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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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1982)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1982)

멧가비|2017년 10월 12일

거의 모든 "장르 이름"이 조금씩은 모호한 구석을 내포할텐데, 그 중에서도 '사이버 펑크'라는 장르는 특히나 그 대상이 특정되지 않는 면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인간의 편의에 의해 고안된 어떠한 기술이 고도로(혹은 극단적으로) 첨단화(cyber)된 세상과 그에 반(反)하는 부적응자(PUNK)를 다루는 이야기라고 정의 내린다. 이 영화가 사이버 펑크의 야훼 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담 정도의 취급을 받는 것 역시 그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쫓는 자인 릭 데커드와 쫓기는 자인 로이 배티. 그 둘은 통제하는 조직의 말단 그리고 탈주 조직의 리더라는 점에서 대비된다. 하지만 그 둘은 영화에서 묘사하는 레플리컨트 관련 규제, 그리고 그 탄생 배경인 2019년의 세계관에 대한 부적응자들이라는 점에서 동류이기도 하

가타카 Gattaca (1997)

가타카 Gattaca (1997)

멧가비|2017년 8월 21일

태생적 한계에 의한 사회 진출의 제약. 고정된 사회 계급에서 오는 불평등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블레이드 러너]와 일맥상통한다. 또한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간을 지배, 피지배 계급으로 분류한다는 설정은 엘리트주의 우생학이 만연한 디스토피아를 은유한다. 그러나 [블레이드 러너]에서 노예 취급을 받는 레플리컨트들과 달리, 이 영화의 하층 계급들은 복제인간 따위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로 인공성이 부여된 이들이 지배 계급을 이룬다. 그런 점에서는 [블레이드 러너]의 안티테제이기도 하다. 2010년대 현실에 대입해보면 취준생의 공포일 수도 있겠다. 빈센트는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사회적 루저"임에도 불구하고 제롬에게서 빌린 신분만으로 충분히 자아실현을 완성한다. 영화에서 말하는 "적격자"라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셸 Ghost in the Shell (2017)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셸 Ghost in the Shell (2017)

멧가비|2017년 7월 25일

전화위복인 걸까. 기존 [공각기동대]의 원작이나 오시이 마모루의 95년 극장판에 큰 애착이 없었기 때문인지 되려 아예 별개의 작품으로 놓고 보기가 어렵지 않다. 되도록이면 실사 작품을 조금 더 선호하기도 하고. 사이버펑크 장르라는 게 그 누적된 역사에 비해 다루는 주제의식은 일정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음을 냉정히 감안하면 이제와서 철학적 깊이를 요구하기도 멋쩍어진다. 스토리와 설정은 파격적인 재해석 대신, 기존 작품들에 있던 것들을 조금씩 그러모아 짜깁기 하는 방식을 택했으니 그 역시 평가의 기준으로 삼기 힘들다. 대신 이 영화에는 연출과 각본의 빈곤함 대신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화려한 도시의 이미지가 마지 짝퉁 명품 선물의 포장지처럼 영화를 덮고 있다.

아이 로봇 I, Robot (2004)

아이 로봇 I, Robot (2004)

멧가비|2016년 12월 10일

윌 스미스가 연기한 델 스푸너는 로봇 혐오자로서 한 가지 딜레마에 빠진다. 살인 사건을 수사함에 있어서 NS-5라는 신기종 로봇을 용의자로 지목하는데, 로봇을 살인죄로 기소하려면 인간으로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로봇을 그저 기계로 간주하면 그것은 살인이 아닌 산업재해가 된다. 영화는 로봇의 감정과 자유의지는 인간의 것과 같은가, 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극중 인물은 수전은 델에게 묻는다. 왜 그렇게 로봇을 미워하느냐고.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그 반대로 물을 일이다. 왜 그렇게 로봇을 믿는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고안한 '로봇 3원칙'에 대해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세계관이다. 하지만 그건 곧 인간들 자신에 대한 과신과 다를 바 없다. 로봇이 완벽할 거라는 믿음은 곧 인간이 그들 스스로의 테크놀러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