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식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은 2010년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을, 나는 2001년 <엽기적인 그녀>이래 모든 한국 영화들 중 가장 잘 만들어진 로맨틱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한다. (아, <미녀는 괴로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물론 계시겠지만.) 그러나 사실 이 영화는 연출이나 편집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다. 도리어 화면은 조잡하고 전형적인 구석마저 있다. 그렇지만 내가 이 영화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한국형 로맨틱코미디 영화들의 대부분이, 그들의 오랜 고질병인 '최루성 멜로'와 '유치한 웃음 포인트' 이외에 별 다른 활로를 아직까지 뚫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다소 무리수같은 상황과 전개를 앞에 두고도, 캐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