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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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싸이코 / American Psycho (2000)

아메리칸 싸이코 / American Psycho (2000)

멧가비|2014년 4월 20일

남성 트렌드 잡지 GQ가 살인마 특집을 기획하면 대충 이 영화 비슷할 것 같다. 베이트먼의 크고 아름다운 크롬 도끼는 행여 피나 더러운 뇌수라도 묻을까 보는 내가 걱정될 정도로 매끈하다. 그 외의 이런 저런 칼들도 하나같이 도도하고 잘 빠진 라인을 자랑한다. 게다가 살인마인 주제에 매 장면마다 끝내주는 수트를 갈아입는다. 크리스천 베일의 수트빨이 이런 영화에서 이미 빛을 발하고 있었다니 아이러니한 노릇이다. 그래도 역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본격 천하제일명함배틀. 자기 명함을 하나씩 꺼내면서 신경전을 펼치는 남자들의 모습은, 흡사 상대방의 초식에 더 강한 초식으로 응수하는 협객들의 대결을 보는 것 같다. 아무리 세련된 금도끼건 은도끼건 사람 머리통 쪼개 죽이긴 매한가지 아니겠는가. 베

대결 / Duel (1971)

대결 / Duel (1971)

멧가비|2014년 4월 20일

인생 최고의 스릴러 영화를 꼽으라면 이걸 꼽겠다. 공포와 써스펜스는 단순한 곳에서 온다는 진리. 이유도 모른채 트럭에게 쫓기는 고속도로 위의 남자. 그 뒤를 존나 살벌한 기세로 쫓는 대형 트럭은 표정 없이 헤드라이트로만 감정을 표현한다. 거대한 트럭의 헤드에서 과묵한 살인자의 살기를 읽을 수 있게 만드는 엄청난 연출이 돋보인다. 더 무서운 건, 미국이란 나라가 고속도로가 좀 길겠냐는 거다. 대체 언제까지 쫓겨야 되는지 기약이 없어. 길에서 오줌만 마려워도 공포인데 심지어 죽게 생겼다. 제일 무서운 건 이게 스티븐 스필버그의 장편 데뷔작이라는 것. 꼬맹이들아, 니들한테 꿈과 희망을 주던 백색의 털보 아저씨는 사실 이런 무서운 영화를 만들던 사람이란다.

필리핀 슈퍼히어로 - 다르나 / Darna: Ang pagbabalik (1994)

필리핀 슈퍼히어로 - 다르나 / Darna: Ang pagbabalik (1994)

멧가비|2014년 4월 20일

2009년 한국영상자료원, 슈퍼히어로 특별전 아시아편. 원더우먼 짝퉁이라고 마냥 얕볼 수 없는 게, 원작 만화는 1949년에 첫 실사화는 1951년이었다고 하니, 린다 카터의 드라마보다 훨씬 먼저 만들어졌다. 짝퉁 치고는 나름 그 역사가 장구하다. 영화의 독특한 점은 도무지 대상 연령을 종잡을 수 없다는 거다. 얼간이 악당들이 꼬맹이들한테 얻어 터지며 쩔쩔매는 슬랩스틱은 누가 봐도 어린이 영화인데, 그런 것 치고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너무 음산하고 요사스러우며 주인공 다르나의 맨살 노출도는 상당히 높다. 노출만해도 수위가 높은데 그 천쪼가리를 입고 막 뛰어다닌다. 슬로우모션은 당연히 들어간다. 게다가 느닷없이 찐한 키스신까지. 캐릭터 구성이 가제트 형사랑 비슷하다. 가슴 큰 거랑 힘 센

필리핀 슈퍼히어로 - 라스틱맨 / Lastikman (2004)

필리핀 슈퍼히어로 - 라스틱맨 / Lastikman (2004)

멧가비|2014년 4월 20일

2009년 한국영상자료원, 슈퍼히어로 특별전 아시아편. 고무 나무 밑에서 힘을 얻은 라스틱맨은 마블 코믹스의 미스터 판타스틱이나 DC 코믹스의 일롱게이티드맨처럼 사지가 쭉죽 늘어나는 쫀드기 슈퍼히어로다. 필리핀 내에서는 영화와 드라마로 수 차례 만들어진 인기 주인공이라고 한다. 영화는 굉장히 지루하다. 두 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 타임에 내용은 의미 없는 장면들로 반복된다. 늑대인간 부자는 보름달 보며 계속 하울링만 하고, 라스틱맨과 주요 악당들은 영화가 시작한지 한 시간 쯤 돼서야 첫 대면을 한다. 영영 안 싸우는 줄 알았다. 라스틱맨의 영웅 스토리보다 차라리 사이드가 더 재미있다. 최종 악당인 라스티카 아줌마는 마을 사람들에게 마녀 사냥을 당해 딸을 잃고 복수심에 악당이 되는데, 마녀 사냥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 The Amazing Spider-Man (2012)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 The Amazing Spider-Man (2012)

멧가비|2014년 4월 19일

샘 레이미는 마블 영화의 르네상스를 열어 제낌과 동시에 스파이더맨이라는 소재로 온갖 것들을 다 뽑아먹었다. 그야말로 모난 데 없이 완벽한 정삼각형 같은 삼부작이었다. 그 후 5년, 새로 시작하는 스파이더맨 영화는 처음부터 강력한 비교 대상을 옆에 두고 시작한 위태로운 프렌차이즈였을 수 밖에 없다. 레이미가 쓰고 남은 걸 고물장수처럼 주워다 쓴 새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좋다. 질질 짜는 드라마 대신 신세대 피터와 새 히로인 그웬의 쿨한 연애담이 소개된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소심함 대신 조금 더 적극적인 영웅 활동을 펼치는 진취성을 보여준다. 이미 한 얘기를 또 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잘 빠지고 세련된 것들부터 보여준다. 액션 설계는 레이미 영화들에 비해 좀 후지지만 디테일한 동작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