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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카
항상 그리운 곳은 끝없이 눈이 내리는 나라의 긴 겨울밤이지만, 살면서 발견한 실제의 내가 그 추운 밤의 끝없는 상념을 견딜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때때로 퇴사와 낙향을 상상할 때 가장 견디기 어려울 것 같은 것은 내 예민한 자의식, 시도 때도 없이 솟아오를 상념 들이다. 인생에 도움 안 되고 아무 짝에도 쓸모 없을 상념 말이다. 언젠가 디자인실장님이 내게, 왜 동남아를 좋아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예민하고 미의식과 자의식이 강하던 디자인 실장님이 스페인을 좋아하는 것은 누구든 납득 가능했는데, 내가 왜 동남아를 좋아하는지는 나 스스로도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지나고 생각해보면 거기에 간단하게 설명할 이유가 하나 있다. 상념이 사라지는 곳. 마음을 괴롭히는 번뇌가 더운 열기 속에 녹아서 사라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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