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의 덜레스 엑스포 센터(Dulles Expo Center)에서 열린 '캠핑카' 박람회인 RV쇼 잠깐 구경하기
옛날에는 외동딸이 대학만 들어가면 바로 지를 줄 알았는데... 그래도 졸업하고 취직까지는 기다려야지 했다가... 이제 좋은 직장까지 구해 잘 다니고 있으니... 진짜 슬슬 구체적으로 알아보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일생일대의 지름신 품목은 바로 '캠핑카'인데, 마침 우리 동네에서 전시회가 열린다고 하길래 토요일 오후에 잠깐 들러서 구경을 했다. 전시장 방문기를 시작하기 전에 그 옛날 10년 전에 캠핑카를 몰고 떠났던 여행의 추억을 잠깐 떠올려 본다.
LA에서 미국여행 블로거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었던 위기주부가 캠핑카USA의 협찬을 받아서, 추수감사절 연휴에 이웃 가족들과 함께 데스밸리 국립공원으로 떠났던 2박3일 여행기 4편을 클릭해서 차례로 보실 수 있다. 이 때가 미국 이민 후에 가장 즐겁고 특별한 기억으로 계속 남아있는 이유는... 5가족 17명의 단체 자동차캠핑을 이끌었던게 첫번째지만, 처음으로 경험했던 캠핑카에 대한 기억도 뇌리에 남았기 때문이리라~^^
둘루스 국제공항 바로 아래의 챈틀리(Chantilly)에 여러 행사가 열리는 덜레스 엑스포 센터(Dulles Expo Center)가 있다길래, 국제적인 규모의 박람회장을 기대하고 찾아갔지만... 외관과 입구는 그냥 딱 동네 쇼핑몰 수준이었다.ㅎㅎ 그러나 주차와 입장이 모두 무료인 공짜 전시회라서 그런지, 흐린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찾아온 사람들은 아주 많았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그래도 미리 표를 예약하고 QR코드까지 받아서 준비했지만, 체크인 줄이 길어지니까 직원이 그냥 들어가도 된다고 해서 바로 우르르~ "앞사람 티셔츠가 콜로라도 관광도시인 볼더(Boulder) 기념품이네! 캠핑카를 몰고 대륙횡단하며 록키 산맥을 넘는 날이 과연 올까?"
이 사진을 카톡으로 딸에게 보내줬더니, 당장 RV를 사는거냐며 우리보다 더 흥분하더라는...^^ 미국에서는 차박을 할 수 있도록 개조된 차량을 통틀어 '레크리에이셔널 비클(recreational vehicle, RV)'로 부르지만, 이 글에서는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캠핑카'로 쓰기로 한다.
캠핑카는 흔히 3개의 클래스로 분류되는데, 이렇게 대형 버스를 개조한 가장 크고 비싼게 Class A로 신차 가격은 대략 20만~30만불 정도가 된다. 이 급은 대부분이 차체가 돌출되는 트랜스포머 스타일로 제작이 되어서, 주차 후에 확장하면 넓은 실내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그 중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버스의 운전석에 한 번 앉아봤다. 소유주 같지가 않고 관광버스 운전기사인 듯한 느낌... T_T
거의 왠만한 작은 아파트 수준의 주방과 거실, 그리고 통로 좌우로 풀사이즈 냉장고와 화장실 및 2층 침대와 옷장이 나오고, 끝까지 걸어가면...
별도의 전용 화장실과 킹사이즈 침대가 고정으로 설치된 마스터룸이 나온다! 이 정도면 그냥 바퀴달린 움직이는 집이라고 할만한 수준이라서, 미국에서는 캠핑카를 '모터홈(motorhome)'이라고도 많이 부른다. 이렇게 큰 버스형 RV는 운전도 힘들 것 같아 줘도 안 탈 것 같고,
위기주부가 마음에 둔 것은 흔히 '캠퍼밴(campervan)'으로 불리는 이런 Class B 모델이다. 오지 캠핑을 위해서 4WD 즉 사륜구동은 필수이고, 기본 차체도 이왕이면 디젤유를 사용하는 벤츠 스프린터로 이미 결정은 다 끝났다~
"내 차에 앉은 듯한 이 편안한 기분은 뭐지? ㅎㅎ" 차체 폭을 확장한게 아니라서 내부가 좁고, 다른 관람객들이 계속 있어서 뒤쪽 사진은 찍지를 못 했는데, 차체 길이에 따라서 달라지는 실내 디자인 등을 직접 확인하려면 아마 대리점에 가봐야 할 듯...^^
중형 트럭이나 밴의 뒤쪽을 각지게 개조해서 내부를 넓힌 Class C가 미국 여행지 도로와 캠핑장에서 제일 많이 보이는 일반적인 캠핑카이다. 그런데 옛날부터 항상 궁금했던게 자동차 크기나 내부 공간으로 순서를 따지자면, 이 급이 B가 되고 개조를 안한 캠퍼밴이 C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둘이 바뀌었다. 혹시 이유를 아시는 분?
