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어스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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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ost쿠어스 필드, 투수들이 침묵하는 하늘 아래
공이 날아가는 방식이 달라지는 곳 미국 콜로라도 주의 덴버(Denver), 해발 약 1,600미터에 위치한 이 도시는 고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그리고 바로 이곳에 위치한 쿠어스 필드(Coors Field)는, 메이저리그 야구장 가운데 가장 높은 고도에 있는 구장이다. 사람들이 처음 그곳에 야구장을 짓겠다고 했을 때는, 설마 그렇게까지 다르겠냐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고 나자마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곳에서의 야구는 우리가 알던 그것과는 조금 다른 형태를 띠기 시작한 것이다. 투수들의 슬픔, 타자들의 천국 고도가 높다는 건 공기 밀도가 낮다는 뜻이다. 공기 저항이 적어지면, 공은 더 멀리 날아간다. 홈런이 더 자주 나온다. 커브볼이나 슬라이더처럼 날카로운 변화를 만들어내는 투구는 평소보다 덜 휘고, 공을 던지는 투수는, 땀을 흘릴 시간도 없이 순식간에 점수를 내준다. 그래서 쿠어스 필드에서는 유독 이런 점수판이 자주 보인다. 13–11, 9–8, 17–10… 이쯤 되면 야구라기보다 축구나 농구의 점수판처럼 보일 정도다. 투수들에게는 이곳이 끝없는 고통의 공간처럼 느껴진다. 자신의 완벽했던 피칭이 허무하게 담장을 넘어가고, 잘 던졌다고 생각한 공도 타구 속도로 되돌아오며 그들의 자존심을 박살 낸다. 이곳에서 훌륭한 투수란, 완벽한 투수가 아니라 덜 망한 투수라는 농담이 생겨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쿠어스 필드만의 묘한 매력 그렇다고 해서 이곳이 마냥 야구의 왜곡이라고 볼 수는 없다. 쿠어스 필드는 고유한 특성을 지닌 하나의 별도 우주와 같다. 다른 야구장에서의 경기와는 완전히 다른 리듬과 전략, 감각이 필요하다. 타자들은 그 어느 곳보다 자유롭게 배트를 휘두르며, 하늘은 높고 맑고, 관중들은 환호하고, 홈팀 콜로라도 로키스(Colorado Rockies)의 팬들은 이 구장에서의 타격쇼를 즐긴다. 그리고 이곳에선 한 가지 불문율이 생겼다. “쿠어스 필드에서의 성적은 다른 구장에서 보정해서 봐야 한다.” 타자의 타율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와도, 투수의 방어율이 이상하게 부풀어도, 사람들은 이 말을 곧장 떠올린다. “그건 쿠어스니까.” 해결책은 있었을까? 메이저리그와 콜로라도 구단은 이 문제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휴머도어(Humidor)’ 시스템이다. 이는 간단히 말해 야구공을 일정한 습도와 온도로 유지하는 저장 장치다. 쿠어스 필드의 건조한 공기 탓에 공이 가볍게 날아가던 현상을 어느 정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이 장치는 실제로 효과를 보이기도 했고, 이후 다른 몇몇 구장에서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쿠어스 필드가 투수들에게 친절한 공간으로 변한 건 아니다. 물리적인 조정은 가능해도, 오랜 세월 쌓인 이미지와 데이터, 선수들의 감각까지 바꾸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야구가 야구다웠던 장소 쿠어스 필드는 그렇게 규범에서 벗어난 곳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점 때문에 더 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졌고, 수많은 타자들은 그곳에서 자신의 커리어 하이라이트를 장식했으며, 수많은 투수들은 이곳에서 경기를 한다는 말을 들은 순간부터 잠을 설치기도 했다. 통계적 균형과 정밀함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현대 야구에서, 쿠어스 필드는 여전히 예외와 변수, 운과 감각, 인간적인 오차의 공간으로 남아 있다. 그곳은 야구가 완벽하게 통제되지 않는다는 걸, 그리고 때때로 야구는 논리보다 광기와 불운과 감각이 섞여야 더 재미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소다. 참고자료 미국 메이저리그: 쿠어스 필드가 투수의 무덤으로 불리는 이유는? 쿠어스 필드 (Coors Field)는 콜로라도주 덴버에 위치한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으로, “투수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 특성에 기인합니다. 이 구장이 투수에게 불리한 환경을 제 learningenglish.co.kr
쿠어스 필드, 투수들이 침묵하는 하늘 아래
