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 맨하탄 미드타운(Midtown)에는 공식 명칭이 '6½ Avenue'인 보행자 전용도로가 있다. 타임스퀘어 북쪽 W 51st St부터 W 57th St까지 고층 빌딩 사이로 만들어진 약 400미터의 통로인데, 좌우로 6번가(6th Ave)와 7번가(7th Ave)의 사이에 있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단다. 길을 따라서는 아기자기한 휴식공간 및 노천카페와 식당 등이 들어서 있는데, 작년 여름에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나온 딸과 뉴요커처럼 간단한 점심을 먹었던 푸드코트도 6½ 애비뉴에 위치해 있었다.
그 거리에서도 가장 유명한 프렌치 레스토랑을 찾아서 W 53rd St에서 6½ Ave로 접어들면, 유리 지붕에 매달린 조명과 화려한 바닥 및 꽃나무 화분들로 장식된 모습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라 그랑데 부쉐리(La Grande Boucherie)는 한국 여행객들 사이에도 미국의 브런치 맛집으로 유명한 체인점인데, 특히 여기 맨하탄 미드타운 지점이 인기가 많은 모양이었다. 당연히 프랑스어인건 알겠는데 'boucherie'가 무슨 뜻인지 찾아보니까... 정육점, 푸줏간이란다~
지난 5월 중순의 마더스데이 방문에 이어서 불과 2주만인 메모리얼데이 휴일에 당일치기로 또 뉴욕까지 나들이를 한 이유는 축하할 일이 있어서인데, 그래서 건배를 위해 오전부터 맥주도 한 잔 시켰다. 채광이 좋으니까 머리카락에 빛이 반사되어 백발로 보이는 단점이 있군...^^
따님은 지난 한달여 동안 매일 하루 3~4시간밖에 못 자면서 매달렸던 거래가 일단락 된 것을, 옆에 사모님은 직장에서 승진한 것을 가족이 함께 모여서 기뻐하기 위해서였다. 맛집 평가는 위기주부의 능력 밖이지만... 두툼한 프렌치 토스트가 특히 맛있었고, 브런치라서 그랬겠지만 맨하탄 물가를 고려하면 가격도 비싸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던 만족스런 식당이었다.
이른 점심을 맛있게 먹고는 뭘할까 하다가, 바로 서쪽에 있는 현대미술관 '모마'를 또 가보기로 했다. 왼편에 있는 파란 길거리 조각은 5년전 콜로라도 덴버 컨벤션센터에서 봤던 블루베어(Blue Bear)를 떠올리게 했지만, 찾아보니까 같은 작가의 작품은 아니었다.
작년 연말에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MoMA)을 방문했을 때, 크리스마스 이브라서 일찍 닫는다고 5층만 급하게 둘러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가장 최근의 작품들이 전시된 2층부터 먼저 천천히 감상을 시작했다.
요즘 화두인 인공지능 AI 시스템의 해부도라는데... 심각하게 분석하고 계신 분의 등짝에 "No Problems, Just Solutions"라 적힌게 오묘하다.
3개의 커다란 화면들 가운데 놓여진 것은 기우뚱하게 놓여진 2인용 러브체어였다.
줄줄이 수 없이 매달려 있는 것은 실제 사용한 듯한 염주로, 이 방은 오래된 절간의 퀴퀴한 냄새까지 작품의 일부인 듯 했다.
거대한 정육면체 8개를 네 귀퉁이에 쌓아놓은 방에서 찍은 모녀의 바닥샷~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었던 이 방에는 비슷한 색깔의 털인형들을 둥글게 꼭꼭 뭉쳐서 매달아 놓았다. 옛날에 라스베가스 서커스서커스 호텔에서 '공굴리기 경마'로 딴 동물 인형들이 정말 많았었는데, 하나로 뭉쳐 저렇게 매달아두면 우리집에도 현대미술 작품이 하나 생기는 건가? ㅎㅎ
자세히 보면 인형들의 얼굴이 안쪽으로 향해서 잘 안 보이고, 대부분 뒷모습만 보이도록 해놓았는데, 어릴적 동심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무슨 설명이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2층 구경을 먼저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장 유명한(=비싼) 작품들이 모여있는 5층으로 올라갔다.
연휴라서 그런지 유명한 그림들 앞에는 지난 번 보다도 관람객들이 더 많았던 듯 하다.
