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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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요새의 세 악인 隱し砦の三惡人 (1958)

숨은 요새의 세 악인 隱し砦の三惡人 (1958)

멧가비|2016년 9월 22일

멸문된 공주를 망명시키려는 전직 사무라이는 우연히 만난 두 평민을 여정에 가담시킨다. 두 평민은 가산을 털어 장만한 무기만 빼앗기고 패잔병 조차 되지 못한 어리숙한, 그러나 원초적인 욕망만은 가득한 사내들이다. 영화는 로드 무비 형식의 활극의 외피를 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전국시대 계급 사회의 구조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주는 이상적이지만 무력하며 (작중에선 벙어리를 가장한다는 핑계로) 평민들의 고난 앞에서는 입을 다문다. 사무라이는 평민을 속여 노동력으로 동원하지만 공주를 위해서는 피붙이의 희생도 불사한다. 평민은 높으신 분들의 큰 뜻을 모르고 관심도 없으며 그저 눈 앞의 금을 얻는 일에만 급급하다. 지배 계급이 피지배 계층을 회유해서 권력의 근간으로 삼는 방법, 그리고 위에 누가 있든 그저

거미집의 성 蜘蛛巢城 (1957)

거미집의 성 蜘蛛巢城 (1957)

멧가비|2016년 9월 22일

일본의 무속 신앙에는 "언령(言霊)"이라는 개념이 있다. 말 그 자체가 주술적인 힘을 발휘해 어떠한 작용을 한다는 건데, 이 영화에서는 사람의 흥망을 결정짓는 중요한 키워드로 사용되기도 한다. 예언으로 흥하고 예언으로 망한 사무라이의 이야기로 볼 수 있겠다. 애초에 거미숲의 요괴 노파는 와시즈에게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믿거나 말거나인 예언 몇 줄을 던졌을 뿐. 와시즈의 흥망을 결정한 것은 예언 그 자체가 아닌, 예언에 대한 기대감과 걱정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욕망이다. 예언을 믿지 않았더라면 쿠데타는 없었을 것이며 와시즈 그 자신의 죽음도 없었을 것이다.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말의 무게"에 대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형상화 하는 것은 요괴 설화의 충돌이다. 일본에 전승되는 요

7인의 사무라이 七人の侍 (1954)

7인의 사무라이 七人の侍 (1954)

멧가비|2016년 9월 20일

전국 시대의 막바지, 존재 가치를 잃고 낭인이라는 이름의 사회 잉여가 된 사무라이들이 작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모인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사무라이들을 배척하고 힘들게 만드는 것은 도적떼가 아닌, 애초에 그들을 고용한 농민들이다. 이것은 "배후의 아군이 진짜 적이었다" 따위의 문제가 아니다. 뜻을 모아 한 공간 안에 섞이게 됐으나 근본적으로 공존할 수 없는 계급간 벽에 대한 이야기다. 세끼 식사마저 보장되지 않는 조건을 수락하며 명예롭게 죽을 자리를 찾아 고매한 사무라이 정신을 지키지만, 그들이 보호하는 농민들은 도적떼나 사무라이나 똑같이 약탈자로서 두려워할 수 밖에 없는 먹이서열 맨 아래의 약자들이었던 것. 지키려는 자들에게 신뢰받지 못한다. 때문에 영화는 일곱 사무라이들을 마치 활극의 주인공

요짐보

요짐보

귀찮아서 리뷰 안쓰고 그냥 보고만 말려고 했는데, 결국 쓰게 된 이유는 영화가 너무 재밌어서. 흑백화면이지만 컬러못지 않은 생생함이 느껴집니다. 해상도 때문이 아닙니다. 인물들이 화면속에서 자유롭게 논다는 느낌이 들어 다채롭게 느껴지는 겁니다. 캐릭터는 옛날 영화답게 강조하는 부분이 있기에 가끔 딱딱함을 느끼는 구석이 있지만, 항상 그러지 않고 유연하게 흘러갈 때가 많습니다. 특히 유연하게 흘러갈 때는 요즘 나오는 영화 속 캐릭터보다 더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영화 속 캐릭터가 화면 안에서 자기 할일을 하면 카메라가 그를 따라 롱테이크로 관조하듯 바라보는데요. 그래서 인물들의 행동과 자연스러움이 디테일하게 포착되면서 생기를 띄게 되는 겁니다. 초중반의 스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