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극
Posts
168 posts
무사 (2001)
놀라운 것은 스펙터클이었다. 한국 영화에서 이런 그림을 다 보다니. 사실상 이 영화는 [쉬리]가 만들고 그 쉬리로 인한 한국 영화 투자 붐이 만들어낸 셈이다. 역사인 듯 야사인 듯 아리송한 기록에, [7인의 사무라이]와 [숨은 요새의 세 악인] 등을 딱 좋을 만큼 우라까이 한 구로사와 아키라 "풍"의 영화. 얻을 거 없이 싸우는 남자들의 전쟁터라는 점에서는 21세기 한국판 [영웅본색]이기도 하다. 시대극으로서의 고증에 공을 들이면서도 현대극의 태도를 취하는 그 괴리에는 이질감과 함께 묘한 시대착오의 쾌감이 깔려있다. 멋진 배우들과 이국적인 배경이 돋보인 건 간단한 플롯 덕분이기도 하다. 크세노폰의 고대 그리스 진군 기록인 [아나바시스]처럼 적진에 고립된 고려 남자들의 귀향 도전기. 패닉의 '달팽이'

변호인 (2013)
안 그래도 송강호인데, 이 영화를 기점으로 이젠 그냥 연기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인 것만 같다. 송강호를 파워레인저에 데려다 놓으면 지구는 정말 끔찍한 멸망의 위기에 놓인다. 송강호를 텔레토비에 데려다 놓으면 그 곳은 원색의 이주민들이 감금 노동착취를 당하는 사탕수수 농장이 된다. 송강호를 BBC 다큐멘터리에 데려다 놓으면 사바나는 느와르의 무대가 될 것이다. 송강호로 웃으려면 [반칙왕]을 보면 된다. 송강호를 한심해 하고 싶으면 [살인의 추억]을 보면 된다. 송강호로 울고 싶으면 이 영화를 보면 된다. 배우와 별개로 영화는? 진심은 알겠으나, 그렇다고 해도 우직함을 넘어 촌스럽기까지 한 연출. 전두환의 사진 액자를 딱 그 타이밍 그 프레임 안에 집어넣는다든지, 송우석과 함께 99명 변호사들의 표정을

그때 그 사람들 (2004)
영화의 용기와 역사적 의미는 별개로 칭찬해 마땅할 것이나, 결국 만족스러울 정도로 속 시원한 영화라고는 보기 힘들다. "그는 왜 육본으로 갔는가"에 대한 시시한 대답. 영화가 다루는 실제 역사의 무게와 감독의 태도 사이에 괴리감이 심하다. 어차피 실명도 사용하지 않은 거, 적당히 모티브만 따온 풍자극이다라고 둘러댈 수 없는 역사적 소재 앞에서 감독은 명확한 자신의 입장을 유보하고 한 발 물러선 듯 보인다. 물론 화자가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취해야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정치적 입장을 녹여내기 위해서 끌어올만한 것에 가깝다. 아무런 입장을 취하지 않고 관점을 배제할 거였다면 대체 무슨 의도로 그 날의 난장판에 관객을 끌어들이고 시시한 너스레만 떨고 있는가. 역사의 큰 전환점을 군상극으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1994)
영화의 제목은 주인공이자 관찰자 시점의 관찰 대상인 병석을 가리킨다. 학창 시절부터 서구 영화의 제목과 감독, 배우 이름 등을 줄줄이 꿰며 친구들의 경외심을 샀던, 소위 헐리우드 키드였던 병석. 헐리웃 영화들에 관련한 그의 조숙한 취향과 사전적 데이터들은 어릴 때 부터 그를 "튀는" 존재로 만드는 데에 일조했지만 동시에 병석 자신을 삼켜버리고, 그로 하여금 세상에서 분리해 자신의 머릿속에서만 방황하는 방구석 천재로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방구석 천재는 열심히 현실을 외면하고 도피자에 부적응자에 정신 병자를 거쳐 그 굴곡 많은 삶을 스스로 끝낸다. 사람은 누구나 속는다. 일생을 살면서 단 한 번도, 누구에게도 속지 않는 사람이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가장 비극적인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


![[웹툰단행본] 『통제구역관리부』 1권 후기 : 이상한 변칙과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는 공간에 대하여](https://img.zoomtrend.com/2026/06/09/1780996474-SE-5eda86fa-0d63-4afd-b8dd-b801879fed5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