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밤을 살려낸 코너인 '아빠 어디가'를 보다가 문득 든 생각인데, 이십 한 사, 오 년 쯤 전에는 나도 아버지랑 친했었다. 그때도 서울 변두리에서 이발소를 하던 우리 집은 화장실은커녕 부엌조차 없는 단칸방에 살아서, 목욕탕을 갈 때면 늘 아빠 손을 잡고 멀리까지 갔었다. 목욕이 끝나면 아빠와 함께 식당에서 평소에는 잘 먹지 않는 음식도 먹고 오곤 했었다. 아버지라 부른 것은 몇 년 되지 않았지만 아버지에게 존대를 한 것은 상당히 오래되었는데, 기억하기로 그 당시에는 존대도 하지 않았을 만큼 친했었다. 지금 내가 떠안고 있는 고민이나, 데면데면한 아버지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놀랠 노자다. 부모 자식 간에 '친했었다'는 표현을 쓰는 것도 참 아이러니하지만 대개 부자는 보편적으로 자라면서 이렇게 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