다 벗고 추는 '강강수월래'도 구경하고...^^
비슷한 화풍의 그림들을 많이 모아놓았는데, 같은 그림이라도 이렇게 배치와 전시 주제가 계속 바뀌는 것이 묘미가 있었다.
어디에 어떻게 걸어 놓아도, 항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모마의 '얼굴마담'이다. 홈페이지에서 입체적인 붓터치까지 3D로 확대할 수 있고, VR기기로도 감상할 수 있도록 해놓았는데... 가까이서 명화를 직접 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4층으로 내려갔다.
앞에 앉은 4명은 통조림 수프를 좋아하지 않으시나, 왜 다들 고개를 돌리고 계시지? ㅎㅎ
마지막으로 1층 특별전시실 전체를 차지하고 있던 일본 작가의 작품 속을 한 번 걸어보고는 뉴욕 현대미술관 관람을 마쳤다.
출입구로 향하는 벽면에도 커다란 사진작품이 걸려있어서 한 컷 더... 지하의 기념품 매장도 재미있게 둘러보고는, 따님은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또 있다고 해서 그만 아파트로 돌아가기로 했다.
7th Ave 북쪽으로 옐로우라인 지하철역을 찾아 걸어가는데,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거주용 빌딩인 센트럴파크 타워(Central Park Tower)의 꼭대기가 비구름에 가려있다. 우리는 우산을 미리 준비했지만, 지하에서 나왔을 때 비가 억수같이 내려서 신발이 다 젖었고, 그래서 그냥 아파트 입구에서 딸과 헤어지고는 바로 주차한 차를 몰고 버지니아 집으로 향했다. 2주 연달아 뉴욕을 갔더니 거의 '뉴요커'가 다 된 느낌이지만, 아마도 다음 방문은 제법 간격이 또 있을지도 모르겠다~
P.S. 본 포스팅으로 '다른 도시관광기>뉴욕' 카테고리의 글이 36개가 되면서, 미서부 라스베가스의 35개를 제치고 1등으로 올라섰네요~ 대륙횡단 이사 전에 마지막으로 라스베가스를 방문했을 때 이야기를 두 편으로 나눠서 쓰려고 남겨둔 사진들이 있다는게 갑자기 떠올랐는데, 오래간만에 추억의 라스베가스 여행기나 써볼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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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2박3일 뉴욕여행의 둘쨋날이었던 크리스마스 이브, 왠지 따뜻한 국물이 땡기는 날씨라 맨하탄의 딸이 사는 동네에서 베트남 쌀국수로 조금 이른 점심을 먹고는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첫번째 목적지로 합의된 '모마'를 찾아가는데, 일찍 타임스퀘어에 내려서 구경 좀 하고 걸어가자는 엄마와, 일요일에 직장 근처에 가기 싫으니까 지나서 내리자는 딸 사이에 약간의 의견충돌이 있었다.^^ 결국은 아빠의 암묵적인 지지를 업은 엄마의 승리로 우리는 Times Sq–42 St 역에서 내려 지상으로 나왔다.
양보한 따님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저기 LOFT와 대각선 건너편 이 쪽의 H&M에서 옷구경을 좀 하고는 북쪽 타임스퀘어로 향했다. 그나저나 새로 개봉한 영화 <아쿠아맨> 2탄은 영 재미가 없는 모양이던데...
"모녀 두 분, 여기 보세요~ 따님은 크리스마스 연휴 일요일에도 출근하시는 겁니까? ㅎㅎ"
이 날도 '세계의 교차로' 타임스 스퀘어(Times Square)는 길을 막고 관광객들을 불러내 무슨 쇼를 하는 사람들이 광장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보행을 막고 길거리 공연을 하는 사람들도 다 미리 허가를 받고 하는걸까?
코카콜라를 비롯한 다른 전광판들은 연말 분위기가 났는데, 지혜의 회사만 그냥 파란색... 본사 홍보담당자에게 연락해서, 연말연시에는 사옥 전광판 디스플레이 좀 신경쓰라고 해야겠다~^^
"너 회사 사무실에서 일주일 후의 새해맞이 타임스퀘어 볼드롭을 혹시 내려다 볼 수 없을까?" 그런 이야기를 하며 가족 셀카 한 장 찍고는, 원래 계획대로 미술관 구경을 하기 위해 이동을 했다.
