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2014)에 대하여. 아니, 나와 당신에 대하여.
By the sofa place | 2014년 7월 25일 |
기술발전과 인간관계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는 생각보다 많다. 그것들은 대개 SF의 장르적 즐거움을 표방하거나 오늘날의 삭막해져버린 현실에 대한 냉소와 조롱을 들이민다. 아마 '그녀'역시 언뜻 보기엔 그런 류의 영화로 비쳐질지 모를 일이다. 그렇지 않은가. 자신의 컴퓨터 운영체제(사만다)와 사랑에 빠진 남자라니. 그러나 이 영화의 진정한 미덕은 왜 우리가 SNS를 비롯한 이른바 '방구석'인간관계에 매진하는가의 문제에 대해 비웃거나 삿대질하기보다는 이해하고 공감하고 포옹하려 한다는 데에 있다. 주인공 테오도르가 자신의 전 부인 캐서린을 만나 OS와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을 때 캐서린은 그가 (관계맺음이 수반하는 모든 어려움. 예컨대 계속되는 협상과 맞추어가기 등)으로 부터 여전히 회피중이라고 비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