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영화광 1세대 감독 박찬욱의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를 비장르 대중 흥행작. 이때부터의 지금까지의 박찬욱 필모를 쭉 늘어놓고 멀리서 쳐다보면 이 때의 박찬욱에게서는 기이하게도 절박함과 (불쾌하지 않은) 거만함이라는 양가적인 얼굴이 동시에 겹쳐 보인다. 가상의 뮤지션 한 명을 상상해보자. 퇴폐적이기 이루 말할 데가 없는 아방가르드 음악으로 채워진 그의 바이오그라피에 딱 한 곡 통속적인 발라드 흥행곡이 있는데, 그의 음악관을 아는 리스너로서는 유쾌한 배신감을 느낄 정도의 인류애와 온기 어린 민족주의로 채워진 노래이며, 그 곡으로 마침내 히트 작곡가의 타이틀을 획득하자마자 다시는 그와 같은 곡을 발표하지 않은 것이다. 팬으로서는, 이 작곡가가 대중을 울릴 기교는 뛰어난데 그런 쪽으로는 아예 관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