걸어가는 빌딩숲에도 여기저기 홀리데이 장식을 많이 해놓아서 심심하지 않았는데, 그 중 베스트였던 커다란 캔디케인과 카라멜~
우리 부부는 두번째로 방문하는 뉴욕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인데, 유리 빌딩의 외벽에 저렇게 'MoMA' 글자를 옆으로 딱 붙여놓아서, 마치 '⏳∞⏳ ️' 문양을 세로로 적어놓은 것처럼 보이는 것도 의도된 것일까?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현장 입장료가 30불이나 하는 이 미술관도 자기 회사가 후원사로 등록되어서 동반자 2인까지 무료입장이 가능한 티켓을 받을 수 있다고, V자를 하며 씩씩하게 걸어가는 따님 모습이다. 참고로 현대카드와 삼성도 후원사 리스트에 있는데, 현대카드 소지자가 무료입장이 가능한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한국의 삼성 임직원이 명함이나 사원증을 ID와 함께 보여주면 지금도 무료티켓을 받을 수 있는지를 혹시 정확히 아시는 분이 계시면 댓글로 알려주시기 바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오면 자연스럽게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3점의 고흐 그림들... 특히 가운데가 이 곳의 간판스타인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이다. 루브르 미술관 관람객의 약 80%가 '모나리자'만 구경하고 나간다는 말이 있는데, 여기는 그래도 미술 교과서에 나온 다른 그림들도 제법 있다. (포스팅의 마지막에 이 인파를 헤치고 '별밤'을 정면에서 잘 찍은 사진을 보여드릴 예정^^)
그 중의 하나인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Les Demoiselles d'Avignon)'을 12년의 간격을 두고 감상하는 모녀의 모습을 겹쳐봤다. (여기를 클릭해서 2011년 방문기를 보실 수 있음)
클림트의 'Hope, II'와 한 때 그의 제자였던 에곤 쉴레(Egon Schiele)의 'Standing Male Nude with Arm Raised, Back View'
또 다른 미술책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샤갈의 '나와 마을(I and the Village)' 앞에 선 모녀~
모네는 연꽃(water lilies, 수련) 그림만 약 250점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프랑스 오랑주리 미술관(Musée de l’Orangerie)의 전용 타원 갤러리에 전시된 대벽화를 제외하고는, 뉴욕 모마의 'Reflections of Clouds on the Water-Lily Pond' 작품이 전체 가로 길이 1276 cm로 가장 크다. 12년전에는 3개의 캔버스를 직선으로 붙여놓았었지만, 이번에는 곡선으로 전시해서 몰입감이 좀 더 높은 듯 했다.
반면에 초현실주의 작가 달리의 '기억의 지속(The Persistence of Memory)'은 가로 길이가 33 cm에 불과하다.^^
위기주부는 무엇보다 이 '크리스티나의 세상(Christina's World)' 그림을 직접 본 것이 기억에 남는데, 작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은 여기를 클릭해서 블로그 이웃이신 요세미티님의 심도있는 포스팅을 보시면 된다. (해당 댓글창을 열어보시면 어떤 영화에 등장했는지도 알 수 있음)
4층으로 내려오면 점점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현대미술이 등장하는데, 이건 벽에 써있는 것처럼 제목이 'Dial-A-Poem'이란다~
그리고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통조림(Campbell's Soup Cans)' 등의 많은 작품들을 더 감상하려는데, 크리스마스 이브는 오후 3시에 일찍 미술관을 닫는다는 방송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그냥 모델들과 함께 뒤집어서 한 번 보여드리고 싶었던 잭슨 폴락의 'One: Number 31' 그림(?)이다...
전시장은 닫았지만 지하의 미술관 기념품 매장은 좀 더 운영을 하는 듯 해서, 예의상 한 번 둘러보고 나가기로 했다. 계단을 다 내려간 곳에 제일 먼저 눈에 띄게 전시를 해놓은 것이 바로...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그림을 레고로 입체적으로 만든 LEGO Ideas 21333 제품으로, 여기 뉴욕 현대미술관과 협업으로 디자인해서 박스에 모마(MoMA) 로고가 찍혀있다. 정확히 5년전에 셀프 크리스마스 선물로 레고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게 덩치가 좀 있어서 10년치로 계산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5년만 더 기다리면 다시 산타 할아버지로부터 다른 레고를 선물로 또 받을 수 있다.^^ 미술관을 나와서 조금 남쪽의 록펠러센터(Rockefeller Center) 등을 구경한 이야기는 작년 마지막 포스팅으로 이미 보여드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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