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작을 읽다 말아서 스토리 갖고는 뭐라고는 못 하겠는데, 그래도 씨바 이건 좀 아니지. 우선 캐릭터들이 이상하게 잡혔다. 탁일항은 시작부터 뭔가 존나 느끼한데, 93년판의 장국영이 보수적이고 냉혹한 강호에 염증을 느끼던 차에 야인(野人) 옥나찰에게 끌리게 되는 과정이 심플하면서도 섬세해서 되게 알기 쉽게 와 닿았던 반면, 이 영화의 탁일항은 그냥 잘 생긴 얼굴 믿고 수작 거는 놈팽이로 밖에 안 보인다. 정쟁의 희생양으로서 모든 오명을 뒤집어 쓰는 모습이라든지, 자잘하게 멋진 부분이 없진 않지만 그냥 일단 느끼해서 아웃. 게다가 결국은 붙잡힌 히로인으로 전락. 옥나찰은 또 너무 여성스럽고 차분해서 무슨 시발 양가집 규수같다. 감독이 판빙빙 데려다가 예쁜 비주얼 뽑아내는 데에만 영혼을