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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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개 A Boy And His Dog (1975)

멧가비|2021년 9월 29일

[매드 맥스 2]라는 포스트 묵시록 영화의 교본이 존재하는 데에 영향을 끼친 일종의 부모 작품을 꼽으라면 [죽음의 레이싱]과 반드시 언급해야 할 것이 바로 이 영화(와 원작 소설). 그런데 정신 나간 컬트 영화를 꼽을 때 [죽음의 레이싱]이 (다분히 로저 코먼 빨로) 꽤 빈번히 그 인기를 증명하는 것에 비하면 이 작품은 그 중요도에 비해 더럽게 인기가 없는 게 사실이다. 아무래도 [매드 맥스 2]로 대변되는, 뭐랄까 그 어딘가 처절하면서도 어딘가 데카당스적인데 끓어오르는 에너지도 충만한 묵시록 오락 영화등과는 하등의 결이 달라서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의뭉스러운 풍자극에서 [매드 맥스 2] 같은 막가파 활극이 사생아로 태어난 것이 기적이라면 기적이다. 하지만 기초적인 아이디어는 여기서 거의 완성되었

라이트 오브 라이프 Light of My Life (2019)

멧가비|2021년 9월 29일

포스터만 보면 [더 로드]의 리메이크인가 싶기도 하고 아류인가 싶기도 하고, 포스터도 포스터지만 인물 관계나 세계관도 유사하고 액자 구성의 형식까지 똑같다. 그런 것 치고 정작 출연 배우는 비고 모텐슨보다 결코 덜 유명하지 않은 케이시 에플렉이다. 이게 무슨 일이야. 이 영화를 얘기하려면 [더 로드]에서의 아버지 이야기를 해야한다. 아들을 사랑하는 만큼 무법천지 세상으로부터 아들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날이 서 있고 또 그 만큼 지쳐있던, 비고 모텐슨이 생명을 녹여 연기한 것만 같은 그 아버지. 아직 홀로 설 수 없는 아들을 위해 목숨을 걸지만 따뜻한 말 한 마디는 해 줄 여력이 없다. 마치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장동건이 동생을 위해 전쟁의 폭력에 물들어 갔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아버지

서바이벌리스트 The Survivalist (2015)

멧가비|2021년 9월 29일

제목이 생존자(survivor)가 아니고 생존주의자(survivalist)잖아. 대체 얼마나 대단한 생존 전문가겠어. 하지만 숨은 진짜 뜻은, 단순한 생존가를 넘어 오로지 생존본능만 남은, 살기 위한 삶 그 자체를 가리키는 심오한 무언가에 가깝다. 남자는 몸 하나 뉘일 작은 집과 텃밭을 지키기 위해 온종일 무장한 채 촉각을 곤두세운다. 작물 화분 앞에서 무심하게 자위행위 하는 모습이 너무나 강렬하다. 그 누구도 곁에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고립된 생활 안에서도 살아있는 몸은 정자를 생산하고 뇌는 물색없이 성욕이라는 곤란한 명령을 내린다. 그리고 남자는 자신의 정액을, 살아있다는 증거이자 기초 욕구의 상징인 그것을 작물에 거름으로 제공하고 그렇게 기른 채소를 먹으며 다시 삶을 연장한다. 이토록 처절하

더 로드 The Road (2009)

멧가비|2021년 9월 29일

핵전쟁으로 추정되는 모종의 사건으로 문명이 해체된 세상. 문명을 잃은 前 문명인들이 갑작스럽게 무법천지의 세상과 만나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 에 대해 논하려면 반드시 [매드 맥스 2]를 거치게 된다. 그러나 정말로 우리의 현실이 그렇게 모든 구속구를 풀어버렸을 때, 맥스 같은 영웅적 인물이나 휴멍거스, 임모탄 조처럼 카리스마 있는 깡패 대장들로만 가득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휴멍거스와 임모탄 조가 활동하지 않는 구역에서 소시민적 생존자들이 벌이는 처절한 분투기에 다름 아니다. 늙은 아버지는 어린 아들 하나 지켜내기도 벅차고 아내에 대한 마지막 기억으로 정신도 이미 지쳐있다. 약한 집단을 지켜내는 [셰인]이나 [요짐보] 따위는 없는 곳에서, 아버지는 자신 만큼이나 지친 또 다른

프리 가이 Free Guy (2021)

멧가비|2021년 9월 28일

주인공이 우연히 얻은 선글라스를 썼더니 세계관의 이면이 보인다? [화성인 지구 정복]이잖아. 흑인 친구가 선글라스 안 쓰겠다고 버티는 것 까지 똑같네. 정해진 패턴 대로 살던 NPC가 자유의지를 처음 접했을 때 빠지는 혼란? 그리고 성장? 이건 [플레전트빌]이지. 주인공이 계속 죽으면서 기술을 배우고 경지에 도달하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랑의 블랙홀] 공식이잖수.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셨어요? 네, [그녀] 되시겠습니다. 그 인공지능 캐릭터를 모두 실제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시몬] 선배님께 인사 안 허냐. 픽셀로 만들어진 주인공이 자신의 세계를 지켜야 된다구요? [주먹왕 랄프] 재밌게 잘 봤습니다. 자기가 가상의 존재인 걸 알고 혼란스러우신 분 이리 오세요. [13층], [트루먼 쇼]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