비록 구형 모델이기는 하지만, 위기주부가 데스밸리에 몰고 갔던 캠핑카가 내부가 확장되는 Class C였으므로, 실내의 모습이나 기본적인 RV 시스템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은 위의 사진을 클릭해서, 당시의 소개 포스팅을 보시면 된다.
또 트럭이나 SUV의 뒤에 연결해서 끌고 다니는 '트래블 트레일러(travel trailer)'도 전시되어 있었지만, 우리 스타일이 아닌 듯 해서 따로 구경하지는 않았다. 참고로 대형 트레일러 중에 트럭 짐칸에 설치하는 큰 원형의 히치(hitch)로 연결되어서, 무게를 배분하고 안정적인 견인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을 따로 '핍스휠(fifth wheel)'이라 부른다.
RV 외에 이런 골프카트 같은 '사발이'들도 많이 전시되어 있어서 번쩍이는 바퀴로 관심을 끌고 있었다. 큰 캠핑카 뒤쪽에 이런거나 작은 짚차 등의 별도 교통수단을 끌고 다니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지만, 오프로드 캠퍼밴을 사면 그냥 그걸로 어디든 다 가니까 필요가 없다. (캠핑장에서 마트갈 때 필요한 자전거 한 대는 뒷문에 달아야 함^^)
별로 "ultimate" 하지는 않았던 이 RV Show는 캠핑월드(Camping World)에서 여러 도시를 돌며 진행하는데, 옷을 맞춰 입은 직원들이 아주 많은 이유는 저 너머 테이블에서 바로 구매상담을 하는 손님들 때문이었다. 빈 테이블만 있었어도 우리도 바로...ㅎㅎ 사실 서두에 딸 핑계를 대기는 했지만, 캠핑카를 집앞에 장식용으로 세워둘게 아니라면, 우리 부부가 진짜 떠나기 위한 여러 준비가 되는 날이 와야된다. 그 날이 수 년 내로 가능할 지, 십 년은 더 지나야 될 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하루하루 가까워 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아래 배너를 클릭해서 위기주부의 유튜브 구독하기를 눌러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구혜선의 새로운 감독작, "다우더"의 예고편입니다.
"Spoiler Alert" 이라는 작품의 포스터와 예고편 입니다.
리치먼드(Richmond)의 침보라소(Chimborazo) 의료박물관과 매기 워커(Maggie Walker) 국립사적지
미국 남북전쟁 1861~65년 기간에 남부연합의 수도였던 리치먼드(Richmond)는 워싱턴 남쪽 자동차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해서, 우리에게는 마치 '서울-평양'과 같은 느낌을 준다. 재작년에 그 도시에 있는 버지니아 주청사만 잠깐 방문해서 소개를 한 적이 있는데, 거기와 다른 남부 버지니아 지역의 국립 공원들 총 5곳을 묶어서 '1탄 펜실베니아'에 이은 3~4시간 거리의 별볼일 없는 곳들 찾아다니기 시리즈 2탄으로 또 다녀왔다.
지도에 표시된 5곳을 북쪽 집에서 출발해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서, 리치먼드 시내의 2곳은 마지막에 잠깐씩만 들렀기에 묶어서 제일 먼저 소개한다. 이 여행은 블로그 역사상 처음으로 경로의 역순(逆順)으로 글을 쓰는데, 그 이유는 이어질 시리즈 내용을 차례로 잘 읽어보시면 알게 된다.
리치먼드와 그 외곽의 남북전쟁 관련 장소들이 리치먼드 국립전장공원(Richmond National Battlefield Park)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여기는 시내 공원에 위치한 비지터센터로 간판 아래쪽에 의료박물관(Medical Museum)이라 씌여있다. 일단 '침보라소(Chimborazo)'는 여기 야트막한 언덕과 공원의 이름이기도 한데, 생뚱맞게도 중미 에콰도르(Ecuador)의 가장 높은 해발 6,310 m 성층화산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전체 공원 지도를 예의상 올려보는데, 도시 외곽에 1862년의 7일 전투(Seven Days' Battle)와 1864년 콜드하버 전투(Battle of Cold Harbor) 유적지들이 메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관계상 4곳의 비지터센터들 중에서 시내에 있는 여기 하나만 잠깐 들리는 것으로 위기주부의 국립 공원들 방문 리스트에 추가하기로...^^
남북전쟁 기간 동안에 부상당한 남군 병사들의 치료를 위한 군사병원(military hospital)이 이 언덕에 만들어졌었는데, 목재로 만들었던 150동의 건물은 현재 하나도 남아있지 않고, 비지터센터로 사용되는 이 건물은 1900년대 초에 연방정부가 기상관측용으로 지은 것이라 한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여기에 있던 병원에서 전쟁기간 동안에 76,000명 이상의 부상병을 치료하며 사망률은 10% 미만이라서, 당시로는 전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면서 치료수준도 높았던 병원이라 할 수 있단다.
