 추모객들로 관리와 보안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그의 아버지가 멤피스 시의 특별허가를 받아서 바로 10월에 아들과 아내의 묘를 집안의 이 명상정원으로 이장을 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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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큰롤의 왕' 엘비스 프레슬리의 묘지 앞에 선 아내... 바닥에 파란 테이브로 화살표 표시를 붙여놓은 것으로 봐서, 맨션투어를 할 때는 한 방향으로만 지나가면서 잠깐 볼 수 있는 모양이지만, 이 날 아침에 우리는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마음껏 이 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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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곰인형과 꽃들이 많이 놓여진 것이 엘비스의 묘이고, 그 오른쪽에 차례로 2년 후인 1979년에 사망한 아버지, 엘비스가 군복부 중에 일찍 사망한 어머니의 묘이다. 그리고 이 사진에서 오른쪽 끝에 노란 꽃만 살짝 보이는 곳에 작은 명판이 하나 더 있는데, 사산한 엘비스의 쌍둥이 형을 추모하는 것이라 한다. 또한 엘비스의 왼쪽에도 묘지가 하나 더 만들어져 있는데, 1980년에 90세로 돌아가신 엘비스 프레슬리의 할머니의 묘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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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불꽃까지 만들어 놓은 것은 좀 오버가 아닌가 싶었지만, 20세기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를 위한 그냥 하나의 장식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데 비문의 가장 아래쪽 가운데에 번개 모양과 함께 TCB라는 글자가 보이는데, 앞서 보여드렸던 트라우마센터 번호판의 자동차 뒷유리창에도 같은 문양의 스티커가 붙어있다. TCB는 "Taking Care of Business"라는 뜻으로 엘비스의 전속밴드를 포함해서 음악 활동을 가까이서 도운 사람들을 의미하는데, 대부분이 엘비스의 고등학교 친구들이나 군복무 동기 등으로 구성되어서 '친위대'같은 역할을 했단다. 그들은 엘비스가 가는 곳마다 검정색 양복에 선글라스를 끼고 주위에 나타나서 '멤피스 마피아'라고 불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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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주부의 18번이 트로트이고, 한국 트로트 계의 대부인 남진이 엘비스의 스타일을 한 때 차용했으니, 본인과도 음악적으로 연결이 된다 할 수 있다. 그래서 음악계 대선배님의 묘지를 바라보는 위기주부... ♪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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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참배를 마치고 나와서 다시 맨션을 가까이서 한 번 바라봤다. 현재 이 집과 대지는 딸인 리사 마리 프레슬리의 단독 소유지만, 주변의 전시장과 호텔을 포함한 전체 그레이스랜드는 전문적인 회사가 상업적으로 운영을 하기 때문에 그렇게 입장료가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간 약 65만명이 입장을 해서 화이트하우스 및 허스트캐슬 등과 함께 가장 방문객이 많은 개인소유 주택들 중의 하나라고 한다. 그런데, 백악관이 개인소유의 주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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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의 산책을 겸한 관광을 잘 마치고 길가에 세워둔 차로 돌아간다. 미래에 다시 멤피스를 지나갈 기회가 또 올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런다고 해도 우리 부부가 비싼 입장료를 내고 굳이 저 맨션의 내부를 구경할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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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vis Presley Blvd 도로 건너편으로는 엘비스가 타던 전용 비행기가 세워져서 관광객들을 받고 있는데, 비행기 이름이 딸인 Lisa Marie 이다. 리사마리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과 결혼을 했으니까, 로큰롤 나라의 공주가 팝의 나라 황제와 왕족끼리 결혼을 한 셈인가? 리사에게 마이클 잭슨은 두번째 남편이었고, 세번째 남편은 영화배우 니콜라스 케이지였는데, 그 결혼 후에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서 뒤늦게 가수로도 데뷔를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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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네시 주에서 세워놓은 안내판 뒤로, 다시 손님들을 받기 위해서 정원의 낙엽을 치우는 직원의 모습이 보인다. 그레이스랜드(Graceland)는 연방정부에서 1991년에 국가사적지(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ces) 지정 후, 2006년에는 역사기념물(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등록되었는데, 대중음악과 관련된 곳으로는 모두 미국 역사상 최초라고 한다. 이상으로 거의 '엘비스 3부작'이었던 짧은 1박2일의 멤피스 여행은 모두 마쳤고, 우리는 점심 약속이 잡혀있는 테네시의 주도인 내슈빌(Nashville)을 향해서 40번 고속도로를 다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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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버지니아(Welcome to Virginia)" 닭살 돋는 환영간판으로 시작된 우리의 버지니아 주 이야기
