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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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1978)
온갖 패러디며 성대모사 따위로 희화화 된 면이 적잖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한 게 없다. 내가 본 최고의 로맨스 소설이다. 그리고 최고의 로맨스 영화다. 언젠가 이 걸 방영해 준 그 야심한 밤에 마침 TV를 보고 있었으니, 운이 상당히 좋았다. 옥희 엄마와 사랑방 손님은 직접적으로 사랑한다 좋아한다 이런 대화는 커녕 제대로 말도 몇 마디 못 주고 받는 사이다. 그러나 그 행간에는 인간사 온갖 애틋함과 뜨신 숨이 모두 들어있는 거라. 1인칭 관찰자인 옥희가 아직 물색없는 꼬마 새끼인지라 분위기 파악 못하고선 '엄마가 화났나보다'고 헛소리 해대지만, 그래도 독자는, 관객은 느낀다. 옥희 어머니 지나가실 제 그 분냄새에 차마 들킬새라 애욕의 숨 한 번 맘껏 내뱉지 못하고 안으로만 삼켜야 했던 사

바르게 살자 (2007)
장진이라는 사람이 애초 그 근본이 연극 연출가라서 그런지, 화면 연출보다는 각본 그 자체에 장진의 개성이 더 뚜렷이 드러난다. 그 때문인지 이 영화는 다른 감독을 쓰고 제작, 각본만 참여했는데도 보다보면 이건 그냥 빼박 장진 영화다. 미묘한 비틀기라든지 엇박자에 터지는 개그라든지. 심지어 각본의 원작자도 아닌데.. 영화는 일종의 범죄 소꿉놀이라고 볼 수 있다. 총을 쏘지만 실제로 쏜 게 아니고 팔굽혀 펴기를 하면서 그걸 강간이라고 한다. 모래로 만든 밥을 떠먹이는 소꿉놀이와 같다. 하는 사람은 진지하고 보는 사람은 황당하다. 느슨한 코미디와 캐릭터들이 재미있어 좋아하지만 흐름이나 템포가 좋다고는 하기 힘들다. 답답해 보일 정도로 강도 역할에 충실하던 정도만이 어느 순간 실제 감정마저 강도 역할에

아는 여자 (2004)
장진 코미디의 정수(精髓)를 꼽자면 당연히 이거지. 엇박자에 터지는 개그와 익숙한 클리셰 비틀기 등이 상당히 빈번하면서도 남발된다는 느낌 없이 모두 적재적소다. 게다가 장진 세계관의 까치, 엄지라고 할 수 있는 동치성과 이연이 주인공이니 이 작품이 장진을 상징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겠다. 내 맘이지 뭐. 기본적으로는 로맨스 영화의 외피를 띄고 있지만 개그의 비중이 훨씬 더 높아서 오글거리지 않아 좋다. 호불호가 갈린다지만 장진식 개그에 익숙하면 중국 잔칫집 폭죽처럼 계속 터진다. 상황과 인물을 가리지 않고 터진다. 심지어 사람이 죽어 나가는 순간에도 웃긴다. 본작의 또 하나의 매력은 '뜬금없음'이다. 뜬금없는 타이밍에 주인공은 시한부 선고를 받고, 시한부 선고를 내린 의사는 뜬금없는 개그를 한다.

백 투 더 퓨처 3부작 / Back To The Future Triligy (1985 - 1990)
둥지의 알처럼 뜨뜻하게 품고 사는 영화가 누구나 하나 쯤은 있다. 내 세대라면 주로 '슈퍼맨' 혹은 '구니스' 등이 보편적일테고 그 중에서도 이 시리즈야말로 추억의 으뜸 아닐까. 가장 '완벽한 정삼각형' 같은 3부작, 가장 완벽한 오락 영화 등 찬양은 끝도 없이 할 수 있지. 씹어도 계속 단물이 나오는 꿈의 껌처럼. 그러나 역시, 다시 감상할 때 마다 처음과 똑같은 재미와 흥분을 매 번 주는 영화라는 말 외에는 굳이 미사여구 늘어놓을 필요가 없다. 이 영화들을 그 어린 시절에 모두 봤다는 건 어린 시절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다. 아와 시발 욕 나오게 좋다 이 영화. 이 영화만 생각하면 내가 마치 반지에 집착하는 스미골이 되는 기분이다. 시간을 달리는 개조 자동차, 공중에 떠 있

이블 데드 3 암흑의 군단 / Army of Darkness (1992)
2편에서 네크로노미콘에 의해 중세시대의 이방인이 된 기계팔 애쉬. 대충 설정은 이어지지만 스토리도 아무 상관 없고 장르 조차도 전혀 다른 별개의 작품으로 봐도 무방하다. 전작들이 오컬트-스플래터 장르의 정통에 가까웠다면 본작은 다크 호러 판타지 쯤으로 볼 수 있다. 시리즈를 관통하는 '빙의'는 쉴라에게만 해당되며, 주로 등장하는 크리쳐는 스켈레톤 군대와 애쉬의 도플갱어 등 그 면면만봐도 판타지의 몬스터들 뿐이다. 공포 영화 매니아들 사이에선 평가가 안 좋다지만 난 이거 좋다. 뭔가 심각한 척 하는데 웃기면 안 좋은 영화지만 이 영화는 그냥 대놓고 개그를 표방한다. 하려고 의도한 걸 제대로 해 낸 영화는 싫어할 수가 없다. 어차피 시리즈 전체의 팬이 아닌 이상 시리즈의 통일성을 망쳤다는 비난도 굳이


![[웹툰단행본] 『통제구역관리부』 1권 후기 : 이상한 변칙과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는 공간에 대하여](https://img.zoomtrend.com/2026/06/09/1780996474-SE-5eda86fa-0d63-4afd-b8dd-b801879fed5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