공이 날아가는 방식이 달라지는 곳 미국 콜로라도 주의 덴버(Denver), 해발 약 1,600미터에 위치한 이 도시는 고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그리고 바로 이곳에 위치한 쿠어스 필드(Coors Field)는, 메이저리그 야구장 가운데 가장 높은 고도에 있는 구장이다. 사람들이 처음 그곳에 야구장을 짓겠다고 했을 때는, 설마 그렇게까지 다르겠냐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고 나자마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곳에서의 야구는 우리가 알던 그것과는 조금 다른 형태를 띠기 시작한 것이다. 투수들의 슬픔, 타자들의 천국 고도가 높다는 건 공기 밀도가 낮다는 뜻이다. 공기 저항이 적어지면, 공은 더 멀리 날아간다. 홈런이 더 자주 나온다. 커브볼이나 슬라이더처럼 날카로운 변화를 만들어내는 투구는 평소보다 덜 휘고, 공을 던지는 투수는, 땀을 흘릴 시간도 없이 순식간에 점수를 내준다. 그래서 쿠어스 필드에서는 유독 이런 점수판이 자주 보인다. 13–11, 9–8, 17–10… 이쯤 되면 야구라기보다 축구나 농구의 점수판처럼 보일 정도다. 투수들에게는 이곳이 끝없는 고통의 공간처럼 느껴진다. 자신의 완벽했던 피칭이 허무하게 담장을 넘어가고, 잘 던졌다고 생각한 공도 타구 속도로 되돌아오며 그들의 자존심을 박살 낸다. 이곳에서 훌륭한 투수란, 완벽한 투수가 아니라 덜 망한 투수라는 농담이 생겨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쿠어스 필드만의 묘한 매력 그렇다고 해서 이곳이 마냥 야구의 왜곡이라고 볼 수는 없다. 쿠어스 필드는 고유한 특성을 지닌 하나의 별도 우주와 같다. 다른 야구장에서의 경기와는 완전히 다른 리듬과 전략, 감각이 필요하다. 타자들은 그 어느 곳보다 자유롭게 배트를 휘두르며, 하늘은 높고 맑고, 관중들은 환호하고, 홈팀 콜로라도 로키스(Colorado Rockies)의 팬들은 이 구장에서의 타격쇼를 즐긴다. 그리고 이곳에선 한 가지 불문율이 생겼다. “쿠어스 필드에서의 성적은 다른 구장에서 보정해서 봐야 한다.” 타자의 타율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와도, 투수의 방어율이 이상하게 부풀어도, 사람들은 이 말을 곧장 떠올린다. “그건 쿠어스니까.” 해결책은 있었을까? 메이저리그와 콜로라도 구단은 이 문제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휴머도어(Humidor)’ 시스템이다. 이는 간단히 말해 야구공을 일정한 습도와 온도로 유지하는 저장 장치다. 쿠어스 필드의 건조한 공기 탓에 공이 가볍게 날아가던 현상을 어느 정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이 장치는 실제로 효과를 보이기도 했고, 이후 다른 몇몇 구장에서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쿠어스 필드가 투수들에게 친절한 공간으로 변한 건 아니다. 물리적인 조정은 가능해도, 오랜 세월 쌓인 이미지와 데이터, 선수들의 감각까지 바꾸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야구가 야구다웠던 장소 쿠어스 필드는 그렇게 규범에서 벗어난 곳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점 때문에 더 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졌고, 수많은 타자들은 그곳에서 자신의 커리어 하이라이트를 장식했으며, 수많은 투수들은 이곳에서 경기를 한다는 말을 들은 순간부터 잠을 설치기도 했다. 통계적 균형과 정밀함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현대 야구에서, 쿠어스 필드는 여전히 예외와 변수, 운과 감각, 인간적인 오차의 공간으로 남아 있다. 그곳은 야구가 완벽하게 통제되지 않는다는 걸, 그리고 때때로 야구는 논리보다 광기와 불운과 감각이 섞여야 더 재미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소다. 참고자료 미국 메이저리그: 쿠어스 필드가 투수의 무덤으로 불리는 이유는? 쿠어스 필드 (Coors Field)는 콜로라도주 덴버에 위치한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으로, “투수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 특성에 기인합니다. 이 구장이 투수에게 불리한 환경을 제 learningenglish.co.kr
[야구열전] 베어스 마운드의 맑은 햇살, 'Sunny' 김선우
박찬호로 시작해서 류현진까지. 많은 선수들이 미국의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 유명해진 선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젊은 선수들은 실패의 길로 접어들었다. 스무 살 즈음한 어린 나이에 낯선 환경에서 치열하게 벌어지는 경쟁을 이겨내기에는 강한 정신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박찬호가 전성기를 구가하면서 IMF로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을 즈음에 많은 국내 유망주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낯선 땅 미국으로 떠났다. 특히 95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회에서 맹활약을 한 4인방은 큰 기대를 받으며 경쟁적으로 최다 계약금을 경신하며 미국진출의 꿈을 이루었다. 그리고 그 시작은 휘문고 2학년 시절부터 압도적인 구위를 자랑하며 전국을 호령했던 ‘초고교급 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