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ilisk S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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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뱅이 옆으로 뛰어가는 사람 - <리스본행 야간열차>

Basilisk Station|2014년 7월 21일

올해 초에 마리끌레르 영화축제가 있었다. 어딜 봐서 축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름은 그랬다. 실상은 국내에 개봉하지 않은 몇몇 영화를 특정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것이었다. 가격도 저렴했다. 나는 시간을 내서 서울까지 기어올라가 두 편의 영화를 보았다.하나는 책으로 보았던 였고 또하나는 였다. 기대는 전자가 많았지만 실제로는 후자가 훨씬 좋았다. 리스본의 감독이 책을 잘 이해했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영화의 재미는 조금 다른 문제였다. 영화를 통틀어 내게 의미 있는 장면은 마지막 장면밖에 없었다. 다행히 두번째 영화가 아주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후회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건 유일하게 의미가 있었던 마지막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메인디쉬의 중량감 - <베스트 오퍼>

Basilisk Station|2014년 7월 2일

영화를 평가하는 관점은 다양할 수 있다. 누군가는 새로움에 점수를 줄 것이고 누군가는 완성도에 점수를 준다. 누군가는 주제에 점수를 줄 수 있고 누군가는 표현에 점수를 줄 수 있다. 이 영화를 평가할 때 사람들 사이에 점수가 갈리는 건 취향이나 안목보다는 어떤 기준이냐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영화의 흐름은 정석적이다. 먼저 오프닝을 통해 인물을 보여준다. 고급 레스토랑에 홀로 앉아 장갑을 끼고 요리를 음미하는 모습.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식사를 마친다. 가게에서 생일을 챙겨주지만 거기에 별 감동을 받은 투는 아니다. 그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았다. 그리고 사건은 시작된다. 어떤 여자의 연락을 받고 일에 휘말린다. 그러면서 남자의 더러운 면이 드러나고 어떤 것에 욕망하고 어

존재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그리움 -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Basilisk Station|2014년 4월 21일

이동진 씨의 라이브톡은 늘 내게 흥미로운 컨텐츠였다. 재미있게 보고는 있지만 뭔가 놓치고 있다고 생각했던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라이브톡으로 볼 수 있었던 건 내게 행운이었다. 하지만 이동진 씨는 아주아주 훌륭한 영화 평론가이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를 해 주셨고 나는 내 블로그에 더이상 쓸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영화가 예상치 못한 흥행을 거듭하여 여기저기서 감상평이 올라오고 있을 때에도 그랬다. 그저 예쁘기만 한 영화라는 평을 보면서도 말이다. 내가 거기에 대고 사실 이 영화는 이러이러한 영화가 아니었을까요 라고 말한다고 해도 그건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이동진 씨의 견해를 조악한 나의 말로 번역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늘 내 발목을 잡았다. 그럼에도 내가 이 포스팅을 하는 건 두 가지

날 붙잡는 건 비가 아니야 - <언어의 정원>

Basilisk Station|2014년 3월 16일

애니메이션을 잘 보지 않는 편이라서 요즘 애니의 작화가 놀랍다고 생각했는데 검색해보니 감독이 특별한 거였다. 전작에서는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정말 작화가 대단했다. 동종업계 사람들의 멘탈이 걱정될 정도로. 러닝타임이 짦은 영화였는데 장면과 대사, 소재를 잘 사용해서 중량감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실제로는 중편 정도가 된다. 유달리 복선과 암시가 많은 영화였다. 처음 엄마가 연하의 남자와 사귄다고 나왔는데 띠동갑이라는 대사가 있다. 형은 엄마를 상당히 무시하는 인물이지만 사람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 얼굴이 어려보이는 것을 무기로 그렇게나 연하인 사람과 사귀는 엄마를 무시하는 형은 일반적인 시각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동생의 고생을 알고 있고 신발에 대한 열정도 알고 있지만 1

죄는 결과를 낳는다 - <카운슬러>

Basilisk Station|2013년 11월 25일

기대했던 영화고 재미있게 본 영화였다. 개인적인 사연으로 포스팅의 기회를 놓쳤는데 늦게나마 쓸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먼저 연출상의 장점을 짚고 싶다. 액션에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면 스릴러에서는 생각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흔히 이야기되는 히치콕의 '탁자 밑의 폭탄'을 생각하면 간단하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거의 완벽한 연출을 보여준다. 영화는 언뜻 보기에 의미가 없어보이는 장면이나 대사를 많이 보여준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시간이 지나서 의미를 갖게 되며 관객들은 나오지 않은 장면 앞에서 공포심을 가지게 된다. 이런 수법을 처음 보여주는 건 배달부를 죽이는 철선이다. 관객들은 처음에 오토바이의 높이를 재는 의미 없는 장면이 목 없는 시체를 낳는 과정을 보게 된다. 이 영화의 화법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