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이 어째서 광장이 될 수 있는 지, 공공 미술관이 왜 존재해야 하는 지와 같은 물음에 대한 당위적 대답은 언제나 천편일률적이 되거나 흔해 빠진 스토리를 갖기 일쑤다. 그 점에서 이 영화가 대답하는 방식은 시적이고, 또한 독창적이다. 1)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대사는 아마 요한이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자넷의 주치의와 통화 후 그녀의 법적 보호자인 앤에게 하는 말일 것이다."달라진 것은 없다고 해요. 어제보다 좋아지지도 않았고 나빠지지도 않았다고 해요."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은 미술관에 걸려 있는 작품이나 병원에 누워 있는 자넷이나 모두 마찬가지다. 영화는 혼수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이 작품에 말을 거는 것과 본질상 차이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살아있다고 누군가가 여기고 대해주지 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