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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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짱 あまちゃん (2013)

멧가비|2020년 12월 31일

주인공 아키는 도망치듯 당도한 어머니의 고향 어촌에서 해녀의 꿈을 키우고, 한 사람 몫을 해내는 해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얻은 성취근성을 발판 삼아 다시 도쿄에 재입성해 지역 아이돌 연습생에 도전한다. 쿠도칸 성장 드라마의 전형이랄 수 있는, 아웃사이더가 내면적 결핍과 청춘의 에너지빨을 양분 삼아 생소한 분야에 근성으로 도전하는 이야기. 역시 주목해야 할 점은, 해녀와 아이돌 모두 아키 본인의 꿈은 아니라는 점, 해녀는 지역 경제를 부흥시키려는 어촌 주민들의 희망사항이었으며 아이돌은 처음 생긴 친구의 야망이었다. 그러나 거기에서 아키는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법, 소통, 자존감 등을 얻는다. 생각해보면 꿈이라는 게 별 거 아니다. 아키에게 해녀와 아이돌은 자신의 자아실현은 아니었겠으나, 좋아하는 사람

취권 2 醉拳 II (1994)

멧가비|2020년 12월 31일

이소룡 세대 바로 아래인 내 세대에게 성룡은 지금에 와선 애증의 대상이라 하겠다. 차라리 커리어만이 초라하게 퇴색됐다면 과거의 영웅이라며 찬사라도 보낼 수 있으련만, 배우가 아닌 인간 성룡으로서의 노년기 공개적 행보에 대해서는 이제 애증의 '애'도 거의 남아있지 않게 된 게 사실. 그 성룡의 영화 중에서도 그야말로 애증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영화. 1편과 2편, 단 두 편 사이에 이렇게나 장르적 발전의 성과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시리즈물은 전무하다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확한 투로와 정박자의 합으로 이뤄져 안무에 가깝던 액션 구성은 자연스러운 리듬에 더 자유로운 동작을 입히고 타격감을 우선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소룡처럼 특정 유파에 근간을 둔 정통 무술인도 아니고 이연걸

용쟁호투 Enter the Dragon (1973)

멧가비|2020년 12월 31일

이소룡 영화들은 문화적 아이콘으로서의 이소룡 본인을 빼고 나면 영화적으로나 문학적으로나 사실상 할 말이 그다지 없다. 이소룡 영화들에는 이소룡이 자랑하는 보디빌딩 근육과 절권도 동작, 그리고 그것을 맘껏 과시할 명분으로서의 기초적인 시나리오가 있을 뿐이다. 모든 대사와 미장센, 배우 등이 이소룡이라는 하나의 아이콘을 빛내기 위해 존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이소룡의 몇 안 되는 영화들이 모두 그러하지만 이건 그 중에서도 특히나 과시적이다. 그리고 호평이든 혹평이든 유일하게 뭔가 할 얘기가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사실 물리적으로 가장 과시적인 영화는 [맹룡과강]이다. 척 노리스의 패배로 유명한 그 콜로세움 시퀀스. 늘 갑빠 자랑에 여념이 없던 소룡이 형은 그 전설적인 맞짱 씬에 앞서 기나긴

친절한 금자씨 (2005)

멧가비|2020년 12월 30일

기이하게도 영화의 구조가, 곱게 빗어넘긴 가웃뎃가르마처럼 두 파트로 깔끔하게 쪼개진다. 전반부는 천사 이금자와 마녀 이금자, 위선과 위악을 동시에 표현하는 기괴한 인물의 내력에 대한 설명이다. 출소를 축하하는 전도사에게 너나 잘 하라며 정색. 이것은 두 얼굴을 가진 이금자라는 인물이 오대수와 같은 무모한 괴물이 아니라, 자신이 하려는 일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것을 능수능란하게 잘 해내기도 할 자신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실제로 그러하다. 온갖 외부요소가 끼어들어 아사리판이던 [복수는 나의 것]과 달리, 이금자의 복수는 그가 쥔 수제 권총처럼 투박함 3 매끈함 7의 황금 비율을 뽐낸다. 후반부에선 자신이 계획해 온 복수가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한 금자가 복수의 방향을

올드보이 (2003)

멧가비|2020년 12월 30일

복수는 식혀서 먹어야 맛있는 음식과 같다더라. 15년이 걸린 복수니 대체 얼마나 진미일까. 픽션의 역사에서 그 많은 복수자 중 가장 인내심 강한 어느 복수자의 이야기. 물론 이건 이우진에 대한 설명이다. 오이디푸스 예언 등의 그리스 비극처럼, 복수하려는 행위가 복수당하는 거대한 계획의 일부라는 덫과 같은 구조. 영화의 반전은 누가 딸이냐 따위가 아니라, 내가 보는 지금 이 영화가, 오대수가 아닌 이우진의 복수극이었다는 데에 있다. 흘려들을 수 있는 대사지만, 미도와 만난 후 오대수는 감금방에서의 15년을 고마워하기 까지 한다. 딸의 생일에 만취해 행패 부리다가 경찰서에서 오줌이나 싸는 추한 중년 남성에서, 뭐가 됐든 확실한 목적을 가져서 눈에 보일 정도로 강렬한 기운을 뿜어내는 "남자"로 변한 오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