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벗는게 성해방이면 자식이 가출하는게 가족해방인가. 한 때 남녀가 모두 벗는게 제일 이상적일거라 생각했다. 옷이라든가 장식이라든가 억압돼있는 성을 해방시키는게 중요하다 생각했다. 그래서 친한 여성들에게도 여성도 벗어야 한다거나 여성도 성적 욕구에 충실해져야 한다고 강변했었다. 지금도 성해방이랄까, 어쨌든 성을 기반으로 한 어떤 불평등과 억압이 없는게 이상적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여성에게 과거와 같은식으로 어떤 ‘자유’를 요구하지 않는다. 현재의 맥락에서 그것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느꼈기 때문이다. 강가, 그러니까 갠지스 강변에 홀딱 벗은 힌두교 사제들이 꽤 몰려와 있다. 12년마다 한번씩 있는 힌두교 최대 축제인 쿰브멜라가 가까운 도시인 알라하바드에서 열리고 있고 엄청난 숫자
거대한 사원들은 종교와 권력의 어떤 공생관계를 보여주는 증표 같은 것들이다. 종교인들이 인식하든 못하든 권력과 상호보완관계를 이루는, 혹은 시대의 구조를 떠받치는 역할을 하는 종교들은 거대한 건축들을 이뤄냈다. 권력은 종교의 물주였고 종교는 권력을 신성화해줬다. 풍요로운 종교는 부패하기 마련이었고 초창기 종교의 어떤 영적 긴장을 잃어갔다. 국가든 종교든 이러한 거대한 건축물들의 축조 후에는 망해간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로부터 배웠다. 종교와 권력이 영합하는 가운데 사회적 불균형은 심해져가고 내부로부터의 갈등 때문이든 외부세력의 역전 때문이든 신흥종교의 성장 때문이든 그 사회는 몰락과 혼란의 길을 걷게 된다.▲ 인도 카주라호의 서쪽 사원군 지난 1월 22일 인도여행중에 카주라호에 있는 서쪽사원군을 찾았다. 델리
카주라호의 서쪽 사원군 과거의 영광만이 허망하게 남아있는 햇살 좋은 카주라호 서쪽사원군의 잔디밭에 앉아서 햇살이 변함에 따라 변하는 사원들을 바라보며, 오늘 새로이 심어진 색색의 꽃들을 눈에 담으며, 또 옆에 와서 누운 배가 불룩한 누런 개를 쓰다듬으며,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해본다. 담번에 사진하고 글을 좀 더 정리해서 카주라호에 대한 기록을 남겨놔야겠다. 오늘은 일단 이정도만.
일출을 보려 일어났는데 비가 왔다. 다시 잤다. 8시 반쯤 일어났다. 아침으론 어제 산 수박을 먹었다. 60루피짜리 수박은 저번것보다 훨씬 맛있었다. 오늘은 원래 햇빛을 쪼이며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한 날인데 비가와서 수수가 특히 우울해했다. 비가 많이 오지 않으니 오늘 꼬낙의 선템플을 갔다 오는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러면 내일 쉴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해보기로 하고 수수가 결정하길 기다렸다. 이것저것 정리도 하고 열시반이 돼서 방에 있으면 우울하기만 할 것 같고 선템플을 보러가기로 하고 우비를 챙겨 길을 나섰다. 숙소를 나설 때는 비는 그쳐있었다. 나서자마자 마살라도사 한 개를 사먹고 버스 스탠드쪽으로 걸었다. 가는 길엔 ‘나쁜 것은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를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