!["웰컴 투 버지니아(Welcome to Virginia)" 닭살 돋는 환영간판으로 시작된 우리의 버지니아 주 이야기](https://img.zoomtrend.com/2022/03/06/img.png)
작년 10월초에 이삿짐을 싣고 캘리포니아 주 LA에서 출발한지 7일만에 버지니아 주에 도착을 했었다. 물론 목적지는 워싱턴DC와 접한 버지니아의 제일 북쪽이고, 우리는 노스캐롤라이나와 접한 남서쪽 시골 산길에서의 첫만남이었지만 말이다. 원래는 대륙횡단기 전편에 아래 환영간판 이야기만 덧붙이고 7일째는 포스팅은 하나로 끝낼까 하다가... 환영간판 말고도 이제 4개월째 살고 있는 버지니아 주에 대해서 이것저것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따로 본 포스팅으로 몇가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적어본다. 그래서 이 글은 특정 장소에 대한 여행기가 아니라서, 오래간만에 '미국에 관한 도움말' 카테고리에 넣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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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길로 주경계를 통과할 때 처음 보게된 "VIRGINIA IS FOR LO♥ERS"라는 정말 오글거리는 문구가 씌여진 환영간판의 사진 하나를 인터넷에서 가져왔다. 이게 어떤 느낌이었냐면 한국에서 경기도로 들어가는데, 커다한 하트와 함께 "경기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사랑꾼을 위한 경기도"라고 써놓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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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위와 같이 벚꽃(?)이 핀 나무에 주조(state bird)인 빨간 홍관조가 앉아있는 그림의 환영간판이 사용되었다는데 (파란 바탕에 글씨가 크게 씌여있고, 같은 그림은 작게 들어간 버전도 있음), 2015년 1월에 민주당 주지사였던 Terry McAuliffe가 현재의 디자인으로 변경을 했다고 한다. (슬로건 “Virginia Is for Lovers”는 버지니아 관광청이 1969년부터 사용해왔던 문구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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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한국분들은 비행기로 버지니아 주에 도착하니까 주경계에 있는 이 '닭살문구'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오산이다. 대한항공이 도착하는 덜레스 국제공항(Dulles International Airport)을 나가는 도로 옆에 아주 크게, 폭설이 내리던 날씨에도 불구하고 주지사가 직접 나와서 제일 먼저 세워놓았으니까...^^ 그런데 주지사(governor) 이야기가 나왔으니, 작년인 2021년 11월 2일에 치러졌던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 (참고로 우리 부부는 공식적으로 11월 3일부터 버지니아 주민이 되어서 투표는 할 수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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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으로 표시된 공화당의 글렌 영킨(Glenn Youngkin)이 재임에 도전한 민주당 테리 매컬리프(Terry McAuliffe)를 2% 차이로 이겼고, 같이 치러진 검찰총장과 주 하원의원 선거에서도 모조리 승리하면서 12년만에 공화당이 주정부를 탈환했다. 특이한 것은 버지니아 주 헌법은 주지사가 재임(再任)은 할 수 있어도 연임(連任)은 안 되기 때문에, 이미 2014~2018년에 주지사를 하면서 위의 환영간판을 바꿨던 Terry McAuliffe가 민주당 후보로 다시 나왔지만 공화당 정치신인에게 패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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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결과 그림의 제일 위에 작게 보이던 버지니아 주기(state flag)를 크게 보여드리면, 파란 바탕에 주를 상징하는 동그란 문양(seal)이 들어있는 단순한 모습이지만 그림이 재미있다. 창을 든 '덕(Virtue)의 여신'이 폭군을 발로 밟고 서있고, 그 아래에 라틴어 "Sic semper tyrannis"라고 씌여있는데, 직역하면 "thus always to tyrants(그러므로 언제나 폭군에게는)"으로 그 뒤에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 생략된 셈이다. 특이한 사실은 여전사 아마조네스처럼 그려진 여신의 한 쪽 가슴이 노출되어 있어서, 미국 50개의 주깃발들 중에서 유일하게 누드화가 들어있는 깃발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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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c semper tyrannis!"는 한글로 간단히 "독재자에게 죽음을!"로 많이 번역되는데, 기원전 로마에서 브루투스(Marcus Brutus)가 시저(Julius Caesar)를 암살하고 처음으로 그렇게 말했다는 전설이 있다. 