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영화7.<다른 나라에서>-존재의 닻
By 잊혀진 시민 | 2012년 12월 25일 |
나는 지난번 글에서 <북촌방향>에서 나타나는 시간의 교란과 빈틈을 유준상이라는 소시민적 지식인의 실종 혹은 일탈,그리고 시간이라는 권력에 대한 작은 저항으로부터 비롯된 그의 자연발생적인 욕망 때문이라고 얘기했었다.물론 이것은 그냥 가설이다.내 생각을 굳이 맞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그로부터 또 하나의 질문이 튕겨나올 수 밖에 없다.만약 내 가설이 맞다면 시간의 교란,시간의 혼란은 그 영화 <북촌방향>에서 영원히 해결되지 않고 끝나버리는가,시간의 두 라인은 봉합되지 못한 채,마주 보고 달려오는 두 기차나 혹은 한 방향으로 달리는 기차가 의지하는 두 개의 철로선처럼 영원히 만나지 못하고 끝나는가,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끝난다면,유준상이라는 그 영화의 캐릭터
미래는 어느새 여자가 되어버렸다. 홍상수의 24번째 장편 '도망친 여자'
By TELL ME YOURS I WILL TELL YOU MINE | 2020년 9월 27일 |
아침에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홍상수의 새 영화 '도망친 여자'엔 몇 번의 새벽을 울리는 닭 울음 소리가 들려온다. 단순히 '집안이 망한다'란 오랜 속담 속 한 구절에 '도망친 여자'라는 파괴된 가정을 암시하는 타이틀을 엮어붙인 조악한 문장이지만, 그의 이번 영화, 스물 네 번째 장편 '도망친 여자'를 보면 새벽의 암탉, 암탉의 울음 소리를 간과할 수 없는 모티브가 가득하다. 다만, 여기서 암탉은 오랜 세월 속 성차별적 비유로 굳어진 남자의 대립항이 아니라, 어제와 다른 아침을 열어젖히는, 도망의 형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현실에 새로운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조금 다른 표정의 아침이다. 수탉 한 마리와 여러 마리의 암탉의 별 거 아닌 장면을 지나 영화는 밭일을 하는 영순(서영화)의 뒷모습을 보여주고,
다른나라에서.
By Chicken Scratches, done by my restless mind. | 2012년 6월 10일 |
다른 나라에서 이자벨 위베르,유준상,정유미 / 홍상수 나의 점수 : ★★★★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한국이 아니면 이런 식의 영화가 나올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아니면 감독이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여자 감독이었다면 어떤 영화가 나왔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고. 해변가에 버린 소주병을 보고 한국 사람들을 욕하는 한국 사람들로 시작해서 해변가에 소주병을 버리는 프랑스 여자를 마지막에 보여주고, 외국 여자에 대한 성적 판타지에 사로잡힌 한국 남자를 욕하는, 그러나 하나 다를 것 없이 똑같은 한국 남자를 보여주면서 영화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또다른 편견'의 형태로 보여준다. 생각해보면 외국인들도 같은 사람이기에 이런 모습들이 국제적으로 일반적일 수도 있지만, 외국인이 드물었던 한국이
홍상수, <우리 선희>
By 푸른, 꿈의 새벽 | 2013년 9월 23일 |
![홍상수, <우리 선희>](https://img.zoomtrend.com/2013/09/23/f0125921_523ef68c06d0c.jpg)
홍상수의 신작 <우리 선희>를 보고 왔다. 올해는 그의 작품을 두 편이나 볼 수 있었고, 그 두 편을 모두 극장에서 챙겨보게 되었다.개인적으론 올 봄에 보았던 <해원> 쪽이 좀 더 마음에 들긴 했지만, 뭐 이 작품도 즐겁게 봤으니. 여느 때나 그렇듯이, 홍상수 월드 속의 남자들은 늘상 찌질하고 추태의 총집합이고 속물의 결정체이지만.그래도 이번의 '세 남자'는 살짝 미소 지으면서 귀엽게 봐 줄 수 있었다. (이민우의 캐릭터는 논외) 정재영은 이번에 처음 홍상수 월드에 발을 들였음에도 마치 여러번 나온 것처럼 너무나 천연덕스러워서 재밌었고,김상중의 캐릭터는 솔직히 <북촌방향>의 이미지가 너무 커서... 사실 둘의 무슨 차이가 있겠냐만.이선균의 캐릭터는 찌질하면서도, 좀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