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ilisk S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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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posts이 영화는 품위가 있다 - <언더 더 스킨>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내가 이 영화를 본 건 전적으로 이동진 씨의 공이다.이동진 씨는 몇 해 전부터 연말 결산으로 국내 영화와 해외 영화의 순위를 매기는데 작년 결산에서 해외영화 1위로 을 꼽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의 취향과 이동진 씨의 취향은 같지 않다. 근본적인 성향의 차이가 있는데다가 안목의 수준이 다르게 때문에 흥미를 느끼는 지점도 달라진다. 이동진 씨 스스로도 그런 부분을 잘 알기 때문에 통시적 관점에서의 걸작은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시적 부분에서도 그런 부분을 숨길 수는 없다. 이동진 씨의 언급을 보고 흥미가 일긴 했지만 내가 봐서 재미있는 영화일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 걱정을 날려준 건 오프닝이었다. 영화의 오프닝은 굉장했다. 우주정거장을 포함
우리는 인생을 연기한다 - <버드맨> (스포일러로 중무장)
짚고 넘어갈 사실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우리가 각종 픽션에서 초능력을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초능력 자체가 아주 특별하고 드문 것이었다면 요즘 관객들은 등장인물이 초능력을 쓴다는 자체에 대해서는 코털만큼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초능력을 소개하면 관객의 반응은 '그래. 그래서?'에 불과하다. 이건 거의 '악기를 다룰 수 있다',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정도의 반응이다. 나머지 하나는 우리가 작품과 현실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베트톨트 브레히트가 활동한 지 이미 10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이다. 몰입을 멈추고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한 이유로 작품 외적인 부분을 화면 속으로 집어넣는다. 에
천재의 자장 - <프랭크>
천재에 대한 많은 오해가 있다. 넘치는 재능에 힘입어 진중한 노력은 하지 않고도 남들보다 앞서는 사람이라거나, 술이나 마약같은 즉흥적인 쾌락에 취해 일필휘지로 작품을 완성한다거나, 삶의 다른 부분에는 서툴거나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의 분야에만 몰두한다거나, 주위의 반응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하고 시간이 지난 후에야 사람들은 그의 진가를 이해하게 된다는 등등. 하지만 이건 일종의 신화에 가깝다. 현실의 대가들은 매우 성실한 자세로 작품에 임한다. 꾸준히 연습을 하고 습작을 하고 크고 작은 공연을 하며, 신체적 건강의 중요성이 인식된 현실에 와서는 다들 꾸준히 운동을 한다. 많은 오해와 달리 소음에 민감하거나 체질 자체가 올빼미형이 아닌 이상 낮에 일하고 밤에 자는 사람이 많으며 직업
누군가의 인생영화 - <레드카펫>
어떤 인생이든 그것으로 책 한 권은 쓸수 있다는 말이 있다. 믿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은 말이지만진실의 끝자락에 닿은 부분이 있는 말이다. 그리고 그 진실은 이미 누군가에 의해 말해진 바 있다. ‘글을 쓰려면, 자신이 겪었거나 잘 알고 있는 것을 쓰는 게 좋다’ 꿈에대해서 말한 책이나 영화는 아주 많다. 하지만 그걸 잘 다룬 예는 아주 드물다. 소재 대비 성공률을 따지만 낮은 편이 아닐까 싶다. 이유는 충분히상상할 수 있다. 이건 아주 좋은 소재기 때문이다. 이걸말하고 싶은 사람도 많고 편집장이나 투자자가 보기에 좋은 소재다. 물론 경험 많은 편집장이면 같은 소재의책들이 얼마나 실패했는지 감안하겠지만, 소재 자체는 좋지 않은가. 그리고성적 농담. 외국은 잘 모르겠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19금
다만 너의 그 작은 무한함이 - <안녕 헤이즐> (스포일러)
기대도 없이 보러 간 영화가 끝날 때쯤에 생각했다. 올해 이보다 더 훌륭한 영화를 본 적이 있었던가? 영화에 대해 아는 건 포스터밖에 없었다. 벤치에서 헤이즐이 어거스터스의 무릎 위에 자신의 모은 다리를 올려놓은 모습이었는데 둘 다 남자처럼 보여서 게이물이 아닌지 검색해봤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는 아무래도 여주인공인 것 같은 처자가 충분히 예쁜 것 같지 않아서 아쉽기까지 했다. 이 배우가 의 예쁘장한 딸래미였다는 건 나중에 찾아보고서야 알았다. 책이나 영화를 계속 보면서 깨닫게 되는 한 가지는 소재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주제는, 소재보다 중요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애초에 새롭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진정한 걸작은 사람들이 모두 느끼고 있지만 아무도


![[웹툰단행본] 『통제구역관리부』 1권 후기 : 이상한 변칙과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는 공간에 대하여](https://img.zoomtrend.com/2026/06/09/1780996474-SE-5eda86fa-0d63-4afd-b8dd-b801879fed5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