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 : 단팥 인생 이야기(あん, An, 2015)
By 혼자 즐거운 황무지 블로그 | 2015년 9월 13일 |
(내용 누설 있음) 영화 속에서 도라야끼에 넣을 팥소를 만들기 위해 도쿠에는 긴 시간 팥을 고르고, 삶고, 체에 거르고, 뜸을 들인다. 그리고 틈틈이 팥에게 말을 걸고, 팥이 하는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인다. 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도쿠에의 모습이 천진난만해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오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 '듣는다'는 행위는 이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주인공 센타로는 세상을 '듣는 것'에 지친 인물이다. 타인의 다툼에 말려들어 삶이 꼬이고,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좋은 일이라곤 없었던 그에게 소녀들의 대화는 시끄럽고 가게 주인의 잔소리는 성가시다. 당연히 자기 얘기를 남에게 하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반면 도쿠에는 '들어주는 삶'을 택해 살아온 인물이다. 우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