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ilisk S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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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posts그녀를 이해하기 위해 - <스펜서>
"좋은 영화가 뭐예요?" 몇 달 전에, 친하게 지내는 직장 동료가 나에게 물었다. 무슨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평론가들에게 찬사를 받는 영화들을 봤는데 자기는 별 감흥이 없어서 혼란스럽다고. 자기가 뭘 모르는 건지 그 사람들이 일반 대중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도 나는 책이나 영화를 꾸준히 보는 편이니까, 답을 얻을 수 없는 질문을 나에게 했다. 쉽게 대답할 수는 없는 질문이지. 인문학에서 흔히 그렇듯 오답은 있지만 정답은 없는 질문이기도 하고.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는 작품이 가장 좋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이 과거에 형성된 취향에 갇히기가 쉬운데 그러고 있다보면 항상 같은 길로만 산책하는 기분이 들곤 한다. 익숙하기 때문에 편하지만 남은 평생
감정적이고 논리적인 귀결 - <나의 마더>
SF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의 관점은 사실 잘 모르겠다. 흔히 포스트 아포칼립스라고 부르는 이 장르에서 중요한 건 그 재앙의 원인이 아니다. 그래서 그 뒤에 뭘 하느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원인이 중요하지 않다고 해서 아무 상관도 없다는 건 아니다. 그냥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고 퉁치고 뒤의 이야기를 그릴 수도 있지만. 대재앙의 원인이 뒷이야기의 동력을 만들 수도 있다. 이 작품은 후자에 속한다. 먼저 이 작품의 훌륭한 점에 대해서 짚고 시작하고 싶다. 이 영화는 주제와 이야기의 관계가 긴밀하며 논리적이다. 그리고 반전을 다루는 많은 영화에서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반전으로 인해 앞선 전개에서의 의문점이 모두 해소된다는 점에서 아주 모범적이다. 마지막 조각을 놓는 순간 전체 그림의 구멍도 사라지는
완벽하지 않음을 완벽하게 - <팬텀 스레드>
나는 우드콕이 자신에 파트너를 포함한 주변인들을 대하는 방식이 결코 옳다거나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드레스 한 벌 주고 물건처럼 사람을 치운다는 것이, 그것도 본인이 아니라 누나라는 제3자에 의해 행해진다는 것이 굉장히 무례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무례한 부분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 대단하신 아침식사를 포함해서 그는 자신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들을 결코 참아넘기지 않는다. 그는 일과 생활 모두에서 독선적이며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그가 매우 엄격한 조건 아래에서 제한된 분야에서만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고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거기에 집중하고 싶어하는, 절박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그가 만드는 드레스는 일상복이 아니고 그 드레스도 유
마음과 믿음의 가격 - <모스트 원티드 맨>
이영도 씨의 작품을 모두 읽기는 했지만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다. 재미에 비해서 떨어지는 부분이 꽤 있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해서 그 속에 반짝반짝 빛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대목 중 하나는 퓨처워커에서 칼이 동료들을 속이고 죄책감이 괴로워하는 장면이다. 칼은 더러운 뒷공작에 개입하고 있었는데 그의 순진무구한 동료들은 칼의 부정을 아무런 의심 없이 믿는다. 그 짦은 대화는 마치 카페에서 자신이 마실 커피를 고르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지나간다. 그리고 칼은 동료들의 티없는 신뢰에 더욱 괴로워한다. 사람이 버릴 때 가장 괴로워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다. 돈, 지위, 명예는 어떻게든 돌아올 수 있으며 문제가 되는 것은 본인의 불편과 상실감 뿐이다. 하지만 타인의 마음은 다르다. 오해가 사라
현실과 동화가 화해하는 이야기 - <네버랜드를 찾아서>
괴테의 마왕이라는 시가 있다. 아버지가 아픈 아이를 안고 의사의 집으로 말을 달리는 내용이다. 아이는 아버지의 품에 안겨서 마왕의 목소리를 듣는다. 마왕은 처음엔 달콤한 말로 아이를 꾀고 달래다가 함께 가자고 협박을 하기도 한다. 아버지는 아이가 걱정되면서도 아이가 하는 말 자체는 믿지 않는다. 아이가 듣는 마왕의 목소리는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아이가 보는 마왕의 딸은 버들가지로 이해한다. 아이의 입장에서 마왕의 목소리와 그의 딸을 실체지만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실재하는 사물을 잘못 이해한 것에 불과하다. 끝내 아버지는 아이의 시선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이는 죽고 만다. 우리는 이것과 동일한 구조의 이야기를 하나 알고 있다. 길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다. 군인인 새아버지는 가족
![[웹툰단행본] 『통제구역관리부』 1권 후기 : 이상한 변칙과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는 공간에 대하여](https://img.zoomtrend.com/2026/06/09/1780996474-SE-5eda86fa-0d63-4afd-b8dd-b801879fed52.jpg)


![[CV] [Comi] 'あかね噺'(아카네 이야기) 22권. 아카네의 첫 전력 승부](https://img.zoomtrend.com/2026/06/08/1780982081-EC9D8CEC9585EC9D98EBA6ACEB93ACEC9CBCEBA19C.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