목수(carpenter)의 연장 가방이 아니라, 19세기 중반 외과의사(surgeon)의 치료 가방이란다.
남군 군의관의 복장과 무기를 비롯해 그들의 활약상에 대한 소개 등도 전시되어 있었다.
위기주부는 의대 진학은 꿈도 꿔본 적이 없고, 피를 보면 약간의 경기도 일으키는 체질이라서, 당시의 의료상황 등을 소개하는 전시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가 않았다.^^ 여기에는 또 활톱(hacksaw)이 전시된 것이 보이는데, 이런 도구들로...
당시 어떻게 부상당한 다리를 절단했는지 친절하게 그림으로 설명을 해놓았다. 이 정도로 리치먼드 국립전장공원에 속하는 침보라소 의료박물관(Chimborazo Medical Museum) 구경은 마치고, 밖으로 나가서 공원을 잠깐 둘러보았다.
사진 가운데 실루엣으로 보이는 동상이 여기서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가는 길인데, 그 동상은 바로 무엇인고 하니...
자유의 여신상이다~ㅎㅎ 1950년에 시작된 미국 보이스카웃 연맹의 'Strengthen the Arm of Liberty'라는 캠페인으로 미국 전역에 높이 2.5 m의 이런 동상이 약 200개나 세워졌는데, 현재 약 100개 정도가 남았다고 한다.
캠페인 제목에 따라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횃불을 들고 있는 팔이 약간 비정상적으로 길어 보였다. 전체적으로 심하게 때가 탄 것은 물론이고 왕관도 일부 부러져 있어서, 청소와 보수가 좀 필요해 보였다.
나무들 너머로 제임스 강(James River)이 살짝 내려다 보이는 언덕의 끝쪽으로 걸어가면, 여기에 앞서 설명한 침보라소 병원(Chimborazo Hospital)이 있었다는 동판을 볼 수 있다. 이제 북부 버지니아와는 뭔가 살짝 분위기가 다른 남부 리치먼드 시내를 운전해서 마지막 목적지를 급하게 찾아갔다.
구글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데로 찾아왔는데, 공원 홈페이지에 나온 건물 모습과는 살짝 다른 여기는 매기워커 국립사적지(Maggie L Walker National Historic Site)이다.
입구가 어딘지 두리번거리다가 비지터센터는 건물 사이 통로를 이용해 안뜰로 들어가라는 표지판을 겨우 찾았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비지터센터가 5시가 아니라 4시반까지만 운영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 때는 이미 그 시간을 살짝 넘기고 있었지만 문이 잠기지는 않았었다. 그래서 열고 들어갔더니, 국립공원청 파크레인저 예닐곱명이 모여서 퇴근 준비를 하면서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고 있다가, 갑자기 들어오는 동양남자 한 명을 보고는 상당히 놀라더라는...ㅎㅎ
매기 워커(Maggie Lena Walker)는 흑인 노예의 딸로 태어난 교육자 겸 사업가로, 1903년에 미국 최초의 여성 은행장이 되어서 흑인들의 자립을 도운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모든 여성과 장애인들의 인권신장에도 기여해서 그녀가 살았던 집이 1975년에 국립사적지로 지정되었는데, 여기는 옆건물에 만들어진 비지터센터고 다른 외관의 보존된 집은 주차한 곳 반대쪽인데 늦어서 들어가볼 수는 없었다.
이 날 하루 이미 계기판에 찍힌 누적 운전시간이 9시간이었지만, 또 2시간을 더 운전해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길 건너편 소방서 건물에 그려진 벽화를 감상했다. 다른 파크레인저 한 명이 또 모임에 참여하려고 비지터센터로 들어가는 모습인데, 참 팔자 좋은 연방 공무원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을 거슬러서 이 날 이전에 방문했던 다른 국립 공원들을 소개하며 남북전쟁과 흑인 지도자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아래 배너를 클릭해서 위기주부의 유튜브 구독하기를 눌러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