위의 1864년 셰익스피어의 역사극 흑백사진에서 이 말을 들으며 칼에 찔려 죽는 시저 역할을 연기했던 제일 왼쪽에 존 부스(John Booth)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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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해인 1865년에 워싱턴DC의 포드 극장에서 링컨 대통령에게 총을 쏘면서 라틴어로 "Sic semper tyrannis!"라고 외쳤다는 기록이 있다. 또 대륙횡단 여행기에서 소개해드렸던 1995년 오클라호마 연방청사 폭탄테러의 범인인 티모시 맥베이(Timothy McVeigh)가 체포될 때 이 문구가 씌여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식민지배를 하는 영국의 폭압에 반대한다는 좋은 의도로 버지니아 주의 문양에 사용된 글이 후대에는 급진주의자들에 의해서 악용되는 이러한 일은, 아래에 또 소개할 다른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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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산길을 벗어나 버지니아 주의 서쪽 경계를 따라 북동쪽으로 올라가는 81번 고속도로를 탔는데, 퇴근길 정체를 만난건지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다. 결국 5시간 가까이 쉬지 않고 운전만 해서 겨우 스톤튼(Staunton)에 도착해 태국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숙박했었다. (중간에 하나 더 구경하려다 못한 곳은 2차 대륙횡단에서 결국 방문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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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주깃발에 이어서, 당시 꽉 막힌 고속도로 앞에 있던 자동차의 버지니아 번호판 이야기를 또 해보자~ 노란 바탕에 똬리를 틀고있는 방울뱀 아래에 "나를 밟지마라(DONT TREAD ON ME)"라고 씌여있는 특별 번호판은, 같은 그림의 개즈던 플래그(Gadsden flag)를 상징하는 것으로 미국내 11개 주가 유사한 디자인의 공식 번호판을 제공한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출신의 독립전쟁 지도자인 Christopher Gadsden이 1775년에 만든 이 깃발은, 역시 영국에 저항하는 의미로 만들어져 초기에는 거의 미국의 국기처럼 대우를 받았고, 초창기 해병대와 해군이 유사한 깃발을 공식적으로 사용을 했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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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970년대부터 자유지상주의자(Libertarian)들이 개즈던 깃발을 정부에 반대하는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하고, 2009년부터 극우 티파티(Tea Party) 세력도 그들의 상징으로 사용한다. 그러다가 위와 같이 2017년 버지니아 샬롯츠빌 차량돌진 사건의 원인이 된 백인우월주의자 집회에 남부연합기 및 나치깃발과 함께 뉴스에 나오면서 그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참고로 샬롯츠빌(Charlottesville)은 앞서 보여드린 주지사 선거결과의 카운티별 득표현황 지도의 한가운데 혼자 파랗게 표시된 곳으로, 제퍼슨이 만든 버지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Virginia)가 위치해 민주당 지지율이 80%가 넘는 진보적인 교육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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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작년 1월 6일의 국회의사당 습격에 트럼프 지지자들이 대거 들고 나오면서, 지금은 완전히 '극우 또라이들'의 상징으로 변절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개즈던 번호판을 단 오래된 짚(Jeep)의 주인이 100% 극우파나 '트럼피'라는 것은 아니고, 남부 버지니아에서는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는 번호판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버지니아의 주도인 리치먼드(Richmond)가 남북전쟁 당시에 남부연합의 수도였던 만큼, 지금 위기주부가 살고있는 북부 버지니아(Northern Virginia, NOVA)의 워싱턴 메트로폴리탄 지역과는 정치문화적으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인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남북전쟁 역사공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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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북전쟁 말기의 전황을 보여주는 지도로 버지니아만 확대지도로 설명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 만큼 치열하게 남북이 피를 흘리며 싸운 전쟁터들이 버지니아에 많이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781년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요크타운(Yorktown)과 1607년에 건설된 최초의 영국 식민지인 제임스타운(Jamestown)이 모두 버지니아 동남쪽 체사피크 만의 입구에 있는데, 이러한 역사와 문화, 정치에 대해서는 앞으로 그 장소들을 방문한 후에 여행기를 쓰면서 조금씩 계속 알아보기로 하고, 이 글에서는 소위 '알쓸미잡'이라 할 수 있는 버지니아가 1등인 특이한 두 가지에 대해서만 여담으로 소개하며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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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모리스에서 1968년에 세계 최초로 가늘고 긴 담배를 출시하면서 그 이름을 '버지니아슬림(Virginia Slims)'이라고 붙인 이유가 다 있었다. 