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스페인 여행을 가는 데는 그다지 치밀한 계획이 있던 건 아니었다. 스페인에서 꼭 보고 싶은 것들 ㅡ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 건축물, 그라나다에서 알함브라 궁전, 코르도바에서 메스키타와 알카사르, 세고비아에서 수도교와 알카사르 ㅡ 을 중심으로 동선을 짜고, 나머지는 일정과 동선에 맞게 적당히 추가를 하는 식이었다. 그러니까 예컨대 학교식당에서 메인메뉴 고르고 예산 범위 안에서 적당히 반찬을 골라 계산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그런 방식이었기에 바르셀로나 셋째날의 구엘 성당 방문은 어쩌면 바르셀로나 여행의 정석을 따르는 사람들로서는 패기 넘치는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보통 바르셀로나 근교 하면 몬세라트를 갔다 오는 듯 하다). 첫째날에 몬주익에 올라 바르셀로나의 지형지물을 파악(?)하고, 둘째날 현지 가이드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