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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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서독 - 사랑의 기억마저 잊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

동사서독 - 사랑의 기억마저 잊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

※ 본 포스팅은 ‘동사서독’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과거를 뒤로 한 채 사막에서 살인청부업에 종사하는 무사 구양봉(장국영 분)은 친구 황약사(양가휘 분)가 1년에 한 번씩 자신을 만난 뒤 다른 누군가를 만나러 간다는 사실을 눈치 챕니다. 황약사는 과거를 잊을 수 있는 술 취생몽사를 권하지만 구양봉은 받지 않습니다. 8명의 등장인물, 몽환적으로 뒤얽히다 1994년 작 ‘동사서독’은 왕가위 감독의 중화권 연출작 중 가장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무협 영화입니다. 김용의 무협 소설 ‘사조영웅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젊은 시절을 왕가위가 자유롭게 각색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완성될 수 있는 것인지 의심을 살 정도로 제작 기간이 길어졌습니다. 촬영 도중 각본을 갈아엎고 배역이 뒤바뀌는 등

중경삼림 - 공간과 소품으로 본 ‘중경삼림’

중경삼림 - 공간과 소품으로 본 ‘중경삼림’

※ 본 포스팅은 ‘중경삼림’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왕가위 감독의 1994년 작 ‘중경삼림’이 재개봉되었습니다. ‘동사서독’의 길고 지루한 포스트프로덕션 도중 잠시 짬을 내 기분전환을 위해 제작한 만큼 왕가위의 중화권 필모그래프 중 가장 경쾌한 작품이자 유일한 해피 엔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경삼림’은 삐삐와 자동응답기 시대의 영화입니다. 극중에 등장하는 카이탁 국제공항은 1998년을 끝으로 폐쇄되었습니다. 최초 개봉으로부터 19년의 세월이 흘렀기에 극중 첫 번째 에피소드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아기고양이들이 이미 무지개다리를 건너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이지만 ‘중경삼림’은 여전히 세련되며 매력적입니다. 금성무와 임청하의 첫 번째 에피소드 첫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 경찰

<일대종사> Review – 무술로 영화를 사유하다

일상 속 환상|2013년 12월 3일

영춘권의 계승자 엽문(양조위)은 극 초반 ‘수직과 수평’에 관한 얘기를 한다. 승리해서 수직으로 서 있느냐, 패배해서 수평으로 누워있느냐가 쿵푸(工夫)의 전부라는 것. 이긴 사람은 수직으로 ‘움직이고’ 진 사람은 수평으로 ‘멈춘다’. ‘수직-수평’은 ‘움직임-멈춤’으로 치환되고, 이것은 영화의 본질과 맞닿는다. 영화를 지칭하는 다양한 단어 중 film은 특히 영화의 물성을 강조한다.(디지털은 조금 다른 사유가 필요하다) 영화(film)라는 세계는 ’1초에 24번의 죽음(로라 멀비)’이 깃든 곳이다. 관객으로 하여금 끊이지 않는 ‘움직임(삶)’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영화라는 매체는, 그 사이사이 분명한 ‘멈춤(죽음)’의 순간을 내포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인지되는 우리의 시각도 눈꺼풀이 닫히는 순간만큼은 존재하

해피 투게더, 왕가위

해피 투게더, 왕가위

푸른, 꿈의 새벽|2013년 12월 3일

왕가위의 여섯번째 영화 (1997)을 극장에서 보고 왔다. 오래 전 우리 나라에서는 미국 개봉 제목 그대로 라는 제목으로 개봉했지만, 왕가위의 모든 영화들은 네 글자의 제목을 갖는다는 규칙에 익숙한 나로선 앞의 '춘광사설 (春光乍洩)'이란 제목이, 그리고 '잠깐 새어나온 봄빛'이란 표현이 훨씬 더 익숙하기에. 그 동안 국내에서는 2차 매체로 출시되지 못했던 작품이기에, DVD나 블루레이로 한국어 자막이 수록되어 구할 수 있는 영화만 주로 챙겨보는 나로선 아직껏 보지 못했던 왕가위의 남은 영화 두 편 중의 하나였는데, 이번에 디지털 복원을 통하여 깔끔한 화질로 극장 재개봉하여 볼 수 있음을 행운이라 생각한다. (그 아직 보지 못한 다른 한편인 <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