식민지 시절부터 담배농장이 많이 운영되어서 지금도 미국내 담배 생산량이 1등이고, 말보로(Marlboro)를 만드는 Philip Morris의 모회사로 세계 최대의 담배회사인 알트리아(Altria)의 본사가 버지니아의 주도인 리치몬드에 있단다. 그래서 버지니아 주는 미국에서 담배 가격이 가장 싼 주로 유명해서, 말보로 1갑의 가격이 뉴욕 주의 1/3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위기주부가 담배는 안 피니까 이건 생계에 별 도움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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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1등은 미국에서 가장 번개가 많이 치는 곳이라는데, 위 사진의 로이 설리번(Roy Sullivan, 1912~1983)은 버지니아 주의 쉐난도어 국립공원에서 근무하던 1942~1977년 사이에 무려 7번이나 번개를 맞아서 기네스북에 올랐다. (레인저 모자의 윗부분이 번개를 맞아서 까맣게 탔음) 별명이 '인간피뢰침(Human Lightning Rod)'이라서 비 오는 날에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피했다고 하는데, 번개를 7번이나 맞고도 살아남은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71세의 나이에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이번 1등은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관련이 있는데, LA에서 DC까지 1차 대륙횡단의 마지막 8일째인 다음 날에 우리가 그 쉐난도어 국립공원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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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버지니아(Welcome to Virginia)" 닭살 돋는 환영간판으로 시작된 우리의 버지니아 주 이야기](https://img.zoomtrend.com/2022/03/06/img.jpg)
붉은 도깨비 바위들이 가득한 유타 주의 고블린밸리(Goblin Valley) 주립공원을 잊지 않고 찾아가다~
2차 대륙횡단의 3일째는 아침 일찍부터 브라이스캐년 국립공원을 시작으로 두 번의 트레일까지 하면서 여기저기 구경을 많이 했지만, 아직도 꼭 방문해야 할 곳이 하나 더 남아있었다. 2009년의 30일 자동차 캠핑여행에서 똑같이 이 구간을 달린 후에 그린리버(Green River)의 캠핑장에서 숙박을 할 때, 아내가 화장실에서 만난 할머니가 왜 '고블린밸리'를 그냥 지나쳤냐고 했었다는 참 오래된 이야기... 물론 모두 이렇게 블로그에 남겨두었으니 기억을 하는거지만, 그래서 이번에는 그 곳을 잠시라도 꼭 들리기로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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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를 만날 때까지 약 50 km의 직선인 24번 도로의 왼편에 유타주의 고블린밸리 주립공원(Goblin Valley State Park)이 있는데, 24번 도로와도 제법 많이 떨어져 있어서 이 입구를 찾아오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훨씬 많이 걸렸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물론 주립공원이니까 별도의 입장료를 내고 전망대를 향해서 또 5분 정도 더 운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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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 2호차의 뒷 유리창에 딱 붙은 벽시계는 계속 초침이 움직이면서, 대륙횡단을 하는 동안에 우리 뒷차에게 지금 시간을 알려주는 역할을 했었다. 물론 일광절약 태평양 기준시(Pacific Daylight Time, PDT)로 끝까지 고정되어 있어서, 캘리포니아 번호판을 보고 그 위치의 시간대로 환산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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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발아래의 고블린밸리는 사실... 지난 십여년간 사진으로 많이 봐왔던 모습이라서 바로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모든 관광지가 다 그렇듯이 반드시 저 속으로 내려가봐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잘 만들어 놓은 계단을 따라서 아래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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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학적으로는 역시 후두(hoodoo)라고 불리는 이 곳의 '도깨비 바위'들이 특히 인기가 있는 이유는 바로 적당한 크기라고 생각된다. 너무 작으면 볼품이 없고, 너무 크고 높으면 올라가기 위험한데, 여기는 딱 사람 키의 두 배 정도라서 이렇게 사진을 찍기에도 좋고, 저 위로 올라가서 놀기에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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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모양도 가지가지라서 굳이 올라가지 않고 그냥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재미도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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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질 수 없는 커플셀카도 한 장 올리는데, 위기주부가 유달리 얼굴에 힘을 주고 '잘난 척(?)'