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현기증]의 미술을 찬양할 때, 나의 반골기질은 이 영화를 가장 "흥미로운" 히치콕 미술 영화로 꼽는다. 주인공의 원룸과 맞은편 다세대주택이라는 심플한 배경 설정, 하지만 영화의 A부터 Z까지의 모든 플롯이 이 구조 안에서 진행되며 영화의 주제의식를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것도 바로 그 세트들이다. 모든 입주민이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사는 건너편 빌라는 카메라의 시선에 따라 동물원처럼도 보이고 갤러리의 액자처럼도 보인다. 어쨌든 주인공에게 있어서는 구경감 혹은 소일거리 관찰의 대상일 뿐이지 인간적인 소통의 대상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히치콕 영화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미술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것은 공간의 배치와 거기서의 주인공의 행동 양식이 결과적으로 흔한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