을 하는 듯... 아마 햇살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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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찾아봐라~" 멀어서 얼굴도 잘 안 보이니, 그냥 미서부 신혼여행 사진인 걸로 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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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트레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여기저기 그냥 돌아다니면 되는데... 3년전 가족여행으로 방문했던 배드랜즈 국립공원(Badlands National Park)에서도 그랬지만, 이런 황무지는 안 붙잡으면 계속 안쪽으로 홀린 듯이 걸어 들어가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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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꿍~" 그래, 신혼여행 온 셈 치지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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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주부가 황무지에서 양팔을 벌리고 찍은 이 사진을 보니까, 10년전에 블로그에 올렸던 이 분의 모습도 떠오른다. "언제 아내는 빨간 드레스, 나는 양복 수트를 입고, 이런 곳에서 사진을 한 번 찍어볼까? 그러면 완전히 웨딩촬영이라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미쳤다고 그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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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도깨비 머리 위에 올라가서 양팔을 또... 둘이 함께 저러고 서면 영화 <타이타닉>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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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안 찍었지만 이렇게 연출사진도 찍으면서, 비싼 입장료가 아깝지 않게 십여분 동안 재미있게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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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저 위에 전망대가 보이는 주차장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국수면발처럼 길어진 아내의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붉은 도깨비들이 살아서 움직이기 전에 이 계곡을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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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뒤따라서 잠든 딸을 엄마가 안은 가족이 올라오고 있다. "안녕 잘 있어라, 도깨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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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반대편으로는 카멜캐년(Carmel Canyon)이라고 해서 제법 큰 뷰트(butte)들이 서있는데, 석양을 받는 커다란 돌산을 향해 걸어가는 사진사의 뒷모습은 또 이 때의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미서부와의 이별 여행기를 쓰면서 계속해 옛날 비슷한 곳이 떠오르는 것은... 미서부 구석구석을 다녀서 그런건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 그런건지? 줄줄이 사탕처럼 떠오르는 곳들을 일일이 키보드로 치려니 힘들어서, 유튜브 방송으로 주절주절 떠들어볼까 하는 고민을 요즘 심각하게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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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 나가면서 보이는 '세자매' 쓰리시스터즈(Three Sisters) 바위를 아내가 차창 밖으로 찍었는데, 직전에 소개한 옛날 여행기의 다음날인 모뉴먼트밸리 루프드라이브에서도 똑같은 이름의 바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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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방향 우회전을 놓치고 계속 직진을 했더니 주립공원 캠핑장이 나왔다. 여기서의 캠핑은 후일을 기약하고, 차를 돌려서 공원을 나와 도로를 달리며 조수석의 아내가 이 날 밤에 잘 그린리버(Green River)의 숙소를 예약했는데, 컨펌 이메일을 받고보니 유타 주가 아니라 와이오밍 주의 그린리버에 있는 숙소를 예약한 것이었다. 그것도 환불불가로...! 바로 예약사이트와 와이오밍의 숙소에 모두 통화를 해서 특별환불을 약속 받았었는데, 대륙횡단을 마치고도 카드취소가 안 되어서, 또 다시 두 곳에 모두 통화를 한 후에야 환불을 받았던